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 '자격고사'냐 '두 번 수능'이냐

   
▲ 한양대 정시상담 카페 [사진 제공=한양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자칫하다가는 수능을 두 번 치를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교육부에 제안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2월 13일 중앙일보의 보도로 공개됐다.

정부는 내년 고1 학생들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이 치르게 될 수능도 교육과정과 연계성 있게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수능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KEDI의 개편안은 크게 3가지 방안을 담고 있다. 1안은 현행 유지, 2안은 공통수능으로 자격고사화, 3안은 수능 이원화로 수능을 두 번 치르는 것이다.

먼저 1안은 '현행 체제 유지'다. 지금처럼 국·수·영에 탐구영역 중 하나를 선택해 수능을 치른다. 단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는 공통과목으로 바꾼다. 그러나 이번 수능 개편안이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을 거의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교육 관련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수시를 확대해 간다는 정부 기조와는 반대로 수능 영향력과 학생들의 부담이 여전히 크고,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나뉜다는 점도 지적되는 사항이다.

2안은 고1 때 배우는 공통과목만으로 시험을 치르는 '공통수능' 방안으로, 수능 자격고사화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전체 학생이 고1 때 배우는 국·수·영·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 등 6과목만 시험을 치른다. 2안이 채택되면 수능 시기가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로 당겨질 수 있다.

2안은 학생들이 수능 부담을 크게 덜어 고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진로교육을 확대하고 문·이과 통합 취지에도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최종적으로는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교육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안이라는 여론도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입시가 수시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고, 제도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고 설명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입 선발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담은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고 보면, 학생 선발에서 대학별 고사 비중을 억제하고 학생부 비중을 확대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지적이 많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마지막 3안은 수능을 두 번 치르는 '수능 이원화' 방안이다. 수능I 시험에서는 공통과목을 치르고, 희망자에 한해 수능II 시험에서 선택과목을 치르는 것이다. 시험 시기는 I·II차를 각각 3학년 1학기와 2학기, 또는 2·3학년에 나누어 치르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두 번의 수능 시험은 학생들에게 시험 이중고를 겪게 하고, 희망자만 2차 시험을 선택해 볼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중상위권 대학 이상에서는 수능II 시험을 반영할 확률이 높아 학생들의 수능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고교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두 번 치르는 3안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이 3안 모두에 성적 줄 세우기 식 수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전제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능은 미래 인재 선발이라는 입시의 대의 앞에서 수명이 다해가는 구시대적인 전형방법으로 전락해가고 있는데, 당국은 여전히 수능에 미련을 머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7학년도 대입 수험생 약 60만 명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31만여 명의 학생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수능을 치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관련 기사 링크]

   
▲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https://goo.gl/VKIShu

더욱이 4년제 대학에서는 전체 선발인원의 약 20%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극히 일부 대학,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수능 최저가 없다.

또한 전체 모집인원의 약 40%를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수능 최저를 차츰 없애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대학의 경우에도 수시 선발인원이 80%를 넘는다.

현재 대입전형 가운데 미래 인재를 키우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미래 변화 앞에서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수능을 기어이 살려 보겠다고 힘쓸 것이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의 미흡한 점을 개선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교육과정 전문가인 이동우 교사(대구 청구고)는 “기어이 수능을 존속시켜야 하겠다면, 수능을 지금처럼 성적 줄 세우기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수능 합격자에게 대입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식으로 자격고사화하거나 미국의 SAT처럼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 10년 동안의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를 지금은 1년 만에 따라잡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서나 필요했던 수능 제도를 겉모습만 바꿔 계속 이어가려 하는 것은 교육을 과거 시대로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중에 최종 확정된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대선 주자들의 교육정책에 따라 수능 개편안도 변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대통령이 누가 되든 수시 확대, 학생부 영향력 강화, 전형 간소화, 수능 영향력 축소 등의 입시 기조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교육계는 주문하고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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