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관의 전문성·공정성 확보 위한 대책 마련 시급

   
▲ 충북 진천고 모의 면접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국민이 분노한 교통대 교수 면접관의 막말
충북 충주의 한국교통대 수시모집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나온 한 교수가 수험생들에게 막말 면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교통대는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일주일간 수시 면접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항공 관련 학과 학과장인 B교수가 수험생들에게 출신 지역과 신체, 인격 등을 비하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가한 것이 해당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밝혀진 것이다. 동영상은 B교수와 함께 면접관으로 참여한 다른 입학사정관이 B교수의 행태를 보다 못해 고발 목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을 살펴보면 B교수는 편모슬하에서 자란 남자 수험생에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이 범죄율이 높다.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찔러서 죽이고 이런 걸 제일 많이 하는 애가 너 같은 가정 스타일 사람들이야.”라고 가정 환경을 비하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또한 다른 수험생에게는 “뚱뚱한 것 같은데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런 건가?”라며 외모 비하 발언을 퍼부었다. 해당 수험생이 근육이라고 답하자 “내가 근육인지 비계인지 어떻게 알아? 63kg까지 안 되면 (대학에서) 나간다고 약속할 수 있어?”라고 되물으며 팔굽혀펴기까지 시켰다.

출신 지역 비하도 이어졌다. 서울 OO동 소재 고등학교를 나온 수험생에게 “내가 고등학교 때는 OO동과 △△동은 빈민촌이라 똥냄새가 난다고 해서 안 갔다.”라고 했다.

또 다른 수험생에게는 “합격시켜 주면 언제든지 너를 때려도 좋다는 조건으로 방망이를 하나 가져오면 합격을 고려해 보겠다. 엄마 아빠가 아들 때렸다며 소송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말까지 했다.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하달한 학생부 기재요령을 살펴보면 부모나 친인척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할 수 있는 내용은 어떤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같은 금지 규정은 대입 면접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험생이 가진 역량이 아닌 외부 환경 요인이 대입 당락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B교수는 “아버님이 현대 쪽에 계신가?” 혹은 “아버님이 외교관이신가?”라는 질문을 했고, 수험생들은 질문에 맞춰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특성화고 학생 고의 불합격 의심도 
면접만 문제인 것이 아니었다. 교통대의 한 학과는 여학생과 특성화고 학생들을 최근 2년 간 단 한 명도 입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수시에서 이 학과 지원자 240명 중 여학생이 18명이었지만, 18명 모두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특성화고 출신 수험생 12명 중 3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과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문건이 나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수시전형 서류 심사에서 공고, 상고 등 특성화고 출신자와 여성에게 D, E등급을 부여해 불합격 처리하라고 적시돼 있다.

대학 측은 “한 교수가 개인적으로 만든 문건”이라며 “이 문건은 다른 면접관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문건을 작성한 교수가 바로 폐기했기 때문에 면접에 적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학과 합격자 중에 여학생과 특성화고 출신 수험생이 전무한 것을 볼 때, 대학 측의 설명을 사실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 한국교통대의 한 학과 교수가 만든 수시 지원자 면접평가 문건 [사진=SBS 뉴스 캡처]


누리꾼 “B교수 갑질, 이미 유명”
논란이 커지자 교통대는 총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2014년부터 학과장을 맡아온 B교수를 12월 27일자로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학 측은 언론에 보도된 사안을 중심으로 입학전형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교통대는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 행위나 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며, 다시는 이번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그 교수의 패악질이 얼마나 심했으면 동료 교수가 동영상까지 찍을 생각을 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se**** 씨는 “B교수의 갑질은 이미 유명하다. 교통대 총장은 B교수를 즉시 해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l**씨는 “해당 교수와 해당 학교는 법적으로 책임지고, B교수를 절대 복직도 못하게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63**** 씨는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 이 사람, 공군 출신으로 군기 잡는 교수로 유명했다”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꼭 필요한 학종…입사관에 대한 엄중한 관리 감독 있어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본으로 교과성적, 과목별 세특사항과 함께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의 창의적 체험활동, 독서활동, 수상 경력 등의 비교과 항목까지 종합 평가하는 대입 선발 제도다.

수능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과제 수행능력은 높지만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부족한 규격화된 학생들 위주로 선발된다. 하지만 이런 인재는 미래형 인재로 평가하기 힘들다. 또한 수능 위주의 대입 선발방식이 사교육의 팽창을 낳고 일선 고교의 기능을 황폐화시켜왔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성적만으로는 21세기 창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더이상 일선 고교를 황폐화시켜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종은 점수 위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흥미와 관심, 성장 가능성, 전공에 대한 열정과 적합성, 수학능력, 잠재력 등을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에게 막중한 책임이 지워진다.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비 교수 입학사정관 외에 교수들도 입사관으로 초빙하고 있으며, 입사관을 대상으로 매년 수십 시간의 연수를 한다. 또한 연수 후에는 서류와 면접 심사에서 입사관의 평가 편차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서류와 면접 실 사례를 놓고 입사관들이 동시에 평가하고, 서로 평가 결과를 대조해 차이를 줄여가는 식이다.
 

