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변화의 열쇠, 교장이 쥐고 있다

   
▲ 상일융합영재반 과학 수업 [사진=에듀진]

학교는 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앙상블과도 같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교장이다. 학교장이 어떤 비전을 갖고 학교를 지휘하는가에 따라 학교는 다채롭게 변모한다.

수업과 평가를 혁신하고 학생부를 제대로 관리하면서 수시에서 높은 진학 실적을 보이던 학교가 2~3년 사이에 다시 수능 중심 체제로 퇴행하는 모습을 본 적이있는가? 그렇다면 그 학교는 십중팔구 교장이 바뀌었을 것이다.

반대로 수능 공부만 들입다 시키던 고등학교에 현재 입시와 교육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장이 부임하면 그 학교는 적어도 2~3년 안에 그 지역의 수시 명문으로 떠오른다. 그만큼 학교는 교장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상일여자고등학교 역시 학교장이 새로 교감으로 부임하면서 학교를 완전히 바꿔놓은 케이스다. 상일여고에서 8년간 교감 직에 있다가 올해 초 교장으로 취임한 전경열 교장은 진학 방면에서 잔뼈가 굵은 교육 전문가다. 대부분의 학교장이 교무부장에서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는 코스를 밟는데, 전 교장은 오랫동안 진학부장을 역임하며 진학 전문가로 이름을 떨쳐왔다.

경영학 전공으로 급변해 가는 대입 체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진학 관련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더구나 이론에만 능통한 것이 아니라 실무에 이를 정확히 활용해 상일여고를 명실상부한 수시 명문고로 변화시켰다.

평준화된 일반고에서 지역 수준은 곧 학교 수준이 된다. 강동구 끝자락에 위치한 상일여고는 냉정히 말해 인근의 강남, 서초, 송파에 비해 입학생의 학력 수준이나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대입 실적 면에서는 인근 지역 학교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고교 중에는 수능 1등급을 수십 명 내면서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는 최상위권 대학을 단 1명도 못 보내는 곳도 있다. 현재의 학종 중심 대입 판세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수능 대비 일변도의 문제풀이 학습만 시켜온 결과다. 하지만 상일여고는 최근 수시에서 서울대 4~5명, 연·고대 합쳐 총 20여 명 내외의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

아무리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도 구태를 답습하는 학교에 속해 있다면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고,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높지 않은 학교라도 달라진 입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간 곳에서는 그에 합당한 결실을 얻게 됨을 증명해주는 결과다.

상일여고 특색교육의 비밀을 벗긴다
상일여고는 창의공학융합중점학교, 영어중점학교, 미술거점학교 등 특색교육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상일여고의 특색교육은 대학 모집단위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전경열 교장은 최근 대학이 이끌고 있는 대입 모집단위 변화의 핵심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글로벌, 융합, SW, 창의’로 정의했다. ICT 시대의 언어정보처리정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신설한 융합전공인 한국외대의 언어공학, 신산업 융합에 기초를 둔 건국대의 글로벌융합대학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의 이 같은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이를 고교 교육에 발 빠르게 적용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변화를 간파하는 통찰력과 정보 해석 능력,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응용능력 등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상일여고는 전 교장의 지휘 아래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상일여고 특색교육은 ▲창의·인성 ▲융합 ▲글로벌 등 3가지 트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창의·인성 트랙에는 독서(슬로 리딩), 태권도, 미술 협력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이 속한다. 융합트랙은 교육 과목간 융합수업, 과목별프로젝트(학생주도 주제탐구 및 페임랩), 상일융합영재 DIPLOMA(인문, 과학, 미술)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트랙에는 실용영어 강화(3+1) 활동, 국제 교류(불가리아, 싱가포르, 일본), 동아리활동 등이 포함된다.

4차 산업혁명 이끌 창의 인재를 육성한다

   
▲ 방과후 창의공학설계 활동으로 네온사인을 만드는 학생들[사진=에듀진]

상일여고는 서울시가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2018학년도부터 도입하는 개방형 교육과정을 1년 앞당겨 부분개방형 교육과정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창의공학·융합중점학교’로 선정됐다.

