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와 면접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부종합 모의면접 행사 [사진 제공=서울시립대]

많은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준비하기 어려워하는 요소로 자기소개서 작성, 그리고 면접을 꼽고 있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을 어려워하는 것은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영역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의 힘을 빌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자소서와 면접이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에서는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축소될 것을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소서와 면접은 학생에게 부담만 지우는 백해무익한 전형 방법일까. 자소서와 면접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제대로 파헤쳐 보자.

자소서·면접, 초호화 컨설팅 필요하다?
최근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이슈화시키는 1천만 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대입 컨설팅 사례는 사실상 5~6년 전의 사례로, 최근의 사례가 아니다. 학종은 논란을 해결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마다 진화하고 있으며, 이런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5~6년 전에 발생한 문제들을 끄집어내 참고하라고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컨설팅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컨설팅의 목적이 5~6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상위권 대학 진학만이 목표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컨설팅은 진학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진학 이후 진로방향에 대해 설계하고 조언한다.

이처럼 몇 년 사이에 입시 컨설팅 방향에까지 변화가 찾아온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진학만을 목표로 입시를 치르다 보니,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했어도 정작 입시의 종착지인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취업의 프리패스가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현재의 컨설팅은 진학이 아닌 진로가 중심이 된 진로 컨설팅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컨설팅 학원은 존재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1/10정도로 비용이 축소됐고, 50만 원 이상의 고가 컨설팅이라고 하더라도 진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진로 컨설팅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이런 컨설팅 시장의 변화로 인해 진학만을 고려한 컨설팅 업체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완전히 전업을 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된다.  

자소서와 면접 준비, 학교에서는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전형 시절에는 자소서를 대필하거나 첨삭해주는 컨설팅은 물론이거니와, 면접을 전문적으로 준비해주는 초단기 학원이 번성하기도 했다. 대치동,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대 면접반, 연고대 면접반 등을 편성해 대학별 면접을 준비하는 학원이 크게 성업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학의 면접 수준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고도의 전문적 지식까지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고난도 수준의 면접을 치르는 대학들로 인해 공정성이 침해되고 사교육 시장이 부흥기를 맞게 됐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고교 교육과정 내 지식수준으로 면접고사를 치르게 강제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대학 면접이 지식을 묻는 면접방식보다, 학생부의 진정성과 선택한 학과의 적합성을 파악하며 인성을 평가하는 면접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굳이 사교육의 도움이 없더라도 충분히 면접 준비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 일선 고교에서는 방학을 이용해 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시키고 있는 추세다. 대학이 면접 방법을 인성과 교과 내 과정 중심 평가로 바꾸면서 공교육 안에서도 면접 교육이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학교 사정에 따라 입학사정관을 초청하거나 타 학교 입시 전문 교사들을 초청해 강사료를 지불하고 면접 준비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강사 초청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 최근에는 입학사정관을 초청하고 강의료를 지불하는 케이스 역시 대부분 사라졌다.

실제로 수시체제로 교육과정을 전환한 고교를 살펴보면, 학생이 자소서와 면접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도 대학 진학률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또한 서술형 평가와 토론수업 중심의 수행평가를 통해 성장 중심의 학생 기록이 가능해져, 학생들은 자신감을 얻고 학생부 기록도 탄탄하게 마련되는 것이다.

과정 중심 수행평가와 토론 수업 활발히 펼쳐야
물론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 성장 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전개하며 변화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학교들 또한 적지 않다.

학생 성장 중심 교육을 실현하려는 학교들도 서술형 평가과 토론 수업을 도입해 교육과정을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평균적인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학교 수업만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대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수행평가는 또 어떤가. 수행평가 도입 당시 활발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과 서술 능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자소서와 면접을 공교육에서 대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수행평가 역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로 축소되고 있는 형편이다.

수행평가 도입 초기에는 수행평가 과제 방식이 구글이나 네이버 등 인터넷을 통해 직접 자료를 찾아 수행하며 사고력과 논리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사교육이나 제3자의 개입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행평가의 형평성이 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당부분 축소된 것이다.

   
▲ 수원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I0ptt

하지만 수행평가와 토론수업은 학생들의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자소서면접 준비와 연결된다. 서술식 수행평가와 토론수업이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확산돼야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크다. 

자소서와 면접이 대학에 최고의 변별력을 제시하는 항목인 것은 분명하다. 자소서와 면접은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대학별고사까지도 뛰어넘어 가장 강력하게 학생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불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학교와 학생이 사교육에 기댐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변별력 상실을 우려하는 대학의 걱정거리도 사라지고, 학생과 학교는 성장과 참여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이행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자소서와 면접’, 과정 중심의 능동형 인재 만든다 
이처럼 자소서와 면접이 학생 선발의 한 수단으로 채택되는가의 여부는 학교의 수업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수업의 변화는 진학에 있어서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과정 중심 수행평가와 토론 수업으로의 변화는 진학률의 양적 성장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만족도 높은 진학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또한 예전의 진학이란 성적에 맞춘 상위권 대학 합격을 목적으로 했다면, 지금은 학생이 스스로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진로와 연계성 있는 진학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큰 변화가 왔다.

이 같은 진학 패러다임의 변화는 학생들이 진로 목표를 향해 자발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며, 사회인이 됐을 때 필요한 직업 역량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능동형 인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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