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굴복하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신념

   
▲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作 [그림 출처=위키디피아]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나침반36.5도> 3월호에 수록됐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이 기록한 책으로, 소크라테스가 재판정에 선 순간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후 죽음을 기다리기까지, 여러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의 내용이 담겨있다. 판결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택한 소크라테스를 통해, 진정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70 ~ BC 399)는 매일 아테네 거리로 나가 어떤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철학적 질문을 던져 그들이 가진 고민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당시 교양과 학예, 변론술을 가르치며 돈을 벌던 소피스트들은 소크라테스의 이러한 행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또 사람들의 무지를 폭로해 깨달음을 주는 과정에서, 그를 따르는 젊은이도 많았지만 만큼 그를 싫어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이유까지 겹쳐, 결국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은 죄’, ‘청소년을 타락시킨 죄’ 등으로 재판정에 오르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법의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목숨을 구걸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죄목의 부당함을 담대하면서도 차분하게 변론할 뿐이었다. 당시 재판에 참여한 501명의 배심원 가운데 1인이 돼, 그가 어떤 ‘변명’을 했는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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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항간에 떠도는 소문, 들었소?

소크라테스 나는 여러분이 나를 고발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나 자신도 내가 누구인지 잊을 정도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진실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말한 많은 거짓말 가운데에 한 가지는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배심원 무엇이 그렇게 놀라웠소?

소