전 교장이 창의공학·융합중점학교 사업에 공모한 배경은 일반고에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기술인 ‘과학기술공학 교육과정’이 필요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창의공학·융합중점학교의 창의공학중점반 교육과정을 학년별로 살펴보면, 1학년은 기술 (3D, VR, 로봇, 드론 등 메이커스 교육 및 사물인터넷 구현을 위한 코딩 교육), 미술창작(제품디자인)을 진행하고, 2학년은 집중탐색 기간으로 기술공학, 컴퓨터그래픽 등을 학습한다. 3학년은 영상제작기초, 미디어콘텐츠(앱콘텐츠 제작)의 심화과정을 배우게 된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계열 선택이 사라짐에 따라, 창의공학중점반 학생들은 3년간 기술공학 교육 과정 26단위를 공통으로 교육받고 자신이 원하는 계열의 교과를 진로선택하면 된다. 창의공학중점반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접할 수 없는 전문교과 학습과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며, 다양한 주제탐구 프로젝트 수업과 독서, 토론, 발표 체험활동을 통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독서활동, 협업활동, 리더십활동 등을 통한 인성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 영역과 감성 영역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 이를 위해 개인별 흥미, 관심분야, 적성, 능력 등을 고려해 맞춤식 진로진학 지도를 해가고 있다.

영어, 독서, 미술을 융합하라
영어중점학교는 2011년 운영을 시작해 2015년까지 영어중점반 교육과정을 끝냈지만, 당시의 영어 교육과정 내 특별교육들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 미술협력 교육과정 거점학교로 지정된 후에는 영문학에 조형예술 분야를 매칭한 융합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일신했다.

상일여고의 영어 교육과정은 ‘창의·인성, 융합, 글로벌’이라는 교육 키워드에 맞춰 실용영어를 기반으로 한 과학, 기술, 독서, 미술교과간 융합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학년은 영어와 독서, 미술을 융합한 수업을 하고 있으며 기술, 진로와 직업, 자율독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2학년은 영어 에세이 논술 수업, 영문학 도서 읽기와 토론, 프레젠테이션 창작활동을 실시하며, 3학년은 학생 주도로 주제탐구 발표를 진행한다. 또한 불가리아 윌리엄글래드스톤 스쿨, 일본 토호 고등학교와 손잡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율동아리인 ‘영어토요북클럽’에서는 영문 도서를 읽고 학년별로 책의 주제나 주인공의 성장과정 등을 조형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회를 개최한다. 여행 관련 영어+독서+미술(콜라주+드로잉)+전시회도 열리며, 진로 관련 영어+독서+진로 직업반도 운영하고 있다.

   
▲ 국제 교류를 위한 영어 전용 교실 수업 [사진=에듀진]

상일여고의 특화된 영어 교육과정
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이화여대 영어교육과에서는 일선 고교에서 전문적이고 특화된 영어융합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올해 상일여고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고등학교에서의 변화하는 영어교육’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융합영재반 ‘상일 페임랩’을 주목하라
융합영재반인 상일 페임랩(FameLab)도 주목할 만하다. 2013년부터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영재학급 운영을 지정받아 과학, 인문사회, 미술영재학급을 운영해왔으며, 내년부터는 수학, 과학, 공학, 예술, 인문사회, 영어영역 등을 융합한 3분 스피치 소통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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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랩에서는 교과 통합적인 주제를 잡아 이를 탐구하고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발표하는 융합적 영재교육이 이루어진다. 주로 수학, 과학, 공학 관련 주제에 대해 탐구발표를 하고, 감성의 깊이를 더해줄 인문학과 예술융합 사고력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이러한 심화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한양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원자력의학원, 서울과기대 등과 이미 수년 전부터 공동협력을 체결을 해왔다.

한편, 상일여고는 올해 서울시교육청 시범학교로서 부분개방형 교육과정 시범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논술, 논리학, 미디어콘텐츠, 색채관리, 시각디자인 교육을 학생 진로선택 교육과정으로 지정해 교양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2011년 영어중점학교에 선정돼 시교육청으로부터 영어전용교실 4실 구축과 영어교육 과정 개발과 운영 등을 위해 3억 5천만 원의 목적사업비를 지원받았으며, 2013년에는 미술협력교육과정에 공모해 3억 2천만 원의 목적사업비를 받아 미술융합실 7실과 미술교과실 2실을 구축했다.

