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부하는 체육특기자' 육성 방안 발표

   
▲ 한양대 체육대학 정시 실기고사 [사진 제공=한양대]

현재 고1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전형에서 학생부 교과성적(내신)과 출석 반영이 의무화된다. 또한 현재 초6 어린이들이 치를 2021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체육특기자 선발에서 내신 최저학력을 반영하도록 해, 일정 수준의 내신 성적을 넘지 못하는 학생들은 입시에서 탈락하게 된다. 최저 학력에 미달한 체육특기자는 전국대회와 국제대회 등 공식경기 참가도 제한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4월 9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정유라·장시호 등 전 대통령 비선실세 자녀들이 대학 입학과 재학 중 불법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체육특기자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교육부는 그동안 체육특기자 제도가 엘리트 선수 양성만을 위해 운영돼 왔다는 비판 속에서 권력형 입시 비리 의혹까지 터지자, 학사와 입시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육성하고 체육특기자 선발을 투명화하해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특기자가 초중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체육특기자 부정 입학을 근절하기 위해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입 체육특기자전형에 내신 반영 의무화, 최저학력 미달 시 대회출전 제한
체육특기자 제도개선 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학사관리를 강화해 현재 초6 어린이가 치르는 2021학년도 고입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시 시도교육청 여건에 따라 내신 성적 최저학력 도달 여부를 반영하는 최저학력제를 시행한다. 또한 학교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최저학력에 미달한 체육특기자는 전국대회나 국제대회 참가를 제한할 계획이다. 적용시기는 법령 개정 후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한다.

현행 최저학력은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 평균점수의 50% 이상이며,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30% 이상이다. 예를 들어 학년 평균이 60점이라면 초등학교는 30점 이상을 맞아야 최저학력 기준에 들 수 있고, 중학교는 24점, 고등학교는 18점 이상을 맞아야 한다. 

한편, 2018학년도부터는 체육특기자의 전국대회 참가횟수 제한을 폐지하고, 대회나 훈련 참가 시에는 출석으로 인정하는 일수를 수업 일수의 3분의 1까지 허용한다. 단, 2017학년도에 한해 현행 전국대회 참가횟수 제한을 유지하되 방과 후, 주말, 공휴일 대회 참가는 전국대회 참가횟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체육특기자의 수업 참여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사관리를 강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충학습을 제공한다. 정규수업을 받은 다음 훈련에 참가하도록 하고, 훈련장소가 학교 밖에 있어 정규수업 이수가 불가능할 경우 보충학습 제공, 출결처리, 안전대책 등에 관한 사항을 해당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체육특기자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e-school)을 활용해 보충학습을 제공하며, 온라인 수업은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시한다. 온라인 수업은 2015년 8개 교에서 테스트 운영을 시작해, 2016년에는 127개 교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중고등학교 2,605교에서 전면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선수의 진로진학을 돕기 위한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고, 진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체육 분야 대학진학 및 직업 선택 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등 체육특기자에 대한 진로·진학교육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에 내신, 출석 반영 의무화, 실기면접에 외부 평가위원 참여
체육특기자 부정입학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고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대입 체육특기자 전형에도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진다. 

우선 2020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요소에 학생부 교과성적과 출석 반영을 의무화한다. 대입전형기본사항 규정에 이 같은 내용을 추가하고, 반영비율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

또한 면접과 실기평가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면접과 실기평가 시 3명 이상으로 평가위원을 구성한다. 이 중 1/3 이상은 외부위원으로 구성해 타 학과 교수나 입학사정관 등이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는 공정성 의원 참여를 의무화한다.

2020학년도부터 대입 모집요강에 단체종목 포지션별 모집인원과 개인종목의 각 종목별 모집인원을 의무적으로 명시하고, 실적평가 시 정량평가 기준 역시 모집요강에 상세히 공개한다.

더불어 지원자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대회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단체종목에서 개인 경기실적 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인 경기실적 확인서를 발급하는 단체종목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2016년에는 축구, 야구, 농구에서 개인 경기실적증명서가 발급됐고, 2017학년도에는 핸드볼, 럭비, 아이스하키 등이 확인서 발급을 시작한다. 

교육부는 개선방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체육특기자 전형 서류 보존기간을 4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전형 개선정도를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문체부의 운동부 지원 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대입전형기본사항의 의무기준을 위반하는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모집정지 명령 등 엄정한 조치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대학 공결, 수업 절반 넘지 않게, 훈련기간은 시험 대체 안 돼(국가대표 제외)
대학 학사 분야에서는 체육특기자도 정상적인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기 위해 학사관리 규정을 명확히 했다.

학사 특례 인정 대상을 종목별 경기단체에 등록된 학생으로 통일하고, 출석으로 인정하는 공결 기준을 전체 수업일수의 절반이 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대회출전 기간과 시험 기간에만 시험 대체를 인정하고 추가시험, 과제물 제출 등을 의무화하되, 국가대표로 소집된 선수는 훈련기간에도 시험 대체를 인정하기로 했다.

재학 중 국내・외 프로에 입단하는 학생은 체육특기자가 아닌 일반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출결, 성적 등을 적용하고, 졸업학기 조기 취업자는 주말 강좌, 집중 이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체육특기자의 학업 수준, 전문성, 진로 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대회 출전 등으로 수업 참여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튜터제 도입 등 학습 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가대표(상비군 포함) 입촌자 등을 위해 ‘이동수업’, ‘온라인 수업’ 등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스포츠문화연구소 주최 토크쇼 [사진 출처=스포츠문화연구소]

"양보다 질, 운동시간 줄이는 게 먼저"
한편, 체육계에서는 교육부의 개선 방침이 무엇보다 체육특기자가 처한 현실에 맞게 고려되고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발표에 앞서 스포츠문화연구소는 4월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어떡하죠?'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이날 토크쇼에서 참가자들은 "최저학력제는 찬성하지만, 그 방법론은 철저히 학생선수 측면을 고려해 마련되야 한다"는 주장에 인식을 같이했다.

토크쇼에 참가한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훈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도 운동을 잘하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네덜란드 프로축구단 아약스를 예로 들며 "아약스는 18세 이하 선수에게 수업을 모두 받게 하고 훈련은 2시간30분만 시키지만, 그래도 18세 선수 중 70%가 프로선수가 가 된다"고 설명했다.

최승표 코치라운딩 대표는 "운동량과 성적은 큰 관련이 없다"며 "우리나라 학생선수들은 운동을 너무 많이 하고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 최저학력제는 이런 학생들의 실상에 맞게 세부 방법론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살인적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는 학생선수들에게 최저학력제는 얼마 되지 않는 쉬는 시간을 더욱 줄게 만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최저학력제 도입을 위해서는 학생선수의 과도한 훈련 양과 훈련 시간에 대한 개선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교육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37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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