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이 교실을 바꾼다!

   
 

불안은 누가 만들어 내는가
‘도입 취지 어디로…학종 ‘사교육 유발 전형’ 오명’
‘사교육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 1순위에 학종’

얼마 전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가 주관한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몇몇 기사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목만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야말로 사교육의 온상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사는 한 교육단체에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전국 고교 2학년 학생 및 학부모, 2학년 담임교사와 진로진학담당교사 등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자료로 ‘현행 대입제도에 대한 복잡성 등 대입전형 전반에 대한 인식’, ‘학생부종합전형 등 각 전형의 부담스러운 요소와 사교육 유발 관련 사항’, ‘각 전형의 취지 달성 여부’, ‘향후 개선 방향’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때 마침 참석하고 있던 포럼에서는 동아대 강기수 교수가 <학생부 위주 전형에 대한 고등학교 교사의 인식 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미치는 사교육의 영향에 대한 인식에서 수능 최저기준(78.2%), 자기소개서(74.9%), 면접(71.5%), 학생부교과성적(69.8%) 등이 사교육의 영향을 받는 항목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제목으로만 본다면 상반된 내용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보도가 사실일까? 그 단체의 보도자료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현행 대입전형이 복잡하고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는 고교 서열화를 고착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사교육을 많이 유발하는 전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1순위고 꼽고 있었으며(학생 27.5%, 학부모 29.4%, 교사 25.2%) 그중 유발요소 1순위는 고교 내신(학생 93.7%, 학부모 89.3%), 2순위는 수능(학생 34.8%, 학부모 40.1%)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준비할 영역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비교과활동에 대한 준비부담을 호소(학생 86.7%, 학부모 85.3%, 교사 92.5%)했고, 소논문 및 R&E, 교내대회, 각종 인증시험 등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사교육 유발이라는 측면에서는 비교과 관련 전형 요소의 응답률이 5~10% 미만에 불과했다.

결국 이 보도자료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 요소로 고교 내신과 수능이 가장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언론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이라고 말하는 걸까. 고교 내신과 수능에 사교육 유발 요인이 많다는 사실은 이미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 아닌가.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지만 애석하게도 사교육 의존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또한 고교 내신과 수능은 학생부종합전형에만 있는 평가 요소가 아니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전형에도 있다. 오히려 그 단체의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수시의 모든 전형에 반영되고 있는 고교 내신, 즉 학생부 교과의 문제는 학교 수업과 평가의 혁신으로 풀어야 합니다. 학교 교육의 수업과 평가를 개선시켜 고교 학생부의 교과 기록을 대학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 및 과정 중심의 수업과 함께 평가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학생부 기록 개선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교과 별로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알아낼 수 있는 평가항목을 만들고, 각 항목에 대한 성취를 A~E로 표시한 후 그 성취의 과정을 교사가 서술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7. 2.10 보도자료)”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고교 현장에서는 단순하게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한 고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록은 평상시 학생을 모습을 지켜본 교사만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서 교수사정관으로 참여한 권용억 교수는 학생부 기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부 기록이 평범합니다. 특별한 모습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학생부 중에 눈이 번쩍 뜨이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학생부의 공통점은 구체적이라는 점입니다. 학생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죠. 면접에서 이를 확인해 보면 학생들은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활동에 대해 자신감 있게 말하죠.”

‘능력 및 과정 중심의 수업과 함께 평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결론은 대다수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견해와 유사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실을 바꾼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서류는 학교생활기록부이다. 그런데 학교생활기록부가 교사들의 업무를 더욱 과중하게 하고 있다. 10개의 항목에 입력해야 할 거리도 많고, 지침도 까다롭다. 본질적인 것보다는 지엽적인 것으로 교사들을 괴롭힌다.

‘점’을 넣고 빼고, 특정 글자를 넣고 빼라는 등 교사들의 평가권을 인정하기보다는 서류 작성 업무로 접근하게 한다. 글자 수 제한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게 한다.

그래도 이런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의 간섭은 교사들에게는 끔찍한 일이 된다. 자기 자녀만 바라보며 요구하는 이른바 ‘진상’ 학부모들을 만나게 되면 교사들은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자존감마저 모두 잃게 된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입장도 있다. 학생에게 관심 없는 교사를 만나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 현장을 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문제풀이만 반복하던 과거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수업을 고민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스펙의 양으로 결정되는 전형이 아니다.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록을 하기 위해 수업을 다양하게 바꾸다 보면 학생 활동은 번잡하게 일어나지만 정작 중요한 배움을 놓치기 쉽다. 학종은 수업시간에 학생의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고 확산되어 가는가를 살핀다. 이 기록은 학생부의 특정 항목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의 여러 항목을 읽어보고 판단한다. 그럼 교사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생부 기록, 3월부터 시작된다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https://goo.gl/wvn93Z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정-수업-평가’라는 교육활동 속에서 학생이 성장한 모습을 담아야 한다면 3월 첫 만남부터 학생부 기록은 시작된다. 교사는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교과교육과정을 디자인하고 내용에 따라 수업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3월 첫 시간에는 자신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올해는 이렇게 시작해 보자.