또한 창의융합실 1실을 이미 구축하고, 3D프린터, 드론, 그래픽용 컴퓨터, 어도비 프로그램 등 기술공학 및 융합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기자재를 90% 이상 확보했다. 시교육청으로부터 앞으로 3년간 기술공학에 필요한 비용을 계속해서 지원받기로 돼 있어, 나머지 부족분은 이를 통해 구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또 과학실 4실을 모두 최첨단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모든 사업은 전 교장이 교감으로 부임한 8년 전부터 지금까지 팔을 걷어 붙이고 추진해온 것이다.

   
▲ 상일융합영재반 과학 수업 [사진=에듀진]

 

   
▲ 상일여고 전경열 교장 [사진=에듀진]

상일여고 전경열 교장과의 일문일답
Q. 학생들을 교육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A. 대학 들어가서 내실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초역량을 고등학교에서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에 가서 과대표도 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에게 이 같은 역량을 키워주고 싶다. 고교시절 교육이 대학 교육의 밑바탕이 되어 전공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하고, 학생들이 기업에서 역량 있는 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

작년에 서울대 언론홍보학과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영화제작반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감독, 연출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시창작협력교육과정 수업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도 많이 쌓았다고 했다. 또한 인문사회영재학급에서 광고홍보 등을 공부하다 보니 언론홍보와 관련해 자소서를 풍부하게 쓸 수 있었고, 영어로 토론식 수업을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글로벌 시대를 대비한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불가리아 18번 외국어학교와 교환학생 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이 유럽의 소수어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으며, 일본 나고야의 토호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미술교환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생들에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교환학생들과 함께한 태권도 수업 [사진=에듀진]

Q. 대학 교육과정의 변화를 고교에 이렇게 빨리 가져오는 이유는?
A. 대학이 늘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교육과정을 준비한다. 한국외대, 건국대, 중앙대, 경희대 등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기술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하는 대학교육 환경에 대비해 고등학교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소통교육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됐다. 우리 학교에서는 영어 소통교육인 국제이해 교육을 위해 아시아 1위권인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들과 특별 협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난양공대에 학생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교수님들을 우리 학교에 초청해 과학특강 교육을 하는 형식이다.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 학생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작년에 문체부장관상과 서울시교육감상을 수상하며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Q. 상일여고의 교육과정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
A. 한마디로 일반 교육과정과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에 영어교육을 더한 형태다. ‘교육과정+진로교육’에 영어교육 과정이 공통으로 추가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과학+과학’은 과학 교육과 과학 관련 진로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형태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에게 맞는 솔루션이다. 이런 학생은 연구자나 교수가 될 확률이 높다. 학문 연구에 특화돼 있는 아이들로, 모의고사에서 항상 1등급을 받는 아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과학+예술’은 과학교육에 진로와 관련한 예술교육을 더한 형태다. 1.5등급부터 3등급 내외 학생들 가운데는 과학뿐 아니라 예술적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 과학과 예술 분야에 소질과 흥미를 함께 갖고 있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과학 교육에 예술교육을 첨가한 솔루션이다.

손재주가 뛰어난 아이에게는 기술공학 교육을 첨가해 창의적인 만들기 활동을 하도록 해주는 메이커스 교육도 실시한다. 이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진로적성을 찾아 제대로 교육한다면 서울대를 비롯해 모든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가장 부합하는 학생으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Q. 색채관리 교육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A. 맞다. 학부모들은 예술적 소양과 창의력,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아이가 어릴 때 미술학원에 보낸다. 하지만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미술로부터 차단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융합적 사고력이 요구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색채 교육은 필수다.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는 산업은 도태되고 만다. 모든 전공과목의 기초에 감성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감성을 색체 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공계나 인문계열 학생들은 미술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미술 자체로만 보는 데 그친다. 하지만 색채관리나 시각디자인과 같은 교육을 받으면 감성과 기술의 융합적 사고가 아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힌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 분야에서 필요한 융합적 사고력을 십분 발휘해 훌륭한 인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Q. 학생들도 교육과정을 만족하고 있나?
A.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졸업생의 학부모가 올해 교장 취임 때 학교를 찾아왔다. 그 학부모 말씀이, 아이가 대학 1학년에 막 입학해서는 본인이 잘해서 대학에 합격했다며 자랑스러워하더란다.

