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자,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

   
▲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사진:헤럴드경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망은 가족, 학교, 직장, 더 크게는 국가 등 다양한 공동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속에서 우리가 소속된 공동체와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개인은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통제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가치가 충돌할 때, 현명하게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례 1)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개인의 신념과 사회적 책임이 충돌하다”


이 사례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충돌한 경우이다. 사례 1을 통해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국가는 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종교적 이유로 군대에 입대하지 않은 제주 청년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소모(21)씨와 김모(21)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를 해야 했지만, 입대하지 않았다. 믿고 있는 종교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개인의 권리’를 근거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1, 2심에서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한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판결한 건수는 지난 6월 기준으로 총 34건이다. 반면 하급심과 달리, 대법원은 분단국가이며 여전히 남북이 대치 상황인 국가적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묵인될 수 없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사례 2)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국가의 폭력은 정당한가”


국가는 공동체의 안녕을 수호하며 그 질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유지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체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길 경우, 개인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정부가 국제인권단체와 충돌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6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필리핀 정부의 마약용의자 즉결처형 등을 문제 삼아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 첫 1년은 인권에 있어 재앙이었다고 비판했다.

HRW는 필리핀에서 작년 6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으로 최소 7천 명의 마약용의자가 경찰과 괴한에 의해 사살됐으며 필리핀 정부는 이런 죽음과 권한 남용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감옥에는 마약사범들 때문에 수용 가능 인원의 6배가 넘는 13만 2천여 명이 수감돼 있으며, 이들은 음식 부족과 비위생적인 시설로 인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필리핀 정부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필리핀에 만연한 마약을 뿌리 뽑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나 마리아 바나아그 대통령궁 공보비서관은 6월 29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진정한 변화의 단상에 서서 승리를 거뒀다”며 “HRW는 대통령의 개혁들을 무시해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130만 명의 마약용의자가 자수하고 관계 당국이 121억 페소(2,738억 원)어치의 마약 2,340㎏을 압수한 것을 성과로 들었다. 그는 “6만 2천 번의 마약 단속을 벌였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라며 실적을 강조했다. 필리핀 경찰은 마약 소탕정책으로 지난 1년 사이에 마약 거래가 약 26% 감소하고 주요 범죄는 29%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사례 2처럼 국가와 인권의 갈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자연스러운 현실 속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개인적 자아의 갈등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다.

사례 3) 한강 ‘채식주의자’
“‘비정상’으로 규정된 개인을 향한 폭력의 합리화”

   
▲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게티이미지]

다음은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줄거리이다. ‘아버지’로 등장하는 인물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해 배운 폭력을 ‘훈장’으로 합리화하고, 오히려 자랑스레 여긴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주인공 ‘영혜’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러운 폭력을 목격하고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영혜는 ‘오토바이에 끌려 다니다 죽은 개’의 고기를 먹는 등 그 폭력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영혜가 어느 날 꿈을 꾸며 학습된 폭력을 깨닫는 순간, 점차 그녀의 삶은 무너져간다.

겨울 어느 날 새벽, 영혜는 무엇에 홀린 듯 얼빠진 채로 부엌 냉장고 앞에 서서 말한다. “꿈을 꿨어” 그리고, 그 순간을 시작으로 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다. 큼지막하고 네모난 정육점 칼로 닭 한 마리는 우습게 손질할 정도로 여러 가지 고기 요리들을 거침없이 잘 했으며 또 고기 요리를 즐겼던 그런 영혜가.

영혜는 어릴 적 자신을 문 개가 “달리다 죽은 개의 고기가 맛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묶여 끌려 다니다 거품을 물며 죽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릴 적 영혜는 그 개로 만든 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먹었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베트콩 일곱을 죽였다는 사실을 눈 을 빛내며 말할 정도로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아버지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를 오랫동안 폭행한다. 아홉 살 무렵의 영혜가 해질 무렵 숲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집에 돌아가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끔찍한 폭력을 말이다.

가족 모임이 있던 날, 부모를 비롯한 영혜의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으 로 영혜가 고기를 먹도록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영혜의 태도에 가족들은 그녀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분노한 아버지가 영혜의 입에 고기를 강제로 쑤셔 넣고야 만다. 가족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은 영혜는 그 자리에서 과도로 자해를 한다.


인권 존중과 공정한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다원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관점의 차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의 부패를 막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명분을 앞세워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은 사라지고 폭력만이 남는 모순이 발생한다.

공동체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것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각각의 사건을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가치를 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개인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국가의 발전은 결국 개인의 자아실현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국가가 균형 있게 상호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존 스튜어트 밀[출처=위키피디아]

비록 전 인류가 같은 의견을 갖고 있고 오직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전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부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도 부당하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19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