2021 한국 대입제도, 미국 입사관제처럼 완전히 바뀌어야

   
▲ 미국 동부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사우스 리버 고등학교 수업시간 [사진 제공=이동우 교사]

 

올 7월에 확정될 2021학년도 대입 수능개편안을 두고 백인백색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 후보들도 각자 자신들의 교육 공약을 내세우면서, 수능개편안이 어떻게 정리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주장 가운데는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수능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미래 교육에 부합하는 대입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바로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은 초중고 학교 교육의 밑그림에 해당한다. 교육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교육내용이나 학습활동을 편성하고 조직한 계획을 교육과정이라고 말한다. 미래 인재 선발을 위해 대입전형을 마련하더라도,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이 여전히 정시 수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대입제도 개선은 요원할 뿐이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은 교육과정 담당교사를 대상으로 미국 동서부 우수 초중고 및 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교원 국외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에는 대구 청구고 교육과정부장인 이동우 교사도 참여했다. 

이동우 교사는 "고교와 대학 모두 명문학교일수록 인성을 강조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미국 교육은 한마디로 지덕체가 바탕이 되는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것을 연수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이번 연수를 통해 알게 된 미국의 대입 제도의 특징을 크게 4항목으로 정리해 <에듀진>에 보내왔다. 이에 <에듀진>은 이 교사가 특징지은 미국 대입 제도와 관련한 4항목에 대해 미국 교육 전문가이며 워싱턴교육원장인 허재범 대표로부터 사실 확인을 거친 뒤, 두 사람의 글을 함께 게재하기로 했다.

 

   
▲ 이동우 대구 청구고 교사

[이동우 교사가 느낀 점 1]
미국의 모든 대학은 지원자의 학업능력, 스포츠·예술 활동, 학교생활 등을 포괄적으로 심사하는 '종합전형'으로 신입학생을 선발하며,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대신해 국가와 고등학교가 나서서 학생을 한 줄 세우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허재범 대표의 답변]
그렇습니다. 포괄적 입학심사(Comprehensive Review)라고 불리는 미국의 입학전형은 한마디로 ‘학교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고르는 작업’입니다. 대학의 입맛에 맞는 학생이란 대개 학교를 졸업한 후 성공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지요. 미국 대학들 나름대로 그들만의 통계와 경험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학이 판단하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란 ‘공부만 잘하는(성적만 높은) 학생’이 아닌, ‘리더십이나 남들에 대한 배려 등 인성(Personal Quality)이 뛰어난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에는 성적뿐 아니라 인성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은 오랫동안 이 같은 포괄적 입학사정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선발 방식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동우 교사가 느낀 점 2]
미국 대학들은 절대평가에 기반한 '종합전형'을 시행하기 때문에, 이곳 학생들은 한국처럼 오직 성적만을 올리기 위한 살인적인 점수 따기 경쟁, 학습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있으며, 초중등교육에서는 지덕체를 골고루 함양하는 전인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허재범 대표의 답변]
미국의 교육계 지도자들은 진정한 교육이란 '100명의 학생에게 100가지의 교육법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토론과 언어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토론 프로그램, 스포츠나 예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전국 규모의 다양한 리그나 관련 프로그램,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각종 Academic Competitions 같은 것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운영됩니다. 초중고를 거치며 저마다의 재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방식이지요.

실제로 대학들은 입시 전형 때 이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소위 SAT/GPA의 일률적인 커트라인 같은 것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Mid-50 range(중간 50% 합격점수)를 발표하기는 하지만, 그 편차는 대단히 큽니다.

일례로 하버드의 경우 합격자 중간 50%의 SAT 점수는 2350~2070점으로 나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2350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25%를 차지하고, 2070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도 25%나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곧 성적 커트라인으로 당락을 점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동우 교사의 느낀 점 3]
미국 대학들은 '종합전형'에 따라 대입 합불이 결정된 이후, 지원자에게 합불의 이유를 통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의 '종합전형'에 대해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허재범 워싱턴교육원장

[허재범 대표의 답변]
미국 대학의 이 같은 포괄적 입학사정 방식은 대학 입시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대학이 학생에게 “네가 비록 점수는 높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다른 부분이 더 뛰어난 학생을 원해.”라고 하면 학생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이것이 아이비리그의 일반적인 입학사정 방식입니다.

