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현장의 교사, 교육 단체와 소통하라.

   
▲ 오늘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아서 교육 관련 단체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교육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정책국장 최승후 교사]

오는 31일, 교육부는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29일 오늘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 관련 단체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교육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수학교사모임,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등 교사 모임과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회적교육위원회, ▲좋은교사운동, ▲한국진로진학정보원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 교육 관련 단체는 개편안 1, 2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때 개편안 1안은 수능 부분 절대평가이고, 2안은 모든 과목 절대평가이다.

수능 개편안 1안이 안 되는 아홉 가지 이유
현행 수능은 동일한 시험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공존한다. 이때 수능 일부 과목의 상대평가는 수험생들의 경쟁을 더욱 조장하고 패배자를 양산한다. 교육부도 이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이번에 개편안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졸속으로 제시한 이번 개편안은 오히려 교육을 황폐화하고 있다. 현행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 수능 개선안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오히려 무력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이번 개편안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이른바 수저론이 더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첫째, 수능 일부 과목의 상대평가는 무한 경쟁을 더욱 조장한다.
현행 상대평가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자식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서 자신의 성적이 정해진다. 또 일부만 상대평가를 하고 나머지만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상대평가로 남은 과목만 중시되는 모순도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배제하고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 실시해야 한다.

둘째, 현행 수능과 1안은 이란성 쌍둥이다.
현행 수능도 영어, 한국사는 절대평가이다. 여기에 제2외국어(한문)와 통합사회·통합과학만 절대평가로 추가됐고 국어, 수학, 탐구는 여전히 상대평가로 실시하게 된다. 제2외국어(한문)가 대입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극히 미미함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셋째, 절대평가에 대한 단계별 접근은 혼란만 키울 뿐이다.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단계별 접근, 점진적 접근은 말로는 그럴싸하지만, 단계별 전환으로 파생되는 고등학교 교육의 파행과 대입 환경의 혼란만 가중시켜 학생과 학부모·교사·대학 모두를 단계별로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는 이전의 방식에서 충분히 배워왔다.

넷째, 수능의 취지에 맞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대학의 학생선발을 위해 변별력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상대평가를 하는 것은 수능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  

다섯째, 문·이과 경계선은 여전히 존재하고, 고교 교육의 수능 종속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표방하면서도, 수학 가/나 형, 사탐/과탐 택1 형을 제시하여 여전히 문·이과 사이에 경계선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문·이과로 나눠 공부를 하게 된다.

또한 수능 몇 과목만 상대평가가 된다면 한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서, 수능 종속이 더욱 심화된다. 고3 교실은 상대평가에 맞춘 공부만을 하게 돼, 결국 고등학교 교육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섯째, 고교 수업의 파행이 조장된다.
고등학교 수업은 국어와 수학 중심으로 운영돼 학교 교육은 파행으로 이어진다. 특히 상대평가를 하는 국어, 수학, 탐구 과목 중 ‘수학으로 대입이 결정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수험생들에게 보내줘서 수학의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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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의 교육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1학년에서, 과학Ⅰ, 일부 사회과목은 2학년 때 배운다. 이에 따라 고3 때 수능 대비를 위한 반복학습이 현실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고교 교육의 내실화라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모순되며, 수업 개선을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일곱째, 고등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장담할 수 없어 학생들은 수능 공부를 등한시 할 수 없다. 결국 학생들은 수능+교과+비교과+대학별 고사(논술, 적성, 면접, 실기) 등 4개의 전형요소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상대평가의 굴레에서 가장 큰 평가요소인 수능만이라도 절대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부담을 내려줘야 한다.

여덟째, 사교육이 더욱 성행한다.
정시에서 일반고 재학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더욱 떨어진다. ‘만점-1문제-2문제’ 순으로 대학 간 커트라인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재수생들, 선발 효과를 갖는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 학생들과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는 학생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재수생·반수생이 더욱 양산된다.
수능 한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거나 한 문제만 더 맞으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재수·반수의 유인 효과가 더욱 확산된다.

수능 개편안 2안, 이러해서 되는 네 가지 이유

첫째, 절대평가는 학생이 학습 부담 경감으로 자신의 진로희망에 따라 학습을 계획하고, 수험생은 무한경쟁으로 인한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절대평가는 경쟁자의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각 등급의 획득 인원 수와 관계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한 성취 정도에 따라 자신의 학력(學力)을 인정받을 수 있다.

셋째, 절대평가는 수능의 대입 영향력 축소로 학생 중심의 참여 수업, 협력과 공동학습,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절대평가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가능하게 한다.

대입체제의 변화 정책 수립, 현장의 교사와 교육 단체와 소통없어
이번 수능 개편안의 혼란은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 교사나 교육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이번 개편안은 수능이 고교 교육에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느 시기에 응시하게 할 것인지, 서술형 문항을 포함시킬 것인지 등 논의해야 할 많은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과목과 평가 방식만 제시하여 혼란을 자초하였다. 더욱이 대학 입학처 교수의 의견만을 존중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교육 현장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다.

교사단체는 "교육부가 여론조사를 빙자하지만, 현재 중학생들에게 해당하는 2021학년도 수능체제의 개편을 현 고등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묻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심각한 표본집단의 왜곡"이라고 밝혔다.

학력고사에서 수능까지 대입의 현장을 지키면서 진로와 진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진로·진학전문가 단체, 대입제도 개선과 사교육 경감을 위해 노력해온 교육단체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교사 및 교육단체들과 소통하고 초·중·고와 대학을 잇는 종합적인 방안이 나와야 하지 지금처럼 단계적 접근이나 어느 일부분의 개선으로는 교육개혁을 절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장의 교사들의 잇따른 성명발표로 교육부는 31일로 예정된 개편안 확정이 1년 유예 내지는 종합적인 대책을 다시 마련해 발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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