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아니라고 부정당하는 노동자

   
▲ 4차 산업혁명에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OO아파트 102동 1803호인데요, 보쌈 하나 갖다 주세요. 카드로 계산할게요.”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가장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 배달문화다. 한강 한가운데에 있어도, 새벽 2시가 지난 시간에도 스마트폰 앱을 켜고 음식을 주문하면 주문한 음식은 내가 있는 곳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된다. 이 같은 배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지금,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김 첨지는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주기 위해 인력거를 몰고 다녔고, 반백 년 전에는 버스 안내양이 승객을 태운 뒤 버스를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쳤다. 그리고 2017년. 인력거꾼이나 버스안내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플랫폼 노동자’란 직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하지만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 이름 뒤에는 사회 변화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의 간극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숨어있다. 플랫폼 노동자란 정확히 무엇이고,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문제와 해결책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자.

플랫폼 노동자란?
‘플랫폼(platform) 노동’이란 우버, 요기요, 카카오드라이버, 띵동 등의 앱이나 SNS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력이 거래되는 근로 형태로,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가 되면서 등장했다. 플랫폼 노동은 스마트폰 기반의 O2O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O2O(Online to Offline)란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옮겨온다는 뜻으로,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른다.

배달을 예로 들면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대신 집-오프라인까지 배달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크라우드 워커(crowd worker), 사이버(cyber) 노동자, 유비쿼터스(Ubiquitous)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버 앱을 키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무엇이 문제인가?
저임금 프리랜서의 양산

플랫폼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하다 중간에 다른 일이 생기면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앱 이용자가 늘면서 배달 업계는 호황을 맞은 듯 보이지만, 소비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구조라 저임금 프리랜서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은 건당 수수료로 3,000원~3,500원을 받기 때문에 시간당 최저임금인 6,470원을 벌기 위해선 시간당 2~3건을 배달해야 한다. 또 배달에 쓰는 오토바이나 유류비, 통신비 일부를 배달원이 부담해야 하고, 보통 30분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는 등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이 오히려 내 돈을 써야 하는 일이 적지 않게 생긴다. 많은 배달원들이 배달시간 30분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배달원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많아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다쳐도 나 몰라라
혹시나 일하다가 교통사고가 나도, 종사자들은 해당 업주에게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즉 배달 대행업체는 배달을 중개해 줄 뿐이고 음식점 역시 대행업체에 배달을 위탁한 위탁계약을 맺어, 사고가 나도 그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폰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저임금 벌기란 하늘의 별 따기
플랫폼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벌기란 쉽지 않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들은 앱을 이용해 일하므로 앱과 관련된 음식점주, 주문 중개업체 등과 수수료를 나눠가져야 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의 주머니에 실제로 들어가는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외국에서의 플랫폼 노동자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듣는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앞에 가까이 왔다. 하지만과학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급격한 사회 변화를 법이 잘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시장이 확산단계에 접어들면서,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적극적인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8월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그리고 직업적 경로의 보장에 관한 법'이라는 노동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의 의무와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우버 택시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플랫폼 노동자를 정식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4대보험 보장도 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다. 최저임금 보장도 받지 못한다. 그나마 지난 3월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가입 통로를 열어준 것이 전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직업이 어느 샌가 사라지고 과학의 날 행사에서나 상상하던 직업이 대량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고용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면서, 고용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고용인의 권리만 남고 피고용인에 대한 의무는 사라져버린 플랫폼 노동자 같은 문제도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 따라서 제2, 제3의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 변화에 법과 제도가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폰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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