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2021 대입제도 개편 방안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배치표 전형에 비해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 가치와 목표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전형이다. 또한 학생들이 동등한 기회와 조건을 갖고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주며, 한 명의 입학사정관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거쳐 다수의 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하고 있어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형임을 앞선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입에서 차지하는 학종과 수능의 비중이 어떤 식으로 변화·조정돼야 할까. 이를 두고 오는 7월 확정될 2021학년도 대입 수능개편안에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8학년도에 고1이 되는 학생들에게 최초로 적용되는데, 이는 이 학생들이 고3이 돼서 치를 2021학년도 수능제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 청구고 교육과정부장인 이동우 교사가 한국진로진학정보원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2021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끈다. 교육과정 전문가인 이 교사가 제시하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능을 고교졸업자격고사로 전환하라

수능시험은 그동안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무력화하고 황폐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 돼 왔다. 따라서 수능시험에 대한 과감한 혁신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이 2018학년도부터 적용되므로, 당시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능시험 역시 개정 교육과정에 따를 변화가 필수적이다.

2021 수능은 반드시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 등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만 범위에 포함하고, 수능시험의 성격을 기초·기본학력 확인용으로 전환해 PASS·FAIL 평가체제 아래 고교졸업자격고사화해야 한다.

특히, 새로 개편되는 수능시험에서는 학생들에게 3개년의 재학기간 동안 학기별 1회씩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시기에 응시해 1회 이상 PASS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졸업’이 아니라 ‘이수’로 퇴교 조치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 ‘이수’로 퇴교 조치된 학생이 대학 진학을 희망할 경우에는 기존의 검정고시제를 이용하게 하면 된다.

이와 동시에,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 학생의 기초·기본 학력을 보장하도록 교육적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다면, 고의적으로 학교에서 잠자는 학생이 사라지고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화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수능시험은 졸업생들이 다시 새로운 대학, 학과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졸업생들을 위해 기존 수능시험을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과도기적으로 유지할 것을 제안한다. 졸업생들도 마땅히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주역으로서, 이에 합당한 창의융합적 역량, 창의성, 인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주관의 현행 수능시험은 가능한 한 빨리 폐지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2017년도판 출간! https://goo.gl/wvn93Z


성취 평가제,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하라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을 혁신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상대평가 9등급제 병기를 폐지하고 성취평가제를 완전히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교사 평가도 기존의 공동평가제를 폐지하고 교사별 평가제로 바꿔야 한다.

이와 동시에 고교 현장의 모든 교사들이 반드시 국가와 시도교육청이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읽고, 소속 학교와 담당 학생들에게 적합하게 이를 재구성해 수업·평가·기록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고교 내신 평가에서 상대평가 9등급제 병기가 폐지되면, 학교는 우수한 내신 등급을 받는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집중이수과정이나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수강 인원수, 다른 수강 학생들과의 상대적 차이 등으로 인해 희망 과목에서 동일한 실력을 갖췄는데도 불리한 내신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 계획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교사별 평가제가 실시되면 고교 현장의 교사들은 기존 체제에서 반복돼 온 수능시험 중심의 수업·평가를 지속하기를 원하는 다른 교사들과의 갈등 없이, 학교교육과정의 진정한 설계자로서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제도적 혁신이 이루어지면 ‘편하고 손쉬운 수능시험 중심의 수업·평가를 희망하는 교사가 학교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체제’에서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평가를 실천하는 교사가 학교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체제’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대입은 대학의 고유한 책임...공교육정상화법의 원칙을 지켜라

