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버리지 말라
어렸을 때, 칼 세이건(Carl Sagan)의 저서 <코스모스>가 좋아서 보고 또 봤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 인생의 목표는, 세상이 탄생하는 모습과 과정이 궁금한데,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없으니 이 세상이 끝나는 모습이라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천력을 겸비했다면 히어로에게 차지게 당하는 악당 캐릭터가 하나 탄생할 뻔했지만 다행이 그렇지 못해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세상 역시 문제는 많지만 아직까지 망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성장하게 되니, 우주나 지구의 탄생과 같은 너무 먼 이야기보다는 고대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시조 단군 이야기나 최초의 국가라던 수메르, 사람이 만들었을까 싶은 이집트 피라미드와 같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언제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분야였습니다. 고대 역사는 저에게 그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화수분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를 가르는 결정의 시기가 오자, 저는 역사학과를 가겠노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아버지는 먹고사는 데는 공대만 한 데가 없다 하시며 “무조건 이과!”를 외치셨습니다. 결국, 새벽까지 계속된 부자의 고집 싸움에서 전 아버지 고집을 꺾지 못하고 이과를 가게 된 것이 현재 전기공학자가 된 배경입니다.

물론 전기공학과에 진학을 하면서도, 제 꿈은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군에 다녀와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점점 꿈의 스케일은 줄어들어, 꼭 역사학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역사와 관련한 책을 한 권 쓰자는 정도의 타협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역사자료들을 모으면서 준비 중입니다.

전공인 전기공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으로 ‘물리반’에서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에 관심을 쏟았지만, 막상 전공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결정하는 매우 중차대한 일임에도, 하고 싶은 일보다는 먹고사는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전기재료공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는데, 박사과정에서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OLED와 같은 디스플레이 분야로 옮겨가게 되고, 다시 KAIST에서 연구교수를 하면서 그와 유사하지만 다른 분야인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다가, 지금은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울산과학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PKmM


작은 실천에서 좌절하지 말라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지만, 제 인생은 늘 극과 극에서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시작과 끝, 오래된 역사와 첨단기술들……. 전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거리를 가진 두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머리를 복잡하게 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한 군데만 지속적으로 집중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 반해, 전혀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나누게 되면 머릿속이 재정비되면서 조금은 신선하게 바뀌게 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성공사례를 만들면서 성장하라는 이야기를 해왔는데, 정반대의 내용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 글은 오히려 반대로, 큰 목표를 먼저 정하고 작은 계획들을 계속 수정하면서 나아가라고 충고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작은 실천에서 좌절을 많이 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은 실천에서 좌절하면 자신의 끈기 없음에 스스로에게 돌팔매질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실패가 계속되면, 작은 성공에서 얻으려던 성공의 DNA가 실패의 DNA로 바뀌게 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큰 목표만 설정하고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접근하는 것은 나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줍니다. 한 곳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곳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모습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삶에 융복합적 사고를 적용하라
세상의 모든 일에 다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가치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나 책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가치를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리트라고 하면 주로 암기력이 좋은 친구들을 말했습니다. 교육과정도 대부분 암기력을 겨루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엔 다른 인재를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할 일을 인공지능이 해주는 상황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외우는 건 AI가 사람보다 낫습니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일반적인 판단 정도는 사람이 아닌 AI에게 맡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역할은 점차 사라질까요?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는 것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암기력만 좋아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암기도 잘해야 하지만, 운동도 잘해야 하고, 음악적 재능도 있어야 하고, 심지어 그림도 잘 그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소위 여러 분야의 지식을 창의적으로 섞어 새로운 무엇으로 만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융복합적 사고를 꼭 취업과 직업에만 연관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게 우리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중 우리 삶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부분은 3D 프린터입니다. 지금부터 20~30년 후면, 자기가 필요한 제품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기가 직접 만들어 쓰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가 취직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 그때도 선망하는 곳으로 남아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이며 사람 맛 나는 목표를 세우라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사람보다 장치들이 더 스마트한 세상이 온다는 점입니다. ‘스마트’라는 말이 21세기 초에 화두가 된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스마트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나 믿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다시 이야기를 앞으로 돌려서, AI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하게 될지언정,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인간은 AI에게는 없는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 미래의 삶에 무척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관심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영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미래를 향한 필수적인 소양입니다. 그것을 위해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무생물적인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만드는 사람’, ‘사람들의 불편한 무엇을 개선하는 사람’처럼 보다 구체적이고 사람 맛이 나는 목표를 만들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지나온 20여 년과는 비교도 안 될, 다가올 20여 년에 일어날 엄청난 변화! 아마 우리는 상상 이상의 것들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72
 

   
▲ 진로 설계 필독서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출간 https://goo.gl/SVmxY3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