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목 절대평가, 국영수 비중 줄이고 사회·과학 비중 강화해야”

   
▲ 한양대 정시상담카페 [사진 제공=한양대]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대입제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학교 교육과정의 대입 종속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될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수시 선발 비율이 크게 확대되면서, 수능 정시 대비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학교 교육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과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표되는 학생의 성장기록이 대입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학교 수업을 내실화하고 교과와 비교과 활동에서 학생의 성장 모습을 발견해 이를 학생부에 성실히 담으려고 하는 학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수능 정시 선발 비율이 축소되고 있다고는 해도, 수시 전형에 족쇄처럼 붙어있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수능은 수시에서조차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시 확대라는 변화된 입시환경 아래서도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EBS 교재를 푸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학교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겉으로는 대입에서 수시가 득세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입에서 그리고 일선 고교에서 수능의 위세는 여전히 공고해, 수능제도를 혁신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능 혁신이 교육 혁신이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교육부는 문·이과가 분리된 형태의 수능체제가 미래 사회의 융·복합 인재 양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수능 체제의 근간을 손질하겠다는 목표로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 초등학교와 2018년 중·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8학년부터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문·이과 공통과목을 신설하고, 연극·소프트웨어 교육 등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소양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토의·토론, 실험·실습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통해 핵심역량을 키우며, 결과보다 과정 중심의 평가도 확대된다. 이밖에도 교실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토론학습, 협력학습, 탐구학습, 프로젝트학습 등 교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강화한다.

이처럼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터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받게 돼, 이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 제도 역시 개편이 시급해졌다.

애초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교육과정 총론이 완성된 2014년에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능 개편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해 당사자들의 알력 등에 의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교육부는 무작정 논의를 중단한 채 수능 개편안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다가 결국 3년 예고제 때문에 더는 미룰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올해가 돼서야 마지못해 올해 7월까지 확정안을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수능개편안 발표를 늦추게 되면서 시행 시점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수능 제도 개선을 위해 힘써왔던 교육단체나 교육관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사교육걱정이 개최한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국회토론회' [사진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런 상황에서 3월 20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노웅래 국회의원과 함께 개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관련 국회 토론회’를 통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 김경범 교수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 한국교육개발원 박경호 부연구위원, 잠실여고 안연근 교사, 교육부 대입제도과 김태훈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교육걱정이 제안하는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설계의 세 방향은 첫째,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둘째, 시험 범위를 공통·통합과목 중심으로 전환 셋째, 국어·수학·영어 도구 과목보다 사회·과학 교과 비중 확대 등이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안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교과 수능 시험 범위 평가형식 문제형식
공통과목 일반선택
국어 공통국어 (학생부 교과) 9등급 절대평가 도입  
영어 공통영어 (학생부 교과) 9등급 절대평가(시행중)  
수학 공통수학 (학생부 교과) 9등급 절대평가 도입  
사회 통합사회 1과목 선택 9등급 절대평가 도입 통합사회 :
논·서술형 도입 검토
과학 통합과학 1과목 선택 9등급 절대평가 도입 통합과학 :
논·서술형 도입 검토
한국사 한국사   9등급 절대평가(시행중)  

 

전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하라
먼저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안을 살펴보자. 지금 수능제도는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 나머지 과목인 국어와 수학, 사회, 과학은 상대평가로 치르고 있는데, 이처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섞어서 시험 보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교육걱정은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가장 중요한 개선 원칙이 전 교과를 절대평가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상진 소장은 발제를 통해 “현재의 상대평가 체제는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며, 문제가 어려우면 더 맞히기 위한 경쟁을, 문제가 쉬우면 틀리지 않기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험이 아니라 다른 친구보다 잘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끝까지 안심할 수 없게 하는 평가”라고 꼬집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창의성, 협동심, 바른 인성 등은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옆 친구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국가표준화시험인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지금처럼 모든 학생을 세밀하게 한 줄로 줄 세우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평가 위주의 현재 수능제도는 학교 교육의 목표와 수단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능이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한 학교는 학생들을 줄 세울 수밖에 없다.

