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협·진진협 교사 5500명 '수능 지원자격화, 수능 범위 고1로 제한' 촉구

   
▲ 전진협·진진협 소속 교사들의 '수능 개편 촉구' 기자회견 <사진 제공=전진협>


교육부의 2021 수능 개편 시안을 둘러싸고 교육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진로진학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능 개편안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사들은 일선 중고교에서 진학 실무와 진로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이하 전진협)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이하 진진협) 소속 교사 5500여 명은 8월 2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무시한 졸속 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를 제시한 제1안에 대해 “수능 절대평가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고교 교육이 파행을 겪고 대입 환경에 혼란을 가중시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학 모두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전 과목 절대평가를 제시한 2안을 토대로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하 전진협 회장은 “현재 중3 학생들부터 적용될 2021학년도 수능체제 개편을 현 고등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묻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심각한 표본집단의 왜곡이며, 대학 입학처 교수의 의견만을 존중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교육 현장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수능체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여론 수렴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근 진진협 회장은 “어설픈 수능 개편은 정부가 바뀌면 대입도 따라 바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했던 수능 등급제가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표준점수, 백분위 체제로 회귀해버린 뼈아픈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협의회는 그러면서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통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시험 범위 고1로 제한 ▲수능시험 범위는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 영어, 한국사, 공통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공통과목으로 한정 ▲문·이과 구분하는 수학 가/나 폐지 ▲탐구 택 1 폐지 등이 반드시 확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학부모 필독서 '달라진 입시, 새판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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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평가, 전 과목 절대평가로 지원 자격화해야” 
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먼저 현재 영어와 한국사에만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수능 전 과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신설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포함한 수능 8개 과목 중 국어, 수학, 탐구 등 3개 과목을 상대평가하면 수능 한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거나 한 문제만 더 맞으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재수나 반수로 유인하는 부작용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평가 방식이 돼야 하는데, 선발을 위한 변별력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상대평가를 한다면 수능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수능의 과목 간 난이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 결과 국어, 수학에서 만점을 받고도 탐구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고 말했다.

또한 1안으로 할 경우에도 동점자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전면 절대평가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수능 변별력을 높이려면 국어와 수학의 난이도가 더 높아져야 하는데, 그러면 시험의 타당도는 더욱 왜곡되고 이에 따라 수능 점수에 대한 공정성·타당성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부가 수능 변별력을 높이겠다고 이도 저도 아닌 1안으로 확정한다면 결국 다음 정부에서 수능은 또 다시 전면 재검토될 것이며, 전면 상대평가로 회귀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교육을 통해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 양성 노력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협의회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 학생이 학습 부담을 덜어 자신의 진로희망에 따라 학습을 계획하고, 수험생은 무한경쟁으로 인한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 경쟁자의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각 등급의 획득 인원수와 관계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원점수에 따라 자신의 학력(學力)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 수능의 대입 영향력 축소로 학생 중심의 참여 수업, 협력과 공동학습 수업,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기대할 수 있고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가능해진다”며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성길 인천진협 회장, 박정근 진진협 회장, 이재하 전진협 회장, 안연근 서울진협 회장 <사진 제공=전진협>

“문·이과 구분 폐지, 시험 범위 고1로 제한해야”
한편, 협의회는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표방하면서도, 수학 가/나 형, 사탐/과탐 택1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여전히 문·이과 사이에 경계선을 두고 있다”며 “학생들은 문·이과로 나뉘어 수능 연계 문제집을 기계적으로 풀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창의융합 수업과 고교 학점제는 교육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는 국어와 수학 중심으로 운영되며 학교 교육은 파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상대평가를 하는 국어, 수학, 탐구 과목 중 ‘수학으로 대입이 결정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수험생들에게 보내, 수학의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봤다.