과거 (제가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소수계 단체가 이 같은 아이비리그의 입학사정 방식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연방정부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에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다만, 이때부터 정부는 대학 측에 입학사정의 기준과 합격자 점수 범위 등을 매년 연방정부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각 대학이 해마다 'Common data set'이라고 하는 입학사정에 관한 자료를 내놓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아울러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의 대입 사정방식이 이와 같은 형태로 정착된 데는 미국의 문화도 큰 몫을 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대학 선택의 폭이 넓은데다 '명문대를 나오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거의 통용되지 않습니다. 미국 기업에서는 졸업장에 적힌 출신 대학의 명성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나 인턴십, 추천서 등을 통해 해당 대학에서 어떻게 잘해왔는가를 보고 인재를 선발합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 학생들은 '이름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대학에 가서 정말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렇다면 '미국 학생들은 왜 굳이 어려운 아이비리그를 가려고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비리그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큰 자부심(Honor)이고, 그 자부심이 자신을 평생 행복하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국 학생들의 머릿속에 ‘명문대=성공’이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이동우 교사의 느낀 점 4]
미국 사회에서는 굳이 명문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성실한 노력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달리 특정 시기만 되면 전사회적으로 몸살을 앓는 전쟁 같은 대입은 없습니다.

[허재범 대표의 답변]
맞습니다. 명문대를 나왔든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했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든 논문이 얼마나 독창적인가'입니다. 이를 평가하는 협회들, 즉 전미화학협회, 물리학협회, 사이언스지 등이 명문대 학생이 쓴 논문이라고 해서 그 가치를 더 인정해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동우 교사의 연수평]
이번 연수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교육기관으로 손꼽히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9학년~12학년)'와 '하버드대학교'를 다녀왔습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졸업한 학교로 더욱 유명한 곳인데, 이곳에 다니고 있는 9학년, 12학년 한국학생들을 만나보니,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떠나기 싫다고 말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의 여러 중고등학교, 대학, 학생, 교사, 교육청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한국 사회와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대학이 종합전형을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고 조건이 아닐지요. 

이런 노력과 투자를 할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그 대학은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확신합니다. 대학이 일부 획일화된 과목의 5지선다형 점수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쉽고 편하게 선발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이동우 교사는 미국 교육 전문가인 허재범 대표에게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더 추려 추가 질문을 보내왔다. 이 교사는 미국 연수를 통해 다 알 수 없었던 대입 사항에 대한 질문을 보냈고, 이에 대한 허재범 대표의 답변이 도착했다.

[이동우 교사 질문]
미국은 전 대학이 학종 100%로 선발하나요? 그렇다면 SAT는 어떻게 활용됩니까?

[허재범 대표 답변]
모든 대학이 같은 방식을 택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포괄적 입학사정을 더 세밀하게 하는 곳은 주로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 대학들입니다.

중하위권 대학(2nd tier or 3rd tier)으로 내려 갈수록 성적이나 SAT만으로 뽑는 곳도 있습니다. 모든 대학이 종합적으로 학생을 심사한다고는 하지만, 중하위권 대학 입장에서 학생을 세밀하게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대개 공부 잘하고 리더십이 강한 학생들은 활동도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활동 역시 형식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동우 교사 질문] 
미국의 종합전형에서 학생부는 실제로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집니까? 한국의 학종처럼 학생부로 일정배수를 뽑고 추후 심층면접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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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범 대표 답변] 
쉽게 말해, 미국 입시에서는 1. 학교성적 2. 전국단위 표준시험(SAT, Ap 등), 3. 특별활동(학생 스스로 작성한 리포트), 4. 카운슬러 및 교사 추천서 등의 순으로 중요성을 갖습니다. 단, 학교성적은 단순히 성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도전적인지, 지적호기심이 강한지, 성실한 지 등을 말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종합전형은 한국의 학종 개념과 딱히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부 면접은 당락에 그리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단, 의대 법대 등 대학원 과정은 면접 비중이 대단히 큽니다.

[이동우 교사 질문] 
미국 종합전형이 단계별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허재범 대표 답변] 
미국의 입학 심사는 전적으로 입학국 내 입학사정관이 담당합니다. 모든 학교가 똑같지는 않지만, 대개는 3단계 심사 과정을 밟습니다.

1단계에서는 경험이 많은 입학사정관이 ‘원서 읽기’를 한 뒤 이중 일부는 곧바로 합격시킵니다. 대다수는 두 번째 사정관이 진행하는 2단계 심사에서 합격하게 되는데요, 두 번째 사정관 역시 '원서 읽기’를 합니다.

2단계 심사에서도 합격을 받지 못한 많은 학생 중 일부는 이 과정에서 불합격 결정이 나고, 나머지는 3단계 심사 위원회로 넘어갑니다. 이곳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이 모여 가부로 합격 여부를 심사합니다. 

허재범 대표는 워싱턴 교육그룹의 CEO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조기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해서 대학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미 고교생들의 영어 재능기부를 위해 경남 동원고등학교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허 대표는 에듀진의 미국 특파원으로 활동할 만큼 교육적 지식이 매우 풍부한 분입니다.

 

   
▲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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