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진로를 걷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

   
▲ 학교로 찾아가는 진로 인문학 아카데미 [사진=전남교육청]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진로’이다. 왜 공부하는지 조차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던 교육이 ‘진로’를 흡수함으로써 아이들에게 공부 목적을 심어주었다. 또한 등수로 재단되던 개개인의 가치에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그렇다면 학부모는 자녀의 진로 찾기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학부모들이 공감하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자녀가 하고 싶다고 하는 직업에 대해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면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한다.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자녀의 끝나지 않은 진로 고민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의 유아교육과에 다니는 자녀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부모가 있다. 진로가 명확한 학과에, 취업도 잘 된다는 수도권 이름난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지영(가명)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유치원교사인 이모를 보고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고,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 이 직업이 잘 맞을 거라는데 전혀 의심이 없었다.

부모님 역시 지영 학생의 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격려를 아기지 않았다. 지영 학생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유아교육과 진학에 성공했다. 이제 꿈을 이룰 일만 남은 지영학생과 부모님은 모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엄마, 대학에 갔더니 꿈이 무너졌어.”
대학 진학 후, 2년 동안 별 말 없이 학교를 잘 다니던 딸의 한 마디에 엄마도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울음이 터진 아이에게서 학교를 관두고 싶다는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지영 학생의 부모님은 당황스러웠지만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한다거나 잠깐 공부가 힘든 시기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지영학생이 꺼낸 이야기는 단순한 어리광이 아니었다. 무려 7년 이상 품어왔던 자신의 진로가 이제 와서 맞지 않는다는 심각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직접 대학에 가서 필요한 과목을 배우고, 모의수업 등을 통해 실전연습을 하다 보니 비로소 자신이 원했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영 학생은 “나는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했는데, 단순히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과 아이를 실제로 돌보는 것이 이렇게 다르고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며,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이 직업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폭탄선언’한 자녀의 위태로운 진로
자퇴를 하겠다는 아이를 말리고 진정시켜 결국 휴학으로 타협을 본 부모님은 “이제 휴학한 지 1년이 다 돼서 슬슬 복학 이야기를 꺼냈더니 다시 자퇴를 하고 갑자기 요리사가 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며 심난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지영 학생은 “휴학을 하고 용돈벌이를 하려고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조금씩 도와주었던 주방 일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영 학생에게 왜 요리를 하고 싶은 것인지 묻자,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또 요새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진 만큼 열심히 하면 내가 갈 수 있는 길도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짜 진로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그렇다면 지영 학생은 이제야 진정한 자신의 진로를 찾게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본 기자의 눈에는 여전히 그 선택이 위태로워 보인다. 지영 학생의 진로선택 과정에는 세 가지가 결핍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의 과정이 없었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진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약 학생의 바람대로 요리사가 된다면 그 진로선택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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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직업탐색의 과정이 부족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지영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취미가 있다고 한다. 또 워낙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 보드를 타며 친구도 많이 생겨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휴학을 하고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고 했다.

조회 수와 구독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지금은 한파 때문에 너무 추워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진로로 연결해 볼 생각은 없었냐고 물어보니 지영 학생은 “이것으로 돈을 버는 직업도 잘 모르고, 그냥 노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생각은 못했다.”고 답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꿈과 직업을 동일시한다. 직업이 아니면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직업의 세계 역시 어마어마할 정도로 방대하다. 또 기존의 직업용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들도 하루가 멀게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지영학생은 자신의 꿈, 즉 장래희망이 꼭 어떤 ‘직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직업 안에서만 꿈을 찾으려 한 것이다. 이는 절대로 올바른 진로선택이 될 수 없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직업탐색은 현존하는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탐색을 통해 찾아낸 자신의 특성을 온전히 펼쳐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영 학생이 놓친 것은 바로 ‘경험’이다. 지영 학생의 첫 번째 진로였던 유치원 교사도 결국 자신이 본 직업 중에 하나를 택한 것이었고, 두 번째 진로인 요리사 역시 현재 가장 가까이서 그 일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일이다.

이렇듯 경험은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진로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지영 학생이 이 밖의 또 다른 경험을 겪는다면 진로는 또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진로를 선택하는지 관찰해보면 자신의 부모님이 가진 직업과 유사하거나 일치할 경우가 많다. 또는 TV나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직업을 진로로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을 토대로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진로 선택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자녀의 진로 찾기, 부모 역할은 ‘허락’ 아닌 ‘동행’이다!
지영 학생과 같은 일은 사실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현재 겪고 있는 흔한 고민 중 하나이다.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이런 고민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속출한다는 것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 <엄마 잔소리 필요없는 공신 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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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은 단순히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부터 직업탐색을 하는 모든 과정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녀가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진정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진정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이것을 직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를 찾아내는 것은 자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온 마음을 다해 힘껏 도울 수 있는 부모야말로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든든한 조력자다. 이 조력자가 바로 곁에서 온 과정을 함께 겪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진로의 여정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굳게 손잡고 동행한다면 결국 자녀는 진정한 자신의 길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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