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영어 선행학습, 공부 흥미 잃게 하고 부모와 멀어지게 만든다

   
▲ 제주 한마음초 '체험영어캠프' [사진 제공=제주교육청]

교육부가 영어 선행교육 규제 방안으로 올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 데 이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까지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영어수업을 받았는데, 이것이 금지되면 비싼 사교육비를 내고 자녀를 영어학원 등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영어 선행교육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영유아 단계의 심화 영어교육이 가진 문제를 바로잡고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주입·암기식 영어 선행교육을 금지한다는 것이지 놀이로써 영어를 접하는 기회까지 빼앗겠다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와 관련해 유아교육 전문가로 사교육걱정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생활협동조합 공동대표의 글을 보내왔다.

임미령 대표는 조기 영어 선행학습이 교육 효과도 낮고 공부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심각한 경우 아이의 정서 발달과 인지 발달에 극심한 피해를 입히고,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듀진>은 조기 영어 선행학습이 가져올 부작용을 알리고 유아·초등 영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임미령 대표의 기고문 전문을 공개한다. 

<편집자 주>

 

이젠 ‘영어’가 아니라 ‘놀이’야!
2017년을 마무리하며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정책 기조였다.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교육 공동체의 구성원이 돼, 모든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로 끌어안는다는 철학 하에 만들어진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이번 교육부가 내놓은 유아교육 정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것은 ‘놀이중심 교육 문화 조성’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현행 유치원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와 한글 등 선행학습 성격의 프로그램을 놀이와 돌봄 위주의 ‘방과후 놀이 유치원’과 ‘프로젝트 학습’ 등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들의 발달 특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정책으로의 획기적인 변화 의지를 보인 것이며, 더불어 아이들이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및 특별활동 규제만으로는 정책의 실효성이 없고, 영어 학원의 영유아 대상 교습과 과잉 광고 등에 대한 규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을 통한 혁신이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경쟁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민주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아이들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방식이 돼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번만은 물러서지 말고 더욱 꿋꿋이 정책을 밀고 나가기를 바란다. 어른들의 편익이 아닌 아이들의 권리가 중심에 놓이는 제대로 된 유아교육 정책의 혁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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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하고 기본적인 영어는 떼어야지요. 아이가 어떤 재능이 있을 지 모르니 피아노, 미술, 축구도 가르치고 있어요.”
어느 일간지의 기사 헤드라인이다. 이런 부모들의 경쟁심리와 사교육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맞물려 이미 우리 사회에는 1조원을 넘어서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돼 있다.

어느 유치원에서 한 아이가 마룻바닥에서 계속 뒹굴고만 있어서 왜 그러는지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공부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서너 살밖에 안된 아이의 인생이 왠지 굉장히 피곤하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선행학습의 성격을 가진 각종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은 이제 대부분의 식자들이 알듯이 교육의 효과도 낮고, 오히려 그 시기에 배워야할 것 들을 놓치게 하거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심한 경우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인지 발달에 극심한 피해를 입히고 부모와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놀이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들 하지만, 유치원 현장에서 들여다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결국에는 학습지를 이용해 특정 단어를 베껴 쓰고 문장을 외우게 하는 주입식의 연습을 반복적으로 시키고 있다. 어른들은 놀이중심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이가 영어 단어를 말했을 때 부모가 만족을 느끼고 아이들도 좋아하니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과 같다.

아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속성을 갖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했을 때 부모가 자기를 예뻐하는지 안다. 그래서 놀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부모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식의 교육으로는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 불행해질 뿐이고 미래 사회에 아이가 적응하기도 어렵다. 영유아기라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성장의 시간을, 어른들의 입맛에 맞추어 설계하고 몰아가는 방식은 멈추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호모노마드로 살아갈 아이들”
‘로봇에게 쉬운 문제는 인간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어려운 문제는 인간에게 쉽다는’ 모라벡의 패러독스처럼 미래 사회에서 인간과 로봇은 창조적 일과 반복적 일로 협력적인 역할 분담을 하게 된다.

창조적 특성은 놀이를 통해 가장 잘 기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깊이 빠져 친구들과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가 바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호모루덴스로 규정한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는 바야흐로 호모루덴스의 시대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서는 놀이처럼 공부하고, 놀면서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만들어 내고 사회 혁신을 이끌어 내게 된다. 그래서 지금 초중등 학교도 모두 놀이와 탐구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빨리 공부를 시작한 아이는 그만큼 빨리 지치게 되고 선행학습에 노출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자신감과 창의성이 결여된 수동적 사고를 하게 된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구 시대적인 교육을 시키려는 것은 효과도 없고 아이를 볼모로 어른의 욕심만 채우는 격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혁신중이다. 혁신의 동력은 아이들과 부모로부터 나온다. 아이들을 사람답게 기르려는, 옆 집 아이와 내 아이를 함께 끌어 안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함께 나가려는 부모들의 열망이 커질 때 한국 사회는 사람들로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단언컨대 부모들은 더 이상 사교육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대신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신나게 놀아주는 친구가 되어보라! 경쟁적 학습이 아닌 놀이가 중심이 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영어 선행학습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데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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