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은 전형 '자체'만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수험생이 시험 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양대]

학생들은 금보다 값진 10대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본격적으로 대입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 발을 들인다. 따라서 대입은 무엇보다 공정해야 한다. 금보다 값진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입의 공정성을 철저히 수호해야 하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공교육정상화의 순기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성의 불신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입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공정하다고 믿는 시험은 수능이다. 그리고 수능으로 대입을 판가름하는 정시전형을 가장 공정한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수능, 그리고 정시가 신뢰받는 만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한 문제 틀렸을 뿐인데 3등급...수능에서 난이도조절 실패는 ‘재앙’
지난 12일 받은 성적표 사탐영역을 확인한 학생들은 좌절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사탐의 9과목 가운데 무려 6과목이나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은 만점자만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 경제 과목은 만점자 비율이 11%를 넘어서 1문제만 틀려도 3등급을 받는 참사가 벌어졌다.

단 한 문제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학생들은 “이 정도는 미끄러진 것이 아니라 거의 추락한 것에 가깝다”며 “한 등급 차이로도 지원 가능한 대학이 달라지는데 재수를 고려해야 할 수준”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입시 전문가들은 “두 문제를 틀리면 재앙 수준이다. 생활과윤리 역시 두 개를 틀리면 백분위가 77점이다. 대학을 가라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탐구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고 전했다.

수능의 난이도조절 실패는 곧 대 혼란을 야기한다. 이는 정시뿐만 아니라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수시전형에 응시한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 자신의 실력보다 현저히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문제 맞고 틀리는 차이가 학생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만큼의 실력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하지만 실제 학생들은 한 문제차이로 지원 가능한 대학, 학과가 달라지는 입시를 겪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질 곳도 없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평가원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응시했기 때문”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만 내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점수를 가지고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그저 ‘운이 나빴다’라며 체념할 수밖에 없다.

요행이 판친다! ‘아랍어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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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의 문제는 난이도조절의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올해 수능에서도 ‘아랍어 로또’가 터졌다.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 아랍어 I 과목에서 찍기만 잘해도 좋은 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 시험에서 모든 문항의 정답을 3번으로만 찍어도 4등급이라는 놀라운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정답을 5번으로 찍었다면 5등급, 2번으로만 찍었다면 6등급을 받는다. 1번이나 4번으로만 찍은 학생들은 7등급이다.

따라서 매년 수능마다 아랍어를 한 번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아랍어 과목을 선택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수능에서 복불복의 결과에 기대 요행을 바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2외국어만큼이라도 절대평가를 도입해 이런 현상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 체제가 유지되는 2021학년도 수능까지 아랍어에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두 번 치르면 달라질까?
한편 교육부는 수능을 2회 실시하는 방안을 대입제도 개편안의 검토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거센 찬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미 94학번에서 실시했다 실패한 방법”이라며 “오히려 입시의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94학번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처음 수능이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능이 두 번 치러졌다. 두 번 중 더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의 실패로 두 번째 실시한 수능 성적이 첫 번째 시험보다 20점 이상 떨어지면서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해당정책은 단 1회 만에 실패한 정책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현재 검토 중인 ‘수능 2회 실시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 과목에서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를 겪는데 두 번 치르는 수능에서 난이도 실패는 한 과목이 아니라 수험생 전체를 큰 혼란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자생적인 공정성을 가져라
수능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군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끄집어낸다. 깜깜이 전형인 학종과 비교하면 훨씬 공정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전형의 공정성은 다른 전형과 비교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전형 자체에서 자생적으로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수능이 그 자체에 대한 신뢰 없이 단지 다른 전형을 비하하기 위한 도구로 공정성을 신뢰받는 것이라면 아이들은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수능에 대한 비판을 학종을 옹호하려는 의도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수능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점검하고자하는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입에서 수능의 역할이 커지고, 정시 비중이 늘어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그들이 수시와 학종에 대해 가하는 비판도 충분히 일리 있고, 개선해야할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학생이다. 어떤 전형이든 학생들이 필요로 하다고 하는 전형은 그 전형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각자의 이권다툼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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