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부터 교사 추천제 도입..내신X 교사추천서·학생부·자소서·면접O
▲ 연세대학교 [사진 제공=연세대] |
연세대학교가 현재 중3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 ‘교사 추천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해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세대가 추진하는 교사 추천제는 고교 지도 교사 2명의 추천이 있을 때 내신 등급에 상관없이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심층면접으로 100명 내외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원 제한이 있고 성적 위주로 운영되는 현재의 학교장 추천제와는 차이가 있다. 연세대는 학교당 추천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교사들의 자발적인 학생 추천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전형을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프로젝트 학습이나 거꾸로 교실 등 새로운 학습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수험생에게는 면접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해 교육과정을 학생의 성장과 활동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교에 대해 유의미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쉽게 말하면 교과성적과 학생부 기록 내용이 비슷한 수험생이 있을 경우, 학종형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고 있는 고교의 수험생이 그렇지 않은 수험생보다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학이 학종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 수험생에게 면접에서 가산점까지 부여한다면, 일선 고교가 학종형 학교 운영으로 체질을 개선해 가는 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전형과 전형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수능 고득점자 대부분이 암기 위주 반복 훈련에 길들여져 대학이 원하는 인재로 키워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만 바뀌어선 안 되고 고교 교육 현장이 변화할 수 있도록 교사 추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교사가 ‘어떤 학생이 공부는 잘 못해도 뭔가 될 것 같다’고 인정하면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교사 추천서와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심층 면접을 진행해 최종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사회 변화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산업 차원의 변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명사회 전체의 변화가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정답을 잘 찾아내는 ‘수능형’ 인재가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공감능력, 인성, 지적 호기심, 창의력 등을 고루 갖춘 ‘학종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연세대의 이 같은 파격 행보에 현장 교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소재 고교의 한 교사는 “수시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수능 문제풀이 중심 학습을 강제하고 있어 큰 문제”라며 “연세대의 교사 추천제와 학교 평가를 면접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은 학교가 새로운 수업 방식을 도입하고 수능 중심에서 수시 중심으로 교육 방향을 바꾸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교사나 관리자 등의 의식 변화가 없는 한 새로운 수업 방식과 교사 추천제도 결국은 학교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성적순 밀어주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천안복자여고 정명근 교사는 “일선 학교의 교육 방향이 수능 문제풀이 중심으로 설정돼 있다면, 제 아무리 좋은 수업 방식을 쓰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거꾸로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자체를 학종형 수업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업시간에 수능 문제집을 풀 때도 거꾸로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을 도입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활동하는 학종형 수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책을 읽고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국어, 영어 실력을 결정적으로 올려주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인데도,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손에서 책과 휴대폰을 뺏고 문제집을 쥐어주고 있는 형편”이라며 “교사 추천제가 성적은 좀 떨어져도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을 통해 미래 역량을 키운 학종형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정작 현장 교사들은 연세대의 기대와 달리 교사 말 잘 들으며 문제지를 열심히 푼 성적 우수 학생들에게 추천서를 써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일선 고교의 적극적인 교육환경 개선 의지와 변화 없이는 부작용만 커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연세대의 이런 시도는 수시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교가 여전히 수능 대비 문제풀이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대로 대학의 전형 다양화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교육 목표를 바로 세우고 교육 방향을 명확히 잡겠다는 학교 교사와 관리자의 의지다. 연세대가 교사 추천제 같은 파격 전형을 도입하는 취지도 결국은 고교 현장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학교 변화는 교사들의 손에 달렸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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