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의 정신, 촛불혁명으로 부활..촛불 의미 지워선 안 돼

   
▲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 [사진=에듀진]

오늘로 4.19혁명 57주년을 맞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지 57년만에 국민들은 다시 차디찬 광장에 나가 유치원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며 손을 맞잡았고, 결국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위대한 국민들의 촛불이 있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 실시된다. 초겨울 한파와 함께 치러졌던 지난 대선들과 달리 본격적으로 녹음이 우거지고 장미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대선일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이들이 이번 대선을 두고 ‘장미 대선’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장미 대선이란 별명은 시기상으로만 보면 적합한 이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어떻게 치러지게 됐는가를 생각한다면 이번 대선만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희석시키는 사려 깊지 못한 조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추운 겨울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헌법정신을 유린한 박근혜의 탄핵을 외쳤고, 그 절절한 민심이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촛불의 힘으로 이뤄낸 조기 대선을 ‘촛불 대선’이 아닌 ‘장미 대선’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국민의 승리라는 역사적 의의를 애써 지우려는 의도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장미 대선 운운은 국민 우민화 시도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3S를 필두로 한 우민화 정책이 대대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3S, 즉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 등과 관련한 대중문화가 5공 시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5·18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3S로 돌려놓고 대중을 눈을 가린 채 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독재자들은 이런 수법 외에도 여러 기만책으로 국민을 지배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실업배구, 실업농구 등에 지역 연고제를 도입해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확대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해 전국을 유흥업소의 천국으로 만드는 한편, 포르노 비디오테이프와 저급하게 성을 파는 질 낮은 성애 영화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게 했다. 모두 국민들이 독재에 눈 감고 말초적인 감각에만 집중하도록 해 정치와 멀어지게 하려는 수법이었다.

국민 기만의 또 다른 방법이 입시 과열을 조장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잡아두고 학생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차단한 채, 너도 나도 1등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경쟁 레이스에 학생들을 밀어 넣고 성적 줄 세우기 식 대입제도를 공고히 해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재자일수록 학생·청소년을 두려워한다. 올바른 정치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은 정의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3.15의거나 4.19혁명 등 지난 역사를 통해 똑똑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 호서대학교 입학처 http://goo.gl/gd3a2b


정권이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며 청소년들은 또 한 번의 파란을 맞는다. 전두환 정권의 외국어고, 과학고 도입, 문민정부의 국제고 신설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명분 아래 2010년 자사고 도입을 강행한 것이다. 귀족 학교라고 불리는 자사고의 폐해는 특권교육, 차별교육, 일반고 슬럼화 등 셀 수 없이 많다. 고교 서열화로 인해 학생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치열한 학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반복되고 있다.

거기다 만 18세 청소년들이 국방, 납세, 근로, 교육의 의무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참정권은 보장받지 못하는 세계에 몇 안 되는 나라 중 한 곳인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정치인들의 귀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전 세계 196개 국 중 170여 개 나라에서 만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만 16세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주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한 채 만 18세 청소년에 대한 참정권 부여를 기를 쓰고 막으려는 몇몇 정당은 청소년 권익 보호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이번 촛불 정국에서 청소년·학생들은 4.19혁명에서와 같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1960년 4.19혁명은 국민의 힘으로 이승만 정권을 종식시킨 민주주의 시민혁명이다. 이날 하루에만 서울 104명, 부산 13명, 광주 6명 등 총 123명이 무장 경찰에게 죽임을 당했다.

희생자 가운데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4.19 당시 수송국민학교 6학년 학생이었던 전한승(13세) 군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참극을 당한 것이다. 이에 초등학생들까지 시위대에 합류해 '부모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눈물로 민주주의를 외쳤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승만 정부는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무서운 기세로 타올랐다. 4월 25일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문 발표에 이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시위에 나서자, 1만 명의 군중이 그 뒤를 따르며 호응했다.

교수들은 ‘선거를 다시 실시하라’는 시위대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이승만 하야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음날은 3만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이승만 하야를 요구했고, 마침내 이승만은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했다.

4.19혁명의 정신, 촛불혁명으로 부활
시간은 흘러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정권의 부정부패에 분노한 3만 시민들의 촛불이 광화문에서 밝혀졌다. 이후 촛불광장에 모인 시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12월 말까지 촛불집회 총 참석인원이 주최측 추산 1천 만 명을 넘어서는 기적 같은 기록을 세우며, 정권 퇴진을 성공시킨 대규모 평화 시위로 전 세계로부터 감동의 박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전원일치로 인용되면서 박근혜는 이승만에 이어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려진 두 번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4.19혁명과 마찬가지로 촛불시위 역시 어른은 물론이고 나이 어린 학생과 어린이까지 수많은 국민의 참여가 있었다. 그 중에는 “이게 나라냐!”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던 중고생들도 있었고,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 자괴감이 든다”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담아 피워 올린 촛불은 결국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당시에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현실로 가능케했다. 이런 역사적 의미가 담긴 5월 대선을 ‘촛불 대선’이 아닌 ‘장미 대선’이라고 고집스럽게 칭하는 것은 혹한의 광장에서 시린 손을 마주잡고 함께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의 열망을 도외시하고, '촛불혁명'의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두환 독재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 하는 권력의 속내가 온통 ‘장미 대선’이란 말로 물든 TV와 신문 지면을 통해 생생하게 엿보인다. 이것이 촛불의 승리를 부정하고 호도하려는 ‘장미 대선’이라는 이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촛불이다. 촛불이 없었다면 5월 대선은 성사되지 않았다. 촛불 민심은 ‘헬조선’을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바로 세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촛불 대선의 그날, 이런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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