그러던 중에 아이는 많은 친구들이 고등학교 때 온갖 분야의 사교육을 받아온 것을 알게 돼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에 반해 자신은 학교 수업과 학교와 함께한 진로집중 교육활동에 전념해 합격했으니, 결국 학교의 지원과 지지로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단 사실을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하더라.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가 학교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서울대도 갈 수 있는 학교라는 평이 나 있다고 들었다. 영어중점학교 운영 후에는 EBS가 ‘행복한 교육세상 상일여자고등학교편’이라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특색교육 운영학교로 우리 학교를 소개하기도 했다.

방송 이후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상일여고를 영어 교육이 매우 활성화된 학교, 과학 및 이공계열 인재를 중점 육성하는 학교, 학생 적성별 진로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창의공학·융합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최초로 접목해 시도하는 학교로 인정하고 있다.

Q.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게 됐나?
A. 많은 대학이 기술공학과 관련한 융합교육을 대부분 부전공으로 선택해서 가르치고 있다. 졸업한 학생들에게 들어보니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과 상관없는 컴퓨터나 미디어 분야에 대해 의무 교육을 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변화하는 대학교육에 맞춰 고등학교에서 기술공학 관련 기초교육을 미리 시켜준다면 대학에 가서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미디어콘텐츠 제작 수업 [사진=에듀진]

창의공학·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그에 맞는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때마침 올해 건축공학을 전공한 기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3D, 드론, 로봇등 다양한 메이커스 교육을 기술시간에 시도할 수 있게 됐다.

1학년 학생들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또 컴퓨터학과를 전공하고 대학에서 미디어콘텐츠를 가르쳐온 선생님이 교양 과목에서 앱 콘텐츠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 또한 반응이 아주 좋다.

Q. 수시에서 실적이 좋은 이유는?
A. 특화된 진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관리에 최선을 다한 점이 주효했다고 본다. 우리 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히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진로적성에 맞춰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선생님들이 학생부에 세세히 기록하고, 3학년부와 진학부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대학을 매칭해 준다. 이런 과정이 더해져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우리 학교는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전체 학년별 교육활동 로드맵을 제시한다. 특성별 동아리활동과 국어과, 수학과, 영어과, 진로, 창체 관련 부서의 70가지가 넘는 진로교육활동 가운데 학생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 학년과 수준에 맞는 활동을 연중 시기별로 조정해 참여할 수 있다. 이 모든 계획을 학생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와 교장, 학부모가 바꿀 수 있다
학교의 대입 실적이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십중팔구는 신입생이 우수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특목·자사고의 대입 경쟁력이 최상위에 놓인다. 두 번째로 대입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을 잘 만들어 수시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당연히 우수한 진학 실적을 얻게 된다.

교육과정은 사실상 교사들의 역량 집합체다. 따라서 좋은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있는 교사들이 없거나,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아도 교사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교장이다.

학교 최고 책임자인 교장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때에야 학교는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 상황을 보면 교장에게 능동적 변화를 요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장의 정년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장이 학교에 부임하면 대부분의 학교가 무사안일에 빠지고 만다. 교장은 남은 기간을 조용히 지내다 퇴직하고 싶어 하고, 교사들은 귀찮게 일 벌이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러다 보니 토론과 실습 중심의 수업은 찾아볼 없고 수능 정시 위주의 교사주도형 문제풀이 교육에만 치중하게 된다. 당연히 진학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학교는 점점 위기에 빠진다.

이런 점에서 상일여고 전경열 교장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교장 역시 정년퇴임을 3년 남짓 남겨두고 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새내기 교사 시절과 다름없이 여전히 뜨겁다. 전 교장이 있는 상일여고는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학교다. 물론 10년을 내다보는 미래교육을 하는 학교답게 상일여고는 전 교장 퇴임 후에도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 철학을 견지하며 명문고로 성장해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상일여고의 사례를 본 학부모 중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장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장이 학교의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태만한 교장과 학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 물론 있다. 학부모가 학교에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수능 중심의 교육 방식으로는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우리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문제풀이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성, 협업능력 등 학생부종합전형이 요구하는 학생상과 일치한다.

결국 수능 중심주의를 버리고 학교에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적합한 교육과정과 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학생과 학부모가 강력히 요구할 때 학교는, 교장은 달라질 수 있다.

   
▲ 상일여고 전경 [사진=에듀진]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510

   
▲ <고1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개정판 출간 http://bitly.kr/6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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