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가는 여성 독립 운동가들, 이젠 우리가 기억할 때!

   
▲ 영화 암살 속 안옥윤 [사진 출처=maxmovie.com] [사진 출처=maxmovie.com]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톡톡> 3월호에 수록됐습니다.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사랑 모를 소냐?"
-안사람 의병가 中


탕탕탕! 빗발치는 총소리에 긴 머리를 질끈 묶은 한 여자가 날렵하게 몸을 날립니다. 바로 영화 <암살>의 한 장면인데요. 전지현은 독립 운동가들 사이에서 뛰어난 저격수로 맹활약을 떨치며 친일파 암살 작전에 참여합니다. 이는 단지 영화이기 때문에 등장한 가상의 인물일까요? 놀랍게도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남자현’이라는 실제 인물이 모델입니다.

우리가 독립 운동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 중 다수는 남성입니다. 유명한 여성 독립 운동가라고는 유관순 열사가 유일무이할 정도이지요. 그렇다면 당시 여성들은 독립운동에 소극적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독립을 열망하며, 앞장서 목숨까지 바쳤던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대에 여성 독립 운동가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고, 기록도 부족해 안타깝게 잊혀가고 있어요. 이번 3·1절에는 이 멋진 독립 운동가들을 맘 속 깊이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요.
 

   
▲ 남자현 의사의 초상 [사진 출처=국가기록원]


“일본에 빼앗긴 남편, 그리고 나의 조국…”
1919년, 종로 탑골공원을 가득 채운 민중들은 목이 터져라 ‘조선 독립만세!’를 외쳤어요. 소리치던 군중 속에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남자현 의사도 있었습니다. 남자현 의사는 25세에 을미의병으로 남편을 잃어 일본에 대한 감정의 골이 누구보다도 깊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홀로 가정을 꾸리던 그는 이 3·1운동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망명했습니다. 만주에서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서로군정서’에 가입한 그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대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남자현, ‘만주의 호랑이’로 다시 태어나다
남자현 의사가 서로군정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을 쓴 것은 바로 여성들의 의식을 계몽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여학교를 세워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지요. 특히 가장 큰 업적은 1925년 총독인 사이토 마코토 암살 계획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비록 암살에는 실패했지만 여성도 독립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던지는 무장투쟁가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남자현 의사의 의지는 삶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1932년 국제연맹 조사단이 만주 사변 진상조사를 위해 만주를 방문하자 손가락을 잘라내 “조선은 독립을 원한다.(朝鮮獨立願)”는 혈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본 장교 부토 노부요시 암살 계획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60이 넘은 나이였지만, 거지차림으로 폭탄과 권총으로 무장한 뒤 하얼빈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일본 경찰에게 체포돼 여섯 달 동안의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지만 여전히 독립투쟁의 의지를 꺾지 않고 단식 항쟁을 하다 석방됐습니다.

그는 죽기 전까지도 아들에게 독립 축하금을 부탁하며 눈을 감았어요. 남자현 의사는 광복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그의 조선의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살아있답니다.

조력자 아닌 한 사람의 독립 운동가로!
이처럼 여성 독립 운동가들은 독립 운동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써 그들을 돕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발 벗고 나서 나라를 구하는데도 열정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조국을 바라보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 의지가 불타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와 같이 활동기록이 남아있는 여성 독립 운동가는 1900여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여성 독립 운동가는 전체 독립유공자의 2%에 불과하다고 해요. 이는 연구와 조사의 부족하고 정부가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인데요. 특히 과거에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그 연구가 더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잊혀가는 역사, 우리의 ‘기억’이 숨 쉬게 한다
최근에는 그나마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서적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가 창립되는 등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는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이들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지요. 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등에서 여성 독립 운동가 특별전이 열리는 등 이들의 역사를 되살리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가 지금 태극기를 흔들 수 있는 이유는 독립 운동가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입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목숨을 바쳤던 위대한 이들이 역사 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가 노력해야겠지요? 이번 3·1절에는 태극기 달기, 관련 서적 읽기 등 작은 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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