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36.5도> 7월호, 우수학교 탐방

   
▲ 토의를 하고 있는 ‘물라독서’ 동아리 학생들

진로의 첫걸음은 ‘나’를 찾아 떠나는 독서여행
책, 펼치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진다면? 강원사대부고가 강추하는 ‘책과 친해지는 법!’을 소개한다. ‘진로’의 첫 걸음은 바로 ‘자아’에 대한 이해이다. 진로는 ‘나’는 누구인지, 성격은 어떤지, 흥미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아탐색’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로의 본질을 꿰뚫어 본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는 독서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아를 탐색하고 스스로 ‘진로’라는 미로를 잘 헤쳐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데 책보다 컴퓨터, 스마트폰과 더 가까운 학생들에게 ‘독서’라니?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강원사대부고 독서 프로그램인 ‘5人의 책 친구’에서 25명의 지원자 모집 공고를 냈더니, 무려 160명이나 지원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뿐 아니다. ‘물라독서’ 동아리는 독서와 토론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지원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강원사대부고에 불어 닥친 독서 열풍과, 그것이 학생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함께 확인해 보자.

첫 번째 비법, 강원사대부고 독서열풍의 핵! ‘5人의 책 친구’

‘5人의 책 친구’는 학생들이 협력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모인 생각을 가지고 책을 홍보해 더 많은 친구들에게 퍼져나가도록 ‘책 읽기 문화’를 만드는 독서 대회다. 이웃 학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학교에 맞게 적용시킨 것이다.

올봄 열린 ‘5人의 책 친구’에는 25명의 지원자 모집에 무려 160명이나 몰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모든 것이 새로운 1학년에게 ‘5人의 책 친구’는 책도 읽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 주기 때문인지 1학년 참가자가 가장 많다. 또한 작년부터 실시된 이 대회에서 즐거운 추억과 경험을 쌓은 참가자들의 입소문 덕분에 2~3학년 학생들도 대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5人의 책 친구’에서 제시하는 주제도서는 인문, 자연,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참가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거나 관심이 가는 도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책을 선택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으면 지원서를 써야 한다. 지원서에는 이 프로그램에 왜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한 동기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이 활동에서 각각의 구성원이 맡을 구체적인 역할을 작성해야 한다. 학교는 이 점을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해 5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5팀은 이제 주제도서의 ‘홍보대사’가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과 감상을 서로 나누며, 다른 친구들에게 책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결과물을 심사해 최종 1, 2, 3위를 가려낸다.

 

   
▲ ‘5人의 책친구’ 전시회 모습 



■ 제3회 ‘봄-5人의 책 친구’ 당선작

1위 수상작,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날>
책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아픔, 시간을 초월해 공감하다!

선은빈, 오인정, 이진주, 장채은, 허숙현 학생 작품
주제 도서: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몸들의 탑은 수십 개의 다리를 지닌 거대한 짐승의 사체 같은 것이 되었어.”
-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가 굉장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잔혹하게 고문을 당했으면, 그 규모가 얼마나 컸으면 ‘수십 개의 다리를 지닌 거대한 짐승의 사체 같은 것’이라고 표현을 했을까. 뭉근히 아려오는 마음이 답답했다.

“모나미 검정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교차시켜 비틀어 피와 진물이 나고 하얀 뼈가 보였습니다.”
- 광주 시민과 학생들은 모두 열과 성을 다하여 민주화 운동을 벌였지만 돌아온 결과는 딱 죽기 직전까지의 고문과 그로 인한 극심한 고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의 쳇바퀴라도 된 듯 마냥 답답한 마음에 읽는 내내 ‘이 책이 정말 소설이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두 번째 비법, 물라독서(勿懶讀書)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강원도교육청 일반고 역량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물라독서’가 강원사대부고의 대표적인 독서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물라독서’는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꾸준한 책 읽기’를 물라독서 학생들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까?

‘물라독서’만의 책 읽기 게을리 하지 않는 법!
‘물라독서’에서 읽는 책은 한 번 읽고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수준이라 ‘게을리하지 말라더니, 어려운 책을 읽으라고?’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물라독서에서 읽는 책을 살펴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같은 책들이다. 게다가 선생님은 학생들이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만 키워드를 살짝 흘려줄 뿐, 책의 내용이나 요점도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하니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핵심이 있다. 물라독서 동아리 학생들은 책을 읽은 후 토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부담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이해가 안 되면 다시 앞장으로 넘기고, 다시 넘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동아리 학생들은 토의를 준비하기 위해 적어도 2~3번씩 책을 다시 읽는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책 읽기를 게을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 청소년 매거진 <톡톡> 정기구독 https://goo.gl/ug8hyx

드디어 첫 토의시간! 열심히 읽었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느낌이다. 참여한 학생들은 본격적인 토의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 활동의 참의미를 깨닫는다. 어려웠던 점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깨달아가고, 그 생각들이 하나로 뭉쳐 마침내 힘을 발휘하면 비로소 생각이 깨어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내 의견과 다른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며 나도 옳고, 너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학생들은 독서의 참된 의미와 즐거움을 알아간다.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은 학생들은 이제 스스로 즐겁게 책을 찾아 읽으며 ‘책을 게을리 읽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물라독서’다.

물라독서는 진로의 기로에 선 학생들에게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탐구해가며 점점 더 멋진 ‘인격’을 갖춰간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71

 

   
▲ <나침반36.5도> 정기구독 http://goo.gl/bdBmXf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