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부모는 훌륭한 정원사와 같다

   
 

스스로 자라는 생명의 힘
난을 키우고 있다. 아니, 화초 키우는 데는 도통 재능이 없는 터라 키우고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스스로 크고 있다. 물 준 지가 오래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한여름 쏟아지는 창가 햇살 덕에 더 많은 수분이 필요했을 터였다. 물뿌리개를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꽃이 피어 있었다. 연초록색 꽃잎에는 가느다란 자주색 선이 그어져 있다. 살짝 벌어진 5개의 꽃잎은 씨앗을 품고 있는 어미의 품처럼 포근하다. 앙증스럽다. 사랑스럽다. 그래서 더욱 미안했다. 꽃잎은 말라있고, 화분 속 흙은 푸석거리는데도 꽃을 피워냈다.

화초는 제 할 일을 했다. 화초의 주인은 제 할 일을 못 했다. 그럼에도 살고, 자라며, 피어나고, 열매 맺는 생명 사이클은 계속된다. 황량함과 메마름이 문제되지 않는다. 아들이 잔소리 겸 한소리를 한다. “모진 고난 속에 핀 꽃이라….” 생명의 힘이 경이롭다.

식물이 이럴진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자식은 어떨까? 훌륭한 부모는 훌륭한 정원사와 같다. 이들이 믿는 것은 하나다. 바로 이 생명의 힘이다. 자생력이다. 이들은 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할지라도 생명 사이클을 대신할 수 없음을. 스스로 자라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안다. 그것을 공급해주는 것이 최적의 생태환경 조성이다.

최악의 정원사는 관찰 없이 보살핀다
그래서 매일 살펴본다. 식물이 보내는 SOS 신호를 알아차린다. 신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해독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꽃잎이 시들하면 물을 준다. 잎이 칙칙하면 햇빛을 쬔다. 줄기가 비실거리면 비료를 뿌린다. 잎이 너무 무성하면 가지치기를 한다. 벌레 먹은 잎이 속출하면 약을 뿌린다. 햇빛을 공급하고, 토양을 관리하며, 수분을 보충하고, 해충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정원사의 역할이다.

최악의 정원사도 있다. 물 주기만 해도 그렇다. 물을 안 줘서 말려 죽이고, 물을 너무 줘서 썩혀 죽인다. 식물에 따라 물 주는 양이 달라야 하는데 똑같이 준다. 햇빛도 마찬가지다. 햇빛이 없으면 죽는데 그늘에서 키운다. 햇빛이 있으면 죽는데 땡볕에 둔다. 어디 이뿐일까? 뿌리 썩는 줄도 모르고 계속 물 퍼붓기, 영양 과잉 상태로 노랗게 뜬 잎에 비료 뿌리기, 빨리 키우고 싶어 겨우 싹튼 떡잎 당겨 올리기, 싹 났다고 뿌리도 내리기 전에 큰 화분에 옮기기, 축 처진 가지 내버려 두어서 가느다란 둥치 만들기 등.

이 모두는 엇박자 놓기, 제멋대로 하기, 앞서가기, 과하기에 해당한다. 분명 보살피기는 한다. 그런데 망친다. 공통점이 있다. 관찰하지 않는다. 식물을 키우면서 정작 키우고 있는 식물은 제대로 보지 않는다. 식물이 스스로 잘 자라기 위해 보내는 사인도 못 알아차린다. 무시한다. 정원사의 오만함이다. 꽃잎 하나 만들 재주도 없으면서 말이다.

 

   
▲ 대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t5iQC2



아이의 생명 사이클을 존중하라
아이들도 스스로 자란다. 그리고 잘 자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안다.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사인을 보낸다. 사춘기는 바로 이 생명 사이클의 힘이 최고로 발현되는 시기이다. 왕성해진 호르몬 분비 덕에 신체적으로 소년과 소녀가 남자와 여자로 전환된다.

심리적으로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대 반란이 일어난다. 노골적인 사인을 보낸다. 내 인생 내가 살겠노라 선포한다. 부모에게 내 인생의 핸들을 맡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 일에 방해가 되는 어떤 유해환경도 더 이상은 허락하지 않겠다고 소리친다.

호르몬의 지원에 힘입은 사춘기 자녀는 거침이 없다. 부모의 일방적 간섭, 지지, 통제, 명령, 욕심, 과잉기대, 보상심리에 거칠게 덤벼든다. 부모에게는 반항이다. 그러나 자녀에게는 어른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알리는 사인이다.

훌륭한 정원사는 식물이 보내는 사인을 알아차리고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한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가 보내는 사인을 알아차리고 자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한다. 선택권을 이양한다. 독립적 사고를 격려한다. 부모라는 이유로 함부로 침범했던 자녀의 삶에서 물러난다. 마침내 자녀는 스스로 자라 싹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 이 생명 사이클을 겸허한 마음으로 존중할 줄 아는 부모가 자녀를 살리는 부모다.


훌륭한 정원사는 식물이 보내는 사인을 알아차리고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한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가 보내는 사인을 알아차리고 자녀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한다. 부모라는 이유로 함부로 침범했던 자녀의 삶에서 물러난다. 마침내 자녀는 스스로 자라 싹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

 

김향숙 대표는 교육학 박사로 행복발전소(www.hifamily.net)와 힐링센터 바디앤마인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이패밀리 가정사역 MBA원장이며 부모교육 및 상담전문가이다. SBS TV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MBN <부부수업 파뿌리> 등 다수의 방송매체에 출연했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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