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슬림이 빌 게이츠 맞먹는 부자가 된 비밀

   
▲ 카를로스 슬림 엘루 [사진 출처=Muzul]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톡톡> 3월호에 수록됐습니다.

‘카를로스 슬림’이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멕시코에서는 대통령보다도 유명한 사람이지요. 멕시코인들은 매일 슬림에게 돈을 벌어다줍니다. 멕시코에서 1달러를 사용하면 그 중 10센트는 슬림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멕시코인들의 삶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슬림이 소유한 병원에서 태어나, 슬림이 소유한 통신사의 전화를 쓰면서, 슬림이 만든 은행에 저금을 하고, 슬림이 만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슬림이 만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슬림이 만든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서, 슬림이 만든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슬림이 만든 음반사 음악을 들으면서 슬림이 만든 자동차에 주유를 합니다. 도대체 카를로스 슬림은 어떤 사람이기에 멕시코인들의 삶을 모두 지배하는 것일까요?

멕시코를 거머쥔 ‘카를로스 슬림’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의 기업인으로 세계 최고의 갑부 중 한 사람입니다. 2015년에는 약 771억 달러, 한국으로 치자면 80조 원에 이르는 부를 축적해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갑부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그는 처음부터 재벌가문에서 태어나거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부동산 업자로, 그는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받았지요. 그리고 그가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나이는 고작 12살이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망해가는 멕시코에서 기회를 찾다
그가 진짜 재벌로 등극하게 된 것은 바로 멕시코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때문이에요. 모라토리엄은 ‘대외채무 지불유예’를 뜻하는 말로, 한 마디로 멕시코가 더 이상 대외채무를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지요. 이때 멕시코의 많은 부자들은 멕시코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외로 도피했어요.

하지만 카를로스 슬림은 멕시코의 위기로 헐값이 된 우량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죠. 이후 1990년에는 멕시코 국가가 운영하던 통신회사 ‘텔맥스’를 민영화하기 시작하면서 카를로스 슬림은 이 회사의 지분 51%를 사들였어요. 결국 그는 멕시코의 통신 산업을 독점하게 됐고, 결국 멕시코의 최강 통신 재벌로 등극했습니다.

왜 카를로스 슬림은 비난을 받을까?
뜻밖에도 카를로스 슬림의 드라마틱한 성공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어요. 그의 성공 비결은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경영 능력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 ‘정경유착’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정경유착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정치와 경제가 긴밀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계와 경제계가 국민 몰래 손을 잡고 국가의 경제를 맘대로 주무르는 부정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어요. 기업가는 정치인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정치인은 그 기업가에게 유리한 특혜를 주는 것이지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계처럼 말이에요.

정치와 경제의 잘못된 만남
카를로스 슬림의 정경유착으로 가장 많이 지목받는 것은 멕시코의 통신 회사 ‘텔맥스’를 인수할 당시예요. 텔맥스를 민영화 할 때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어요. 따라서 슬림을 포함한 두 사람은 경쟁 입찰을 하게 됐는데, 상대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슬림은 18억 달러를 제시해 최종 낙찰을 받게 됐는데, 상대방과의 가격 차이가 고작 700만 달러에 불과했어요. 슬림이 대통령궁의 실세인 사람을 통해 상대방이 얼마를 쓸 지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이밖에도 카를로스 슬림의 정경유착이 포착된 흔적들은 매우 많습니다. 텔맥스 임원 출신이 멕시코의 운송통신부 장관을 지내기도 하고, 카를로스 슬림이 멕시코의 통신 시장을 지배하자 미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를 요구했지만 멕시코 정부가 이를 무시하기도 했죠.

“희망이 없어요.” 비극의 멕시코
그런데 정경유착이 왜 나쁜 것일까요? 어쨌든 망해가던 멕시코를 되살려 놨으니 된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한국 경제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에 한 멕시코인은 댓글로 이렇게 말했어요.

“난 멕시코인으로서 가난과 폭력, 그리고 부패로 저주받은 나의 조국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는 석유, 은, 금과 같은 많은 자원을 가진 축복받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은 성취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적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도.......”

망국의 지름길, ‘정경유착’
정경유착은 멕시코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정경유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시장의 원리인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특정 사람들에게만 유리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지요.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기업들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이 기업들이 내놓는 상품 중 자신에게 알맞은 상품을 선택할 권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이 경쟁이 불가능 해진다면, 또 국가가 특정 기업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실시하거나 특혜를 베푼다면 우리는 그 상품을 믿고 사용할 수 없어요. 또 경쟁을 통한 발전도 불가능하죠. 결국 권력을 쥔 몇몇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살고, 다른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됩니다. 따라서 정경유착은 국가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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