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합격생 한 명도 못 냈던 일본 시골학교, 수업 혁신 후 132명 합격신화 썼다
핀란드가 2020년까지 교과 중심 수업 틀을 버리고 의사소통능력,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등 4C 능력를 키우는 방식으로 수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밝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C는 위에서 열거한 능력의 영문 앞 철자인 C 4개를 묶어 붙인 말이다. - 편집자 주 |
국어 교사, 교과서를 버리다
▲ 최수일 박사 |
일본의 나다중고등학교 국어교사였던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의 이야기다. 나다중고교는 사립학교로 6년 동안 한 교과를 교사 한 명에게 배운다. 하시모토 선생님은 30년 동안 5개 학년 1000여 명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나다학교에 입학한 중학생들은 하시모토 선생님을 만나면 교과서를 버리고 3년 동안 <은수저>라는 소설책 한 권을 읽는 수업을 받는다. 교직 16년 차에 하시모토 선생님이 이런 수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고백이다.
“평소처럼 설렁설렁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혹시 중학교 국어 시간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합니까? 교사가 됐을 때 나는 그렇게 자문해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니까요.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기는 했지만 수업 자체에 대한 인상은 제로에 가까웠지요. … 그래요. |
소설 <은수저>(나카 간스케 저)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보다 한두 해 어린 학생으로, 중학생들이 충분히 정서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래서 하시모토 선생님은 <은수저>의 주인공이 겪는 경험을 학생들에게 똑같이 경험하도록 하면서 일본의 1900년대 초반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소설에서 아이가 연을 날리는 일화가 나오면 하시모토 선생님은 소설책을 당분간 덮어놓고 미술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 각자가 연을 제작하도록 하고, 며칠에 걸쳐서 완성된 연을 가지고 직접 야외로 나가서 연을 날리는 데까지 성공하고서 다음 내용을 읽는다.
교과 통합학습으로 소설책 한 권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가르쳐
저자는 이것을 ‘샛길학습’이라 했다. 학생들이 흥미를 좇아서 샛길로 빠지는 수업이자 통합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통합 교육은 미술뿐만 아니라 수학하고도 이루어지기도 했다.
일본말 ‘네즈미잔(鼠算)’은 쥐가 번식하듯 급속도로 불어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 표현이 소설에 등장하면 어떻게 변하는 것이 기하급수적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접 수학적인 계산을 경험하게 하는 식이다.
정월에 쥐 부부가 새끼를 12마리 낳았고, 2월에는 그 자식들이 새끼를 12마리씩 낳았다. 이런 식으로 매달 진행된다면 12월에는 몇 마리가 되겠는가? 이 문제를 직접 계산해 본다. |
정말 ‘억!’ 소리가 절로 난다. 이렇게 빨리 늘어나는 것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면 아이들은 국어 시간이지만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새로운 용어를 배워 나간다. 이와 같이 모르는 것 전혀 없이 완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도록 책 1권을 철저하게 음미하는 미독(味讀)이 ‘슬로 리딩’이다.
그러면서도 하시모토 선생님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차별한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을 할 때도 가르친다기보다는 지식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얕게 해서 학생들이 마음껏 의문을 갖도록 했으며, 누구나 흥미의 대상을 찾고 점점 거기에 빨려 들어가도록 했다.
한 학년이 200명인 시골의 작은 학교 나다중고교는 그때까지 도쿄대학교 입학생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시모토 선생님의 <은수저> 1기 학생 가운데 15명이 도쿄대학에 합격하면서, 일본 전국 고교별 도쿄대 합격자수 랭킹 22위로 냉큼 뛰어올랐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6년 뒤 <은수저> 2기는 39명, 그 다음 3기는 무려 132명이 합격해 전국 고교 랭킹 2위를 기록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중고교로 우뚝 섰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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