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이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 가진다

   
▲ 한남대의 '보드게임으로 수학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 제공=한남대]

 

수능·배치표 체제 중심의 사교육 기관 및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수능·배치표 전형의 장점으로 언급되는 것은 졸업생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 간판을 얻기 위한 재도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일부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일선 학교에서 왜곡돼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 학부모의 주장에 편승해 “수능․배치표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해 공정하고 객관적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는 해당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며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제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라는 급변하는 시대적 요청, 우리 사회와 경제의 변화에 따른 요구 등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고교 교육과정의 무력화와 황폐화를 초래하는 ‘수능·배치표 체제’에 대한 비판과 개편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런 시도와 노력은 현실적 장벽에 가로막혀 빛을 볼 수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세계의 교육 선진국과 비교해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수많은 병폐와 문제점이 반복,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 청구고 교육과정부장인 이동우 교사가 한국진로진학정보원에 기고한 다음의 글을 통해 근거 없는 '학종 때리기'의 양상과 원인을 찾아보고, 어느 전형이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을 명확히 확보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근거 없는 학종 때리기 '이제 그만'
2018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수도권 지역에 소재한 소위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아울러 학종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는 변화가 본격화된다. 이를 많은 언론 매체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전성시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특히 2016년 상반기부터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 때리기’가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양상을 살펴보면, 우리 한국 교육의 역사적 발전을 누가 무슨 이유로 가로막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확산 속도를 늦추거나, 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을 줄이고 대신 수능․배치표 전형의 선발 비중을 오히려 늘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여전히 수능․배치표 중심 체제를 갖춘 일부 사교육 기관 및 고등학교 관계자들로, ‘지금까지 수능․배치표 전형 체제 아래 지속적으로 상당히 큰 이익을 누려온 기득권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능․배치표 전형의 장점’을 주장하기보다 ‘도입 초기를 지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주장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찬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분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되, 결코 이해관계자들의 사적 이익 추구 때문에 한국 교육의 백년대계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두 번째 유형은 지금까지 수능․배치표 체제에 맞춰 공부해 왔거나, 이러한 체제를 갖춘 입시 사교육 기관이나 고등학교에서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이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수능․배치표 전형이 선발비중 면에서 축소돼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는 소속된(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받은 상대적인 피해와 박탈감으로 인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17년에 새로운 수능시험과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오더라도, 이 개편안은 2018학년도 고교 입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 수험생에게는 충분한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다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왜곡돼 나타나고 있는 소속된(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받은 상대적인 피해와 박탈감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불만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속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유리하도록 교육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전국의 대학 중, 학종 선발 비중이 높은 대학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학에서는 여전히 국가(수능)와 고등학교(내신 상대평가 9등급)가 만들어주는 ‘학생 줄 세우기 결과’에 편승하는 수능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수도권 소재 고등학교에서는 빠른 속도로 학종 중심 고교 체제가 갖춰지고 있는 반면, 다른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아직도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전형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들을 위한 전형’으로 이해하고 성적 우수 학생에게 각종 기회와 자원을 집중시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역별 거점 국립대학을 시작으로 모든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대입 전형 체제’를 확대해 나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일선 고등학교 현장에서 정규교육과정 및 방과후과정을 운영할 때 각종 기회와 자원을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도록 이를 법제화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평가․관리해 엄정한 상벌을 부여하는 것이다.

   
▲ 안양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BVZI0W


'수능·배치표 전형 vs 학생부 종합 전형'
어느 전형이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나

한국교육이 미래와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대입제도는 무엇이 돼야 할까. 이는 그동안 고등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이 ‘대입’에 철저히 지배․종속됨으로써, 교육과정 자체가 무력화되고 황폐화되어온 전철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야말로 한국교육 부활과 희망을 위한 결정적 요인이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학생부종합전형 때리기’가 본격화된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수능·배치표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비교가 시도돼 왔다. 오늘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입전형제도 평가의 기준으로서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 등 3가지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비교 정리했다.

■ 타당성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2가지 대입전형제도 비교
타당성
이란 우리 교육, 특히 국가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인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 방향과 전인양성 등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 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해 평가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수능 배치표 전형은 교육이 추구하는 3가지 영역인 지·덕·체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지식, 그것도 일부 획일적 분야의 과목을 중심으로 찍기 시험 방식으로 출제해 그 결과만으로 학생을 한 줄로 세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육이 추구하는 3가지 영역인 지·덕·체 모든 내용을 대입에서 반영하며, 특히 계량화되는 정량적 자료 이외에도 계량화되기 어려운 정성적 자료까지 포괄적으로 반영한다.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https://goo.gl/wvn93Z

■ 공정성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2가지 대입전형제도 비교
공정성
이란 모든 학생들이 얼마나 동등한 기회와 조건을 갖추고 대입 전형을 준비하고 응시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수능 배치표 전형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너무나 상이한 조건과 기회, 성장 배경과 환경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종적인 결과만으로 비교해 한 줄로 세우는 전형이다. 따라서 금수저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형이기도 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각 학생들이 갖고 있는 너무나 상이한 조건과 기회, 성장 배경과 환경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 입학전형 과정에서 반영한다. 따라서 ‘흙수저’, ‘무수저’들도 자신의 꿈과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전형이다.

■ 객관성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2가지 대입전형제도 비교
객관성(신뢰성)
이란 동일한 입학 전형을 다른 주체(기관)가 시행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를 말한다.

수능 배치표 전형에서 학생들은 5지 선다형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풀이go 정답을 OMR 카드에 마킹하면 기계가 읽고 판독해 결과를 산출한다. 다른 주체(기관)가 수행해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한 명의 평가자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많은 평가자가 참여할수록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 원리에 따라 충분한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은 수능·배치표 전형에 비해 월등히 높은 타당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은 전형을 시행하는 대학에서 충분한 시간, 비용, 노력 등을 투자하면 얼마든지 높은 객관성을 갖출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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