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은 교사들, 교사 자율권 확대 원한다

   
▲ 전남교과교육연구회 교수학습법 개선 연수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부산에 있는 일반고에 재직 중인 A교사는 12년차 영어 교사다. 올해부터 영어 절대평가제가 시행되면서 보다 생활에 밀착한 영어 학습이 도되록 다양한 교수 방법을 시도하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예전과 다름없이 수능 문제풀이 중심 수업을 권하고 있어 고민이 크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 시간에 유명 미국 드라마를 돌려 보고 직접 연기하도록 지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키우도록 하고 싶지만,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조차도 이런 수업 방식을 '시간 때우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A교사는 "세상은 쏜살과 같이 변하고 있는데 학교 문화는 여전히 20세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속상하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서울 일반고의 B교사는 7년차 수학 교사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비슷했던 친구들은 기업체에 취업해 본인의 이름을 내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된다고 털어놨다. 수업과 관계 없는 행정 업무에 치이고 학생들에게 아무리 관심과 사랑을 쏟아도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에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많아, 교사가 된 것이 후회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 교사의 20.1%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9.5%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OECD 주관 ‘2013 국제 교수-학습조사 연구(TALIS)’ 결과를 발표했다. OECD는 이 연구를 통해 2013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교사 및 교직환경을 조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83개 중학교 교사 3,300여 명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한국 교사들, 전문성 개발 의욕은 높지만 교직 만족도는 매우 낮아
연구 결과 우리나라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으며, 전문성 개발에 대한 의욕 또한 매우 높았다. 반면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은 OECD 평균에 비해 뚜렷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 역시 OECD 평균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게 나타났다.

TALIS 2013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들은 다른 나라 교사들에 비해 전문성 개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성별, 학교유형, 근무형태와 시간에 관계없이 TALIS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 개발 활동 참여율을 보이고 있었다.

■ 교사의 전문성 개발 참여율 (단위: %)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또한 우리나라 교사들은 교과지식, 교수법, 교육과정 이해, 학생평가, ICT 활용 기술, 학급 관리, 학생 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 개발 의욕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학생 상담의 경우 45점 만점에 42.6점을 얻어 OECD 평균인 12.4점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교사들의 영역별 전문성 개발 의욕 (단위: 점)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우리나라 교사들은 다른 나라 교사들에 비해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 한국 교사들은 단순히 전문성 개발 욕구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조사 참여 OECD 국가들에 비해 강의나 워크숍, 학술대회, 산업체나 비정부기관 등 방문 관찰 등의 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강의나 워크숍 참여 일수는 OECD 평균의 세배 이상 많았다.

■ 전문성 개발 유형에 따른 교사 참여 일수 (단위: 일)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한국 교사, 수업에 대한 자기효능감 낮아..수업 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에 입문하고 자기개발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지만,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과 교직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로 조사됐다.

한국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OECD 평균보다 전 항목이 낮았다.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수-학습, 평가 면에서 효능감이 낮다는 점은 정책적으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교사들의 낮은 효능감은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교수-학습 관련 교사의 자기효능감 평균 비교 (단위: 점)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특히 문제해결식 수업, 프로젝트 수업, ICT 활용 등 적극적 교수활동 면에서 우리나라 교사들은 OECD의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 교사의 적극적 교수활동 비교 (단위: 점)

   
▲ 5 교사의 적극적 교수활동 비교



교사의 낮은 자기효능감은 자연스럽게 교직에 대한 낮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한국 교사들은 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 평균(9.5%)에 비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로 두 배 이상 높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교직 선택에 대한 인식 (단위: 점)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 청운대학교 입학처 http://goo.gl/CFMzs0


행정 업무 부담 많은 한국 교사
한편, 한국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37시간으로, OECD 평균인 38.3시간에 비해 1시간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응답한 근무 시간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교사들과 다른 나라 교사들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일반 행정업무 시간이었다. 한국 교사들은 일반 행정업무에 주당 6시간을 사용한다고 응답해, OECD 평균인 2.9시간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만 많은 시간을 쓴다고 응답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학생 상담 시간(4.1시간), 학교운영 참여 시간(2.2시간), 행정업무 시간(6시간), 학부모 상담 시간(2.7시간) 등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및 수업 관련업무(수업 준비 등) 이외의 업무에 OECD 평균보다 많은 시간을 쓴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 조사는 주관적인 인식을 조사한 것이므로 실제 근무시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교사들에게 전체 근무시간과 항목별 사용 시간을 따로 조사한 것이라, 개별 항목에 사용한다고 응답한 시간의 합이 전체 근무시간으로 응답한 시간과 다를 수 있다. 

■ 교사의 주당 평균 업무 시간 비교

   
▲ 표 제공=한국교육개발원


교사 자율권 확대, 행정 업무 축소 바람직
TALIS 2013의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교사들이 TALIS에 참여한 어느 나라의 교사와 비교해 훨씬 많은 시간을 전문성 개발 활동에 쓰고 있었고, 전문성 개발에 대한 욕구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 개발 의욕이 높고 다양한 연수 활동에 참여하는데도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이 낮다는 것은 교사들에게 제공되는 전문성 개발 활동이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소재 일반고의 C교사는 “교사들이 참여해야 하는 연수는 많지만, 그 중 수업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연수를 통해 수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 방법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육 당국에서는 새롭게 도입되는 다양한 교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관련 연수를 적극 실시하고, 한편으로 교사들의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연수 내용과 방법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을 찾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특히 한국 교사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교직에 대한 불만 중의 하나가 행정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일반 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교사들이 실제 행정 업무에 들이는 시간과 방식 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교육행정 조직 운영상 불필요하게 주어지는 행정 업무는 없는지를 검토하는 등 적절한 조직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학교의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수준이 높을수록, 동료교사와의 협업관계가 긍정적일수록, 교사에 대한 전문성의 인정이 높을수록 교사의 직무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율권한을 확대하고 동료와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장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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