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진로 관심이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

   
▲ 과천시 청소년 진로체험 박람회 [사진 제공=과천시]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는 거니?”,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데 그렇게 대충대충 하니?”라며 나무란다. 어른들의 걱정 어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충고는 아니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의 걱정에 “또 잔소리한다.”라며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고민을 근본부터 헤아리려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보고 비판할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는 왜 학교를 다니는지,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학생의 본분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니 따르기는 하지만, 목표도 없고 의욕도 없이 공허한 삶을 이어갈 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탕이 돼야 아이들은 비로소 ‘맹목적으로’ 잘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잘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자기이해’가 바로 진로탐색의 출발점이다.

현재 청소년과 청년들이 처해 있는 사회, 경제적 환경은 기성세대가 청소년이었을 때와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는 적당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면 어렵지 않게 정규직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고, 한 직장에서 평생 고용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취업절벽이 가로놓인 현실 앞에서 지금 청년들에게 진로는 장차 무슨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가 하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또한 인생 성공의 기준을 놓고 볼 때도 과거 학생들과 현재 학생들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행복의 척도였다면, 지금 학생들은 ‘내가 진짜 행복해지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으로 꼽는다.

결국 현재 청소년들에게 미래는 너무 멀게 느껴지고 엄혹한 현실이 자신에게도 곧 닥칠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진짜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그 일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려 하지 않는다. 공부하라고 노래하는 학교와 부모님 등쌀에 밀려 학교와 국영수 단과학원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할 뿐이다.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채로 청년으로 자라난 학생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 대기업 사원이 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진로'이며 '행복해 지는 길'이라 믿고 취업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린다.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하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한이 있더라도 성에 차지 않는 일자리는 거들떠보지 않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만 매달린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학생들이 진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진로 로드맵을 충실히 그리고 실행해 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이들의 인생 전체를 봤을 때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로교육이다.

학생들이 진로의 의미를 깨닫고 명확한 계획 아래 진로를 개척해 가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녀의 진로 탐색을 학교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자녀의 진로 고민을 상담해 주면서 함께 길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 제시되는 단계별 진로탐색 과정을 이해하고 지금부터라도 자녀와 대화를 시작해 보자.


[학부모가 알아야 할 ‘고등학생 자녀 진로탐색 4단계’]


<1단계> 진로탐색의 시작, 자기이해
학생들의 자기이해를 돕기 위한 검사로 홀랜드검사, MBTI검사, 애니어그램검사, 다중지능검사 등이 있다. 요즘은 많은 학교들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커리어넷 등 진로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런 다양한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 가치관에 대해 심도 있는 탐구를 할 수 있고, 적합한 진로, 직업 분야에 대해 탐색할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현대식 검사법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로적성검사법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간이 태어난 연월일시로 자신의 성향과 소질, 특성 등 사주팔자를 푸는 ‘명리학’이 그것이다.

사주명리는 흔히 말하는 ‘신점’과는 다르다. 신점이 행운과 관련한 ‘점괘’를 보는 것이라면, 사주명리는 수천 년간 누적된 인간 사주별 통계로 접근한다. 비슷한 예로 ‘지문검사’가 있다. 물론 사주명리든 지문검사든 신점이든 결과를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진로탐색에 있어 자기이해가 가장 중요하고 선행돼야 할 과정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자신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스스로 갖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검사에서 공통된 소질과 특질을 찾았다면 독서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그에 알맞은 진로를 자녀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대화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

다만 진로 찾기의 첫 단추인 자기이해 과정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긴 호흡으로 자기이해를 위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길을 제시하자.

<2단계> 일과 직업을 이해하고, ‘일의 스펙트럼’을 파악하라
다음 단계는 ‘직업탐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이해가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어떤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결정하기 위한 바탕작업으로 학생들은 직업에 대한 탐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일, 자녀가 원하는 직업이 있다면 이 단계는 절반 이상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진로탐색에 대한 기초공사를 탄탄히 하려면 좀 더 구체적인 직업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인 직업탐색이란 어떤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의 스펙트럼’을 파악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기자’라는 직업을 희망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학생이 글쓰기 재능도 겸비했다 치면 언뜻 생각했을 때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나무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직업선택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기자’라는 직업에 글쓰기 능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수면 밑에 가시화되지 않은 문제들을 끄집어 올리고, 그 문제가 사람들에게 문제로써 인식될 수 있도록 이슈화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며, 또한 그 문제가 바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시각을 제시하려면 올바른 가치관도 확립돼 있어야 한다. 거기다 다양한 취재 현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활동적이어야 하며, 불의에 맞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따라서 글쓰기를 좋아하더라도 기자라는 직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질 중에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낀 학생이라면 기자 대신 작가, 칼럼니스트, 카피라이터 등의 직업을 탐색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인 인터뷰
직업탐색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직업인 인터뷰를 통해 그 직업에 대해 본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현실적인 정보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원하는 진로방향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직업인을 인터뷰해 보는 것은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직업’과 ‘일’을 명확히 구분 짓고, ‘일’의 구체성을 실제적으로 체감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제를 내면 한 직업 당 길어야 서너 줄 정도밖에 적어내지 못한다. 직업을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직접 인터뷰를 하고 나면 이후 직업에 대해 작성하라고 했을 때 1페이지 분량 이상의 내용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그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직업인 인터뷰는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직업에 종사하기 위해 어떤 자질을 가지고 어떤 자세로 어떤 역량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간접 경험이 된다. 따라서 직업인 인터뷰를 많이 해 볼수록 자신의 희망 진로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족을 인터뷰하라! 
직업인 인터뷰에 가장 좋은 대상은 바로 가족이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직업을 가질 수 있고,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며, 업무에 있어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또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지 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부모님의 직업을 인터뷰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직업과 일의 구분과 그 구체성을 파악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직업에서 하는 일과 비슷한 종류의 직업도 생각해 보고, 차이점도 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업과 일의 차이에 대해 아는 것이다. 하고 싶은 직업은 하고 싶은 일을 뿌리로 둔다. 그래서 하고 싶은 직업은 여러 번 바뀔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