앞으로 대학들은 국가가 주관하는 수능시험과 고등학교의 교과 내신 9등급제가 만들어주는 ‘학생 한 줄 세우기 결과’에 의존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시대착오적 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즉, 수능전형, 학생부교과전형, 수능 성적을 활용해 수시전형에 높은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는 것 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대학들은 시대적·사회적·국가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인재상이 요구되는 현실을 무겁게 인식하고 ‘우리 대학의 신입생은 우리가 스스로 선발한다’는 대학다운 가치로 새롭게 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공교육정상화법과 원칙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과 글쓰기·말하기·실기 중심의 대학별고사만으로 신입학생을 선발하도록 법제화하는 대입전형의 혁신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런 전형을 실시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그만큼 신입생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대학본부의 전임 입학사정관들만 학생 선발에 참여해서는 안 될 것이며, 해당 대학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입학전형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1차 서류평가를 통해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학과·학부·단과대학 등 모집단위별 글쓰기, 말하기, 실기 중심의 대학별고사를 실시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기존의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이끄는 가장 이상적인 대입전형은 ‘1차 학생부 선발’로 합격생 정원의 일정 배수 선발하고, ‘2차 대학별 고사’로 글쓰기, 면접, 실기 등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한국형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정성, 신뢰성 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대학이 있다면, 과도기적으로 1차 학생부 선발을 제외하고 2차 대학별 고사 선발만으로 이루어지는 ‘공교육정상화 법과 원칙에 따른 대학별고사 전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한남대학교 입학처 http://goo.gl/JWfyJv


학생부 신뢰도와 질적 수준 높이는 방법은?

앞서 말한 제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학교생활기록부의 질적 수준과 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생부종합전형 시대에 적합하도록 NEIS 시스템상의 학교생활기록부 양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인 교과 교육과정 즉, 기존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더욱 세밀하고 정교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학생이 이수한 과목별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합산한 최종 성적만이 학생부에 기록되는 기존 입력 체제는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교육시스템에서나 요구되는 형식일 뿐이다. 이를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모든 세부영역별 성취기준, 획득점수, 성취도를 전부 기록하고, 거기에 담당교사의 정성평가 즉, 기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까지 상세히 기록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영역도 교과 교육과정과 동일하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등 모든 기록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입력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어서, 방과후과정을 기록할 수 있는 별도의 영역을 신설해 그 특성에 맞는 입력 방식이 마련돼야 하며,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정규교육과정’을 ‘방과후과정’보다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렇게 해야만 일선 고교들이 정규교육과정은 수능시험 중심으로 운영하며 학교교육과정을 왜곡시키고, 방과후과정에서 수시 전형을 대비한 각종 창의·인성·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으로 고교 교육을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부실한 기록, 부풀리기 기록, 위조된 기록 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일선 고교에 대해 엄정히 관리·감독·평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과 사회의 진정한 희망을 위해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의 왜곡 현상에 따른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확대하고, 심지어 산업사회 초반기에서나 적합한 시대착오적인 수능·배치표 체제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 기사, 칼럼 등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기사와 주장들은 한편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우리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부정적 시각이 이제 막 학생부종합전형의 활성화를 기점으로 교육다운 교육,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고등학교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고 또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강력한 학벌주의에 의해 지배돼 왔다. 이에 따라 전국의 대학과 학과를 얼마나 큰 부와 권력을 얻을 수 있는가에 비춰 끊임없이 서열화했고, 그 척도로써 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수능 점수나 교과내신 등급이 사용돼 왔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시대적·사회적·국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기존의 수능점수나 교과내신 등급이 기능해온 척도의 역할을 ‘학생별 종합적 평가 결과’가 대신하는 것일 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학벌주의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교육은 단기적으로는 시대적·사회적·국가적 변화와 요청에 따른 ‘공교육정상화 법과 원칙에 기반한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별고사’로 대입 전형을 혁신함으로써 진정한 창의교육, 인성교육, 진로교육이 전국의 모든 고교 현장에서 활성화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진정한 사회·경제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대학을 졸업하고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층,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반사회적 이기심의 만연, 기품있는 윤리와 덕성을 함양하지 못하고 순간적인 욕구와 욕망을 쫓아가는 타락한 문화, 점차 심화되는 우리 산업과 경제의 국제 경쟁력 약화 등, 지금 우리는 교육과정(창의․인성․진로교육)이 실종되고 황폐화되어온 고등학교 교육의 실패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한국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을 위하여 교육 가족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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