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도 없고 문제만 양산한 교육부 수능개편안

   
▲ 청주 고등학교의 ‘수학·과학 창의사고력 한마당’ [사진 제공=청주고]

이번 8월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안에서 발표한 1안인 ‘수능 일부 절대평가안’과 2안인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안’ 문제로 교육계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21학년도 수능을 상대평가 할 것이냐, 절대평가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수능시험에 어떻게 적용해 출제할 것인가’가 핵심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핵심 사안은 빠지고 알맹이 없는 1안과 2안만 발표한 것이다.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이 알맹이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대입 3년 사전예고제’로 인해 확정안의 발표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3년 예고제는 대입전형에 관한 것으로, 올 8월에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21학년도 수능시험은 이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은 내년(2018년 8월)에 발표하면 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3년 사전예고제는 고등교육법 34의 5(대학입학전형계획의공표) ④에 따르면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이나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라는 부분도 들어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사실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안의 화두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수능시험에 연계시키겠다는 것을 발표해야 한다. 향후 수능시험의 성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비롯해서 출제 영역별 출제 범위, 출제 방향, 영역별 문항 수, 시험 시간 등이 우선적으로 이야기돼야 한다.

여기에 현행 5지 선다형 객관식 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의 여부, 수능시험 당일 오전 8시 10분까지 모든 수험생들을 시험장에 입실토록 하는 것, 시험 시간이 고등학교 1교시 수업 시간인 50분보다 많은 것(국어 80분, 수학 100분, 영어 70분) 등 100분이나 치르는 시험에 대한 학생 인권과 관련한 문제도 거론했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가 말하는 수능시험 절대평가는 2004학년도 수능시험까지 시행했던 점수제가 아닌 수능 9등급제로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 과목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라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또한 오는 11월 16일에 실시되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부터 확대 시행되는 영어 영역의 경우 예상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우선 난이도에 따른 등급별 인원비율이 적지 않은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교육부는 등급제 절대평가에서 등급별 비율, 특히 1등급 비율을 어느 정도가 되도록 난이도를 조절하여 출제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아 이에 따른 갑론을박이 심할 것이다. 예컨대 1등급 비율이 높으면 변별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낮으면 너무 어려워 수시 모집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원성이 높을 것이다.

   
▲ 수원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I0ptt

이런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도출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수능시험 절대평가를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면 ‘고등교육법시행령’ 제36조(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에 나온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목에 ‘교육부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배점, 성적통지, 시험일정 등을 포함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을 작성하여 시험을 실시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공표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라면 2021학년도 수능시험은 2020년 3월말까지 발표하면 되는 것으로, 아직 연구·검토할 시간이 충분한 셈이다.

서둘러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2015년 9월 23일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 확정·발표’ 때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2021학년도 수능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인 2017년 에 수능 개편안을 확정·발표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2017년 5월 말까지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 시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7월까지 확정한다고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월말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 시안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발표된 내용 없이 수능시험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지난 5월 발표하기로 했던 개편안 시안(확정은 7월말)을 공개하고, 만약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준식 전 교육부장관과 김영수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비롯한 교육부 관료들의 직무유기가 아니냐.”라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갈수록 논쟁이 뜨거워지는 말 많고 탈 많은 이번 개편안은 자신의 입장만 앞세워 주장을 내세우는 교육계의 불편한 민낯이 고스란히 비쳐지고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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