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직업에 대한 의미, 무엇이 다를까?

   
▲ 대구과학대 진로 체험 [사진 제공=대구과학대]

학생들에게 '무슨 직업을 알고 있어요?'라고 물으면, 소방관이요, 경찰이요, 변호사요, 군인이요, 선생님이요, 이렇게 해서 나오는 직업의 수는 한 반에 대략 100개에서 150여 개 정도이다. 그리고 소방관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고 물으면 '불을 끄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에 진로선택의 함정이 있다. 불을 끄는 일은 소방관이 하는 일 중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훨씬 다양한 일들을 한다. 담당분야에 따라 화재진압요원, 구급요원, 구조요원, 운전요원으로 나눌 수 있다. 업무에 따라 화재예방활동, 화재진압활동, 구조·구급활동으로 구분된다.

화재예방활동은 학교, 병원, 시장 등의 건축물에 설치되어 있는 소방시설의 안전을 점검하거나 건물 주위를 순찰하며 위험요소를 발견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일을 한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각종 소방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화재진압활동은 화재발생 시 화재진압 일을 주 업무로 하고 평상시에는 소방용수시설을 관리하여 효과적으로 소화용수가 공급될 수 있게 하고, 소방훈련을 통해 실제상황에 대비한다.

구조·구급활동은 교통사고, 건물붕괴 등의 사고발생시 인명구조활동, 위급한 환자의 병원이송활동, 피해복구활동 등을 한다. 이 외에도 장마철 각종 급류사고 등에서 주민을 구출하거나 폭설 시 소방차를 이용한 제설작업도 수행한다.

   
▲ 김창 한양대 겸임교수

이러한 일들을 잘 해내려면 관련 지식을 배워야 하고,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하며 두려움을 무릅쓸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인이 하는 일들이고 갖춰야 할 태도이다.

따라서 진로를 선택할 때는 직업이 어떤 일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반드시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소방관이 되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는 부서로 배치되면서 직업을 그만 두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업은 11,927개이다. 소방관이라는 하나의 직업이 저렇게 다양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11,927개나 되는 직업은 각각 얼마나 다양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직업은 일들의 조합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는지를 연구한 자료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디저는 사람과 관련된 일, 물건과 관련된 일, 데이터와 관련된 일, 아이디어와 관련된 일로 구분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사람과 관련된 일은 상담하기, 고객에게 응대하기, 사람을 격려하기, 통솔하기, 조화롭게 만들기, 협상하기, 코칭하기, 교육하기, 교제하기, 조언하기, 공동으로 작업하기, 판매하기, 중재하기 등이다.

물건과 관련된 일은 물건 이동하기, 구매하기, 현장을 관리하기, 건설하기, 도구를 이용하기, 운송하기, 육성하기, 유지보수하기, 작동하기, 조립하기, 점검하기, 고장수리하기, 수집하기 등이다.

데이터와 관련된 일은 조사하기, 분류하기, 편집하기, 연구하기, 분석하기, 검토하기, 요약하기, 기록하기, 단서를 수집하기, 판독하기, 예산을 책정하기, 판정하기, 계산하기 등이다.

아이디어와 관련된 일은 설명하기,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개념화하기, 발명하기, 유추하기, 개혁하기, 변호하기, 문제를 해결하기, 전력을 개발하기, 결합하기, 홍보하기, 글쓰기, 발표하기 등이다.

이렇게 정리된 52가지의 일 중에서 좋아하는 일 9가지를 선택해서 조합을 만들어보면 대략 11가지의 진로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11가지의 진로 방향은 연구가, 현장가, 교육가, 기획가, 탐구가, 사업가, 행정가(사무원), 기술자, 복지사, 관리자, 평론가 등이다.

이러한 진로 방향을 직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표현이고 분야 또는 방향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렇듯 프레디저는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본 것이다.

프레디저의 이론을 가지고 대학생부터 재직자에 이르기까지 2013년부터 수 천명에게 적용해 보았는데 일을 기준으로 진로방향을 예측해보는 것은 매우 적절한 활동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일에서 출발하여 내게 맞는 직업을 찾아가는 방법을 설명하겠다. 국어사전은 일이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그리고 어떤 계획과 의도에 따라 이루려고 하는 대상' 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기간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적인 설명으로는 진로를 선택하는데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일이란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겠다. 또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기간 돈을 버는 일들의 조합' 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겠다. 즉 '직업은 돈 되는 일들의 조합' 이다.

직업을 찾아가는 논리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지구상에 일이 몇 가지나 있는지를 정리해 놓은 자료는 없지만 계산한다, 상담한다, 판매한다, 보고한다, 만든다, 운반한다 등과 같은 것들이 모두 일이다. 이러한 일들 중에서 특정인이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은 그 사람의 적성, 환경, 선호도, 가치관, 성격, 신체적·경제적 조건 등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있고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지식과 기술을 확보해야만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만약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좋아는 하지만 할 수 일은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8가지라고 가정했다. 이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6가지이다. 할 수 있는 6가지의 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직업의 개수는 확률 공식을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6개 중에서 4가지 일을 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직업의 개수는 15가지, 6개 중에서 3가지 일을 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직업의 개수는 20가지, 6개 중에서 2가지 일을 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직업의 개수는 15가지이다. 6개 중에서 1가지 일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의 개수는 6가지이다. 모두 합하면 56가지의 직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구해진 56가지의 직업이 모두 직업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한 사람이 56가지의 직업을 모두 가질 수도 없다. 보통의 사람은 일정한 기간 동안 자신의 가치체계에 가장 적합한 직업을 한 가지만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는 이러한 일들과 그 일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직업 중에서 과연 어떤 쪽이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인가를 살펴보자.

   
 

위 그림에 나오는 각 직업의 가장 주된 일을 보면 공장 근로자는 물건 만들기, 운전수는 운반하기, 군인은 적과 싸우기, 경찰은 범죄자 잡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인공지능과 로봇이 더욱 발달하여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면 ‘공장 근로자’라는 직업인이 대체되기 쉬울까? 아니면 ‘물건 만들기’라는 일이 대체되기가 쉬울까? 당연히 ‘공장 근로자’가 대체되기가 쉬울 것이다. 누가 물건을 만들든 ‘물건 만들기’만 계속될 수 있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재화가 계속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직업은 모두 특정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고 직업은 시대에 따라 사라지고 바뀔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일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직업 자체는 돈을 벌지 못한다.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직업이 요구하는 일을 수행 했을 때뿐이다.

또한 일의 조합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직업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일들의 수행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그러한 일을 요구하는 직업을 선택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일이 알맹이이고 직업은 그러한 일들을 둘러싼 포장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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