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쓴 '고교 프로파일'이 대입을 방해한다!

   
▲ 황간고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진로캠프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는 지난해 고려대로부터 학교 소개자료, 즉 고교 프로파일 제출을 요구 받았다. 단순한 학교소개가 아니라 3년 동안의 수상 관련 내용과 3년 동안의 동아리활동 모두를 고려대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보내라는 것이었다.

A교사는 순간 ‘멘붕’이 왔다. 추천서, 자소서를 봐주기도 모자란 시간에 고려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작성하려면 최소한 이틀은 걸리기 때문이다. A교사는 학생들 자소서를 봐주고 추천서도 작성하고 입시 상담까지 병행해야 하는 시기에 학교 소개자료까지 준비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길 지경이었다.

이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위권 주요 대학에서는 전국의 모든 고교에 자신들이 제시한 양식에 맞춰 학교 프로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많은 대학이 이 프로파일을 통해 각 학교의 교육 방향과 내용을 평가해 학생 선발에 반영했다.

그동안 개별 고교에 학교 프로파일을 요청한 대학에는 가톨릭대, 고려대, 경북대, 서울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전남대, 한국외대, 충북대와, 프로파일 공통양식을 사용하는 건국대, 동국대, 대진대, 명지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충남대, 한림대 등이 있다.

학교 프로파일, 공통양식으로 만든다

   
▲ 수원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I0ptt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12학년도부터 고교정보시스템을 통해 고교에서 기본정보와 대입 관련 특기사항 등을 입력받아 대학이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왔다. 하지만 고교에서 입력하는 정보가 학교알리미 내용과 유사하고 업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커, 이에 대한 개선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교협이 학교알리미 정보와 각 고교의 학교교육계획서를 수합해 대학에 제공했지만, 개별 대학들이 추가적으로 고교에 직접 정보를 요구해 시·도교육청,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에서 고교정보 공통양식 개발과 배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교협은 고교 교사 및 장학사, 대학의 입학처장 및 입학사정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18학년도 공통 고교정보’ 양식을 마련해 지난해 7월 발표했다. 공통 고교정보양식은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고등학교로 배포되고, 고교에서 작성한 공통 고교정보는 대교협에서 수합해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을 위해 필요로 하는 대학에만 제공된다.

공통 고교정보 양식은 총 7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통 고교정보 항목>
1. 고교 기본정보: 고교유형, 기숙사, 교원, 학생 수 등 기본현황
2. 교육환경 및 구성원 특성
3. 교육과정 운영 현황
4. 동아리활동 개설 및 운영 방식: 별도 엑셀양식
5. 교내 시상내역: 별도 엑셀양식
6.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 자체 양식
7. 기타사항



고교 교육과정 파행 운영,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
공통 고교정보에는 특히 학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비단 국·영·수·탐 과목 수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교과수업과 비교과 활동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다.

학종으로 유명한 고등학교의 프로파일은 200쪽이 넘지만, 대충 만들어 보내는 학교 프로파일은 겨우 17쪽에 불과한 것도 있다. 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내용이 겨우 17쪽밖에 안 되는 학교라면 어느 대학이라도 그 학교 학생을 선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고교가 학교 프로파일을 제대로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고교에서 교육과정을 학생 성장 중심으로 운영하지 않고, 수능 대비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으니 적을 것도 없는 건당연한 결과다.

수업시간에는 EBS 교재로 문제풀이 수업을 하고 방과후 시간에도 야간자율학습을 만들어 수능 문제집 풀이만을 강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프로파일에 적을 만한 학교 활동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처럼 수능 집중형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대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 프로파일 경쟁에서도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밀려 입시 전선에서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68
 

   
▲ <고1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개정판 http://bitly.kr/6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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