예컨대 금융과 관련한 일에 소질과 적성이 있고 흥미를 가진 학생이라면 직업으로 은행원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회계사를 목표로 수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 관련 일에 대한 소질과 적성은 전 생애에 걸쳐 거의 일관적으로 유지된다. 이처럼 직업과 일의 구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녀의 직업에 접근하는 것이 좋다.
 

   
▲ 청운대학교 입학처 http://goo.gl/CFMzs0


<3단계> ‘일’과 시너지 낼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
현재 전국적으로는 1만여 개가 넘는 학과가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전공별로 크게 나누어보면 130여 개로 추릴 수 있다. 학과란 교수 및 연구의 편의상 구분한 학술의 분과이고 전공은 자신이 집중해서 공부하는 분야를 일컫는 말이다.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경제적 문제나 적성 등의 이유로 사회에 나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직업이 대학 입학 때 생각했던 직업과 달라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직업보다 연봉이 높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반대로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서도 몇 달 다니지 못하고 관두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자신이 생각했던 일과 실제 직업이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초기 희망했던 직업과 최종 선택 직업이 다를 때 전공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전공은 나중에 진로를 변경하더라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즐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한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업은 늘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초점을 맞춰 전공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공 선택 방법이다. 신중히 전공을 선택한 경우에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때 자신도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4단계> 객관적 판단 아래 목표대학을 설정하라

전공 선택이 완료됐다면 남은 것은 목표 대학을 설정하는 일이다. 대학 진학이 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최소한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대학을 중도포기하고 재수를 하거나 힘들게 편입학을 하는 일이 없어진다. 인생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1~2년을 재수나 편입 공부에 허비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대학 선택에 있어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교의 명성, 학비, 통학거리 순이다. 다시 말해 서울 명문대, 지방 국립대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학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대학을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특성과 성적에 가장 적합한 전형을 선택해 합격 가능한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성적이 우수한지, 교과외 활동이 우수하면서 교과성적이 받쳐주는지, 논술실력이 있는지, 적성고사 준비를 잘했는지 등에 따라 대학 지원전략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현재 대입 전체 선발인원의 70% 이상을 선발하는 수시전형 가운데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의 내신성적으로만 선발하는 교과전형과 달리, 내신과 함께 교과활동, 교과외 활동 등 학교내 활동에 초점을 맞춰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성장의 과정을 평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영역 중 특히 전공적합성은 해당학과나 전공에 학생이 얼마나 관심이 있으며 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어떤 노력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가능한 일찍 진로탐색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진로방향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전공 선택이 빠를수록 해당 전공과 연관된 활동이 풍부해질 수 있고, 대학을 일찍 선택할수록 해당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5단계> 진로탐색, 다양한 강의와 독서로
진로탐색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자녀 스스로 자기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녀에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진로의 롤 모델을 만들도록 해 보자. 현재 많은 고등학교에서 명사와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기회는 학생들이 진로를 설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롤 모델과의 직접적인 만남 외에도 학생들은 독서 등의 간접체험을 통해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진로 설정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전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 아래서는 학습에 밀려 독서의 가치가 다소 폄하됐지만, 대입 전형이 수시 위주로 재편되면서 독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올해부터 학생부 독서항목 기재 방법이 읽은 책명만을 적는 방식으로 변경되기는 했지만, 이 때문에 독서를 소홀히 하는 것은 곤란하다. 학업능력은 물론 논리력과 사고력, 분석력, 창의력 등을 신장시키는 것이 바로 독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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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진로탐색을 단계별로 알아봤다. 단과 학원 한 곳을 보낼 때도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발품을 들이면서, 정작 자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진로 탐색에는 무관심한 학부모라면 그 자녀는 그만큼 진로 앞에서 헤매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진로탐색이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학부모들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녀의 진로탐색의 여정을 함께해 줘야 한다. 이런 시간들이 자녀의 인생을 완전히 달라지게 할 수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04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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