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는 식물 뿌리와 땅 속 균 사이 비밀

   
[사진 출처=클립아트]


본 기사는 초·중학생 지식백과 매거진 <톡톡> 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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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나무’가 된다면?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학교에서 친구와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골치 아픈 고민거리를 선생님께 상담받기도 합니다. 또 집에서는 가족들과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거나, 주말에 놀러갈 곳을 정하기도 하지요. 이렇듯 소통은 우리의 생활을 아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숲속 한가운데 식물이 된다면 어떨까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우리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식물은 사람이나 동물처럼 움직일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죠. 우리가 봤던 식물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그저 햇빛을 받고, 뿌리로 땅의 영양분과 수분을 빨아들여 생명활동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죠. 만약 우리가 이런 식물의 삶을 살게 된다면 너무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식물들은 엄청나게 활발한 소통을 하며 함께 숲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숲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숲에는 식물들이 서로 양분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숲의 이야기를 나누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요. 바로 ‘땅 속’에 말이죠!

땅 속에 숨어있는 이 광대한 네트워크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불리는 식물들의 소통 망입니다. 식물들은 이 망을 통해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를 가리기도 합니다. 또 숲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위험을 주변 식물들에게 알리기도 하지요. 자, 지금부터 우리의 발밑에 펼쳐진 이 놀라운 식물의 세계로 접속해봅시다!

공생하는 식물 뿌리와 땅 속 균 사이 비밀
우드 와이드 웹은 식물의 뿌리가 지하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땅 속에 숨겨져 있던 식물 뿌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되면서 말이죠. 식물의 뿌리는 땅 속에서 균류와 공생관계를 맺는데요.

이런 뿌리와 균류의 공생체를 ‘균근(균과 뿌리의 합성어)’이라고 합니다. 균근은 사방에 깔려있어요. 여러분이 숲에서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 밑에는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균류의 실 가닥들이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죠.

학자들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얻은 탄소가 풍부한 당분을 균류에게 제공하고, 균류는 흙에서 얻은 인이나 질소 같은 영양소를 식물에게 전달해 물물교환을 하는 식으로 공생관계를 이룬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균과 뿌리의 관계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 유칼립투스 나무의 뿌리를 덮은 균류 네트워크
[사진 출처=BBC사이언스]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의 언어’로 통하다!
식물은 균류와 단순히 영양분을 교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 균류를 통해 이웃한 식물들과 소통을 합니다. 숲의 땅 속으로 넓게 퍼져나간 균류의 가닥들은 수많은 식물의 뿌리와 얽혀서 ‘균근 네트워크’라는 망을 형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드 와이드 웹’입니다.

식물들은 이 망을 통해 서로 당분과 영양분, 물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학자들은 이를 ‘나무의 언어’라고 부릅니다. 이웃 식물들과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인 셈이죠.

학자들은 식물들이 이 균근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탄소 같은 물질의 동위 원소를 빨아들이게 했어요. 그러면 이 물질이 식물에서 다른 식물로 이동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지요. 그 결과, 식물들의 ‘숲속 공동체 생활’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 터전을 가꿔나가는 숲속 마을 ‘식물 주민’들
식물이 흡수한 영양분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놀라운 장면들이 확인됐어요. 식물끼리 ‘소통’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죠. 먼저 제대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위기에 처한 이웃 식물에게 자신의 영양분을 나눠주는 모습이 관찰됐어요. 또 ‘엄마’ 나무가 아기 나무에게 탄소를 보내기도 하고, 죽어가는 나무가 자신의 남아있는 영양분을 주변 식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한편, 어떤 식물들은 주변 식물들을 편애해 자신이 좋아하는 이웃 식물에게만 영양분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식물들은 균근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돕고, 소통하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숲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었어요. 숲은 각각의 식물이 개별적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밀집 장소가 아니라, 식물들이 주민이 돼서 스스로 가꿔나가는 하나의 ‘마을’이었던 것입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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