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왜곡한 EBS의 학종 때리기를 비판한다

   
▲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대학입시의 진실’ 예고 화면 [사진 캡처=EBS 홈페이지]


수능-계층 이동의 사다리, 학종-교육 불평등 야기?
문재인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가 수시 중심의 과거 정부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에서 ‘수시 학종 때리기’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EBS는 최근 방영 중인 6부작 다큐멘터리 ‘대학입시의 진실’을 통해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실태 및 학생부종합전형 인식 실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EBS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대학입시의 진실’ 제작팀과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6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수도권 4년제 대학 15~16년도 입학생 중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경험이 있는 대학생 136명의 학생부를 수집해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실태 및 학생부종합전형 인식 실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반고 학생 105명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분석한 결과 ‘내신등급’이 높을수록 학생부의 양과 질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내신 등급별로 학생부 분량에 차이가 나타났는데 1등급 26.1페이지, 2등급 24.8페이지, 3등급 23.6페이지 순으로 내신 등급이 높을수록 학생부의 분량(페이지)이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36부의 학생부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 사례가 관찰됐으며, 학생부에 기재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분석했더니 지역별, 학교 유형별로 교내 프로그램의 질적 격차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입 전형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대입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BS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연작을 제작해 5월 22일에 첫방송을 시작했다. EBS는 방송을 통해 교육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 없이 눈앞의 문제만을 열거하면서, 수능 중심으로 입시정책을 퇴행시키라고 요구하며 공을 새 정부에 넘기고 있다.

총 6부작 가운데 3부 방영을 남겨두고 있는 현재 홈페이지의 방송 안내문을 살펴봤다. 방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수능이고 ‘교육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 학종이라고 전제하면서,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 울산과학대학교 입학처 http://goo.gl/uPKmM


수능과 학종, 그 변증의 역사
학생부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되기 전까지 대학 입시는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에 가는 구조였다. 전국 수험생들이 수능 성적으로 한 줄 세워진 채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했다. 대학이나 학과 선택에 흥미나 소질, 희망 진로 같은 개인의 특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오로지 뛰어난 암기력과 문제풀이 능력으로 가장 이름값 높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대입에서 성공하는 길이었다.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연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학교 내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이 증가했고,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빈번히 발생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의 요람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수능 성적을 올리기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했고, 교사의 권위도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이 모든 폐해가 수능 중심 대입제도 아래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입학사정관제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바른 인성의 바탕 아래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살려 관심 분야를 깊이 탐색하고, 관련 활동을 적극적이고 성실히 해나가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2010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는 달리 비교과 스펙 위주로 학생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돈 많은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금수저 전형’으로 왜곡돼 갔다.

입학사정관제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학생부종합전형을 전격 실시했다. 학생 성장 중심의 정성평가라는 입학사정관제의 기본 평가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학교밖 비교과 활동 중심에서 학교내 교과 활동 중심으로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한 것이다.

EBS는 틀렸다!
학종이 계층 이동 사다리이고, 교육 불평등 야기하는 제도가 수능이다

힘든 적응기를 겨우 넘긴 현재, 이제 대입은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과 정시 수능 중심 전형 두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들이 수능 입학생보다 대학 학업성취도가 높고 대학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대학들의 연구 결과가 앞 다퉈 발표되고 있다. 또한 일반고·특성화고 출신 학생 및 읍면·기타 지역 고교 학생 중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입학한 비율이 수능 입학생 비율보다 높고, 중도 탈락률 또한 수능 입학생보다 낮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더불어 학생부 중심 전형 입학생이 수능전형이나 논술전형 입학생보다 국가장학금(1유형) 수혜비율이 높고, 국가장학금 소득분위는 전반적으로 낮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을 일부라도 해소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왔음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기사 하단의 링크 클릭]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기 중심의 20세기형 교육으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감에 따라, 21세기형 창의·융합·인성교육을 표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치 역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서울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본격 도입됐던 학생부종합전형이 이제는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에 도입되며 말 그대로 ‘학종 전성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최우선적으로 지적돼야 할 것은 일반고의 복지부동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로 최상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가뜩이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일반고들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도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학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수능 중심 문제풀이 수업을 강요하며 수시 학종에 대비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운영을 외면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는 여기저기에서 ‘복붙’한 뻔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처럼 특히 성적별로 학생부 기재 분량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많은 일반고에 학생의 성적에 따른 ‘기록 몰아주기’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 청소년 매거진 <톡톡>
창간 이벤트 https://goo.gl/Hvnsxp

상위권 학생 중심의 학생부 기록 몰아주기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상위권 이하 대학의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려고 해도 알맹이가 빠진 학생부를 가지고서는 학생이 가진 잠재역량을 파악할 수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도 적용해 변별력을 두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학종을 기본으로 하되, 세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세상에 완벽한 입시제도는 없다. 수능 중심 전형이나 수시 중심 전형이나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우된다.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동시에 인격을 길러주는 일이다. 수능 중심의 성적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이기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경쟁심과 이기심만이 팽배해진다.

또한 수능 문제풀이 중심 교육으로는 대인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진로개발능력, 창의성과 협업능력, 융합능력, 인성 등 4차 산업혁명기를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이들 역량을 키워가기 힘들다. 학생들이 이런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하기 위해 학종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입시 제도의 방향은 학종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찾아, 이를 해결해 가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능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고 하는 주장과 학종이 교육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앞서 언급했듯 최근 발표된 여러 대학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편향된 시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입시정책 기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EBS를 비롯한 수능 지상주의자들의 요구에,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78
* 관련 기사 1: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84
* 관련 기사 2: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34
 

   
▲ <나침반36.5도> 정기구독 http://goo.gl/bdBmXf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