결국 새로운 교육을 통한 미래 인재의 양성은 헛구호로 끝나고 고교 교육은 수능에 더욱 종속되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수능이 평가요소로 작용하는 한 고3 교실은 수능 대비 공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학년 교육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에서, 과학Ⅰ, 일부 사회 과목은 2학년 때 배운다. 이에 따라 고3 때 수능 대비를 위한 반복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고교 교육의 내실화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모순되며, 수업 개선을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또한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가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축소됨에 따라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수능 과목에서 제외된 과학Ⅱ와, 미 선택 과목의 수업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능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공부를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선택과목을 활성화한다는 2021학년도 수능의 개편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것이 협의회의 설명이다.  

“일반고, 대입에서 더욱 불리해져” 
협의회는 수능 개편안으로 인해 일반고 재학생들이 정시에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만점-1문제-2문제 순으로 대학 간 커트라인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재수생들, 선발 효과를 갖는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 학생들,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는 학생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Ⅱ 과목이 수능에서 배제되면 일반고 학생들은 관심을 덜 갖게 되는 반면, 자사고·특목고가 과학Ⅱ를 심화과목으로 운영해, 고교 유형에 따른 격차가 수시모집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도 과학 심화과목 운영 문제가 학교 간 차이를 가르는 심각한 원인으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협의회는 “학생들은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장담할 수 없으니 수능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수능+교과+비교과+대학별 고사(논술, 적성, 면접, 실기) 등 4개의 전형요소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며 “수능만이라도 절대평가로 실시해 학생들의 짐을 덜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입학처 http://goo.gl/FZ1vLX


“문·이과 공통수학 시험 실시하고, 탐구 택 1은 폐지해야” 
한편,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반대론자들이 절대평가로 인해 발생하게 될 부작용이라고 내세우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협의회는 '수능 절대평가가 대학별고사를 확대하고, 학생부의 중요도가 높아져 내신 경쟁 과열과 공정성 문제가 커지며, 패자부활의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다음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수능의 변별력 문제는 수능+학생부 교과, 수능+면접, 학생부교과+면접 등과 같은 선발 방식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한 내신 경쟁 과열과 내신 공정성 문제를 풀기 위해 현행 학생부 기록 양식을 손보고, 학종 사후에 고교 교사도 대학별 실사(實査)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입시에서 '패자부활'을 위한 대안으로는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를 제한된 범위에서 허용하는 안을 내놨다. 단, 이를 위해서는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감독한다는 전제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탐구과목을 절대평가로 할 때 각 과목마다 쉬운 문제 출제로 수험생들을 유인하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해결책으로 탐구과목 1개 선택안 폐지를 내놨다. 그렇잖아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생소한 과목이라 어렵고, 기출문제도 없어 수험생에게는 부담이다. 따라서 차라리 탐구과목 1개 선택을 폐지하는 것이 고교 현장의 교실 붕괴를 방지하고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사교육비 과다, 고3 수업 파행, 학습 부담 경감 해결책은 수능 범위 고1로 한정하는 것” 
협의회는 이밖에도 현재 대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수학 사교육비를 억제하고 고교에서 문·이과 경계선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수능 수학 시험 범위를 고교 1학년 과정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일반선택 수학 과목은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대체하면 대입 준비를 공교육 내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고2, 3학년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수능의 시험 범위를 고교 1학년 공통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공통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2외국어/한문과목은 각 외국어 인증시험을 인정해 준다면, 오로지 점수만을 따기 위한 불필요한 수능 응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고1 때 배운 과목은 수능 절대평가를 통해 대학 지원 자격으로, 고2, 3학년 때 학생이 선택한 과목은 대학 입시에 반영해, 고교 교육이 대입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하 전진협 회장은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문제는 수능뿐 아니라 고교 학점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고사 등 너무나 다양하다”며 “현 시점에서는 수능 개편이 최대의 화두이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수능 문제에만 집중해 진로진학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소속 교사들은 이번 수능 개편을 통해 고교 교육이 수능 대비 학습에 종속돼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각 교실마다 토의토론·협동·프로젝트 학습이 활성화돼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걸맞은 상상력·비판력·창의력 역량을 신장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수능 개편안 수정을 거듭 촉구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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