다음 사례는 한 교사가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교육활동계획이다. 이 계획표에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순서로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함께, 이를 학생부 기록에 담는 방식까지 제시했다.

■ 사례 1> ‘교육과정-수업-평가’에 대한 소개

1. 경청,
표현과
활동중심의
교육과정
가. 짝(멘토-멘티)활동, 모둠활동을 기반으로 수업활동 전개
나. 모둠협력학습, 책임이양학습, 우리도 샘, 선생님과 함께 샘 수업 등
다. 주당 1시간 도서관 활용 수업 전개(문과만 해당)
2. 성장
중심의
수업
밀착형 평가
자필평가(70%) 수행평가 (30%)
서·논술형 선다형 과정점수1 주제탐구1 선생님과 함께 샘 독서탐구 (황순원) ?
49% 21% 5% 5% 5% 5% 10%
·과정 점수(개인별 발표, 경청, 협력, 모둠점수, 상호평가)
·주제탐구 발표(개인평가+모둠평가+상호평가+계획서+ppt+발표+보고서)
·선생님과 함께 샘(개인점수: 참여+발표+보고+모둠점수+상호평가)
·독서탐구(황순원의 소설 읽기, 소설 토론하기, 백일장 쓰기, 주제발표하기
→ 반당 1팀씩 선정 → 토론대회와 문학의 밤 주제 발표 대회에 참가)
·?

■ 사례 2> 사례 1에 이어 ‘기록’을 담는 방식까지 안내한 자료

3. 수업밀착형
평가의 학생부
기록
·학생이 수업시간 중에 활동하고, 발표하고, 게시하고, 제출한 사항을 조사하고, 관찰하고, 평가하여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학생부 교과세부능력에 누가 기록함
·교사가 조사하고 관찰하고 평가한 것 외에는 일체 참고하거나 기록하지 않음
[예시 1]
‘그 여자의 집’을 읽고 소설의 인물과 활동상황을 종이에 게시하고 발표함.
자신의 인생을 바꾼 예에 대하여 12가지 이유를 들어 발표함.
‘과학자의 서재’라는 글을 요약하는 활동을 통해 글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였으며, 이를 모둠활동을 통하여 게시하고 발표함.
‘일’이라는 설명문을 읽고, 모둠 내 협력학습을 통하여 문단별로 요약한 후,
‘나의 직업에 대하여’라는 글을 써서 게시함.
특히 모둠의 대표로서 다른 모둠원이 어려워하는 문단별 요약하기를
가르쳐주고 이를 발표할 수 있게 함.
‘사미인곡’에 나타난 ‘그리움’의 정서에 대하여 조사 발표하고, 이를 게시함.
[예시 2]
정지용의 삶과 시‘에 대한 탐구학습을 2시간 하고, ’정지용의 유리창과 천상병의 귀천에 나타난 죽음의 의의 비교‘라는 주제로 모둠별 과제 연구를 하고,
두 시인의 죽음을 대하는 정서와 시어 사용의 차이를 사회자역을 맡아
상황극을 통해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반 대표로 추천되어 교내
‘가족과 함께하는 문학의 밤’ 행사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제탐구
발표를 함으로써, 시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적인 능력을 보임.
다음날 충북 옥천 정지용 생가를 방문하여 작가의
삶과 문학에 대하여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춤. 

일반적으로 교육활동계획은 사례 1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는 자신의 수업, 그 수업에 따른 평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학생부 기록으로 담아낸 사례를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우리 학생들도 교사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말하는 이유와, 이 방법이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박웅현의 저서 <책은 도끼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창의력이란 결국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을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교실의 변화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수업과 평가의 변화에 대해서 수많은 말들이 나왔다. 자료, 사례는 주위에 흔하다. 실천하는 이들도 넘친다. 그럼에도 정작 ‘나’의 변화는 더디다. 변화에 둔감한 나는 정작 문제가 없다. 다만 나를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지체 현상이 벌어진다.

교사는 상대적인 직업이다. 늘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 동료들과 만나야 하고 아이들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이 상대는 늘 같지 않다. 동료들이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학생들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이런 상대성에는 ‘들을 마음’의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매우 크다.

3월이다. 새로운 만남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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