해당 학과 교수가 그 학과의 입학사정관이 되는 것에는 장점이 있다. 자신이 가르칠 학과 학생들을 직접 선발하는 것이다 보니 학생들의 특징을 미리 알 수 있고 전공적합성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사정관에 대한 대학과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있지 않으면 입사관제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가를 이번 교통대 B교수 사례를 통해 극명히 알 수 있다. 


'갑질 교수'는 어디에도 있다
문제의 동영상을 보면 B교수가 입사관뿐 아니라 교수로서의 자격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B교수는 교육자로서 해서는 안 될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며 평소 성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한 B교수는 수십 시간 동안 입사관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면접이 수시에서 얼마나 중요한 과정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비 교수 출신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으로 위촉된 교수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비 교수 입사관들의 일이다. 그런데 B교수와 같은 일부 교수사정관들이 교수가 아닌 입학사정관을 행정직원 또는 학과 조교처럼 생각하고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도 ‘갑질’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입학 사정 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본지는 최근 OO대 △△학과의 한 교수를 찾아갔다. 학생들의 토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칼럼 연재를 부탁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언론 지면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분이고, 관련 기사를 사전에 싣고 전화상 동의도 구했던 터라 쉽게 허락해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 찾아간 교수실에서 해당 교수는 의외의 답을 했다. 자신이 교수사정관을 수년째 해오고 있기 때문에 칼럼 연재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해당 칼럼은 입학사정관 직무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전공과 관련한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득했지만, 그 교수는 진학 관련지에 글을 기고할 수는 없다며 끝끝내 거절했다.

다른 많은 입학사정관들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교수의 반응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교수처럼 많은 교수사정관들이 행여라도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수세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물론 대학교수 중 대부분은 바른 윤리관과 교육철학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는 '갑질' 교수나 '나태' 교수가 일부 있다는 것도 부정 못할 사실이다.  

교수사정관직, 쥐꼬리만 한 수당에 교수들도 외면
교수들에게도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통대처럼 전체 선발인원이 적고 학종 선발인원도 적은 대학의 교수들은 학종 입학 사정이 사명감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방의 또 다른 입학사정관은 “서울 유명대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에서는 교수 사정관에게 고액의 면접 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교수들이 입사관을 맡는 데 저항감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매년 입사관직을 맡아 일하게 되면서 교수 사정관의 전문성도 갈수록 강화된다. 하지만 지방 대학들이나 기여대학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의 교수사정관들은 쥐꼬리만 한 수당을 받고 서류심사와 면접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달갑게 입사관 일을 맡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입시가 끝나면 교수 사정관에게 수백만 원씩 수당을 지급하는 유명 대학들과 달리, 지방 대학이나 기여대학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에서 지급하는 수당은 수십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입사관들은 하루에 수백 건의 서류를 심사하고 6시간 이상 면접을 보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그만큼 일은 힘든데 보수도 적어 교수 사정관을 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로 교수들이 입사관을 맡지 않으려고 서로 떠넘기는 일이 많아, 교수 사정관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사관 전문성 키우려면 ‘교육, 선발 이원화’ ‘자격증제’ 시행돼야

   
▲ <고1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개정판
http://bitly.kr/6Y4

입학사정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요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3인 이상의 사정관들이 함께 평가하고,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교수들로 채워진다.

비 교수 입학사정관들은 사정 업무를 하게 될 교수사정관들에게 매년 많은 시간을 들여 채점요령과 면접방법 등을 교육하고, 입사관들은 그들 사이의 평가 편차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만약 입사관 중 누군가가 특정 서류나 면접자를 평균보다 높게 채점했거나 반대로 낮게 채점했다면, 그 평가가 맞는 것인지를 다른 평가 결과와 대조해 보면서 평가 편차를 줄이는 식이다. 수시 학종이 정성평가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입사관이 달라도 해당 서류나 면접 점수는 대략 비슷하게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교통대 B교수와 같은 사례가 어느 곳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르기에,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입학사정관 업무를 수년째 해오고 있는 한 입학사정관은 ”교수들은 학생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고, 학생 선발은 교수가 아닌 전문 입학사정관이 하는 식으로 교육과 선발과 이원화하는 것“을 들었다. 교육과 선발이 이원화되지 않으면 B교수 사건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와 직원이라는 직제 외에 입학사정관 직제가 독립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입학사정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입학사정관 인증제 또는 자격증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기관에서 입사관 자격을 부여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입사관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입사관의 안정 고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입학사정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하지만 입사관들의 근무 기간이 짧아 해당 대학의 전형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난 뒤에는 바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입사관의 근무기간을 장기간으로 늘리는 것도 필요한 일로 꼽힌다.

이번 B교수 사건은 학종에서 자질 없는 입사관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교육자의 자질이 없는 한 교수사정관의 개인적 일탈 행위를 전체 입학사정관의 행위로 일반화해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우리 교육이 할 일은 학종 도입 취지를 살리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진 맹점을 찾아 정교히 손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입학사정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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