발제자 김경범 교수 역시 주목해야 할 수능개편안의 첫 단추가 절대평가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될 수능 개편안이 여전히 상대평가를 포함한다면 사실상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능이 될 것이고, 상대평가가 지속되는 한 미래 교육을 위한 학교 교육의 혁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경쟁이 완화되는 것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의미한 절대평가가 돼 경쟁의 강도가 확실하게 완화되려면 1등급에 대한 비율이 의미 있게 늘어나야 하고, 5등급 수준 정도의 절대평가를 통해 상위 10%~20% 학생들에게 더는 세밀한 변별력을 요구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수능 시험 범위를 공통과목·통합과목 중심으로 조정하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반영해야 할 두 번째 원칙은 교육과정 개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수능 시험 범위를 공통과목·통합과목 중심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수능은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평가이므로, 교육과정 개정의 특징과 목표 역시 수능에도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첫 번째 핵심 사항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을 도입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한다. 이 취지를 살려 수능 시험 범위도 공통과목·통합과목 중심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지필식 평가에 합당한 과목이 아니라면,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공통과목·통합과목 중심으로 수능 시험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1학년 과목으로 수능 범위를 제한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은 보다 자유롭게 수업과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은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과목의 경우 EBS 교재 문제풀이에 함몰돼 있다. 이런 학교 교육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2·3학년 선택과목이 수능에 들어가지 않으면, 1학년 공통·통합과목을 2학년과 3학년 때도 무한반복해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상진 소장은 기우라고 단언했다. 안 소장은 “지금과 같이 학생부 종합전형이 활성화돼 있고, 학생의 교육과정 선택권, 모집단위에 맞는 선택과목의 성적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수능만을 위해 2·3학년 선택과목을 포기하고 수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영·수 비중 줄이고, 사회·과학 비중 강화하라
사교육걱정은 마지막으로 2021학년도 수능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국어·수학·영어와 같은 도구 교과의 비중을 줄이고, 사회·과학 교과의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어·영어·수학 같은 과목은 그야말로 학문을 하거나 직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도구적’ 성격을 갖는 과목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인문사회·과학 영역의 콘텐츠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므로, 고등학교 단계에서 콘텐츠 중심의 사회와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수능 역시 당연히 그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 원점수의 합은 300점인 반면, 탐구과목인 사회와 과학은 선택하는 2과목을 합해도 100점에 불과하다. 국어·수학·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 탐구는 9과목 중 2과목, 과학 탐구는 8과목 중 2과목을 택하게 한 데 반해, 수학의 경우는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마지막 3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실질적으로 배우는 모든 과목을 시험 보는 실정이다. 특히 이과 수학은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다 배울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방치해, 그 여파가 초등학교 고학년의 수학 선행학습 열풍까지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수학·영어 등 도구 교과의 비중을 줄이고, 실제 적성에 따른 전공과 관련된 사회·과학의 비중을 강화하는 변화가 필요 하다는 것이 사교육걱정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사교육걱정은 수능 시험 범위에 사회와 과학 선택과목에서 각각 1과목씩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적성에 따른 전공 관련 탐구 영역의 중요성을 높이고, 국어·수학·영어가 아니라 사회와 과학에서 변별력을 보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어·수학·영어의 2·3학년 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이 아니라 학생부의 교과성적과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 등을 반영해 선발에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모든 대학에서 필수로 요구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대학의 학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평가제에서도 충분한 변별력 확보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능 개편안에서 전 영역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수능 중심의 정시 모집에서 상위권 일부 대학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 해당 대학의 대학별 고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상진 연구소장은 “9등급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8개 영역을 모두 반영한다면 상위권 대학도 충분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은 2021학년도 수능에 대해서 수험생이 응시해야 할 영역을 공통국어, 공통영어, 공통수학, 통합사회, 선택사회(1과목), 통합과학, 선택과학(1과목) 등 총 8개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한국사와 영어에서 9등급 절대평가가 도입된 상황에서, 이를 다른 과목까지 확대하고 사회와 과학에 선택과목을 하나씩 더 추가하게 되면, 총 8개 과목에 9등급 절대평가 도입으로 최대 72등급까지 늘어나게 된다. 어떤 학생이 전 과목 1등급이라면 등급 합이 8이 되고, 발생할 수 있는 등급 합의 경우의 수는 무려 ‘72-8+1=65’가지나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응시 영역 수가 늘어날수록 모든 영역에서 중복으로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수는 급격히 감소한다. 여기에 모집 단위별로 영역별 가중치를 허용한다면, 수능의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수능 개편안 필요
문제는 수능개편안에 대한 논의의 과정이 지난 3년간 없다 보니 여러 가지 추측과 이해관계에 따른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능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교육부는 서둘러 안을 제시하고 열린 장에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현실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안정적인 수능 개편 방안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현실을 크게 변화시킬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한 때다. 현실에 무리를 주지 않은 수능 개선안을 선택하고자 했다면, 2017학년도 수능 제도를 고칠 이유도, 2년에 걸쳐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밟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5월 공청회를 통해 7월 발표하겠다고 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사실상 새 정부가 발표하는 첫 번째 대학입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철학으로 교육적 가치를 담아내는 정책이 되도록 이번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이 설계돼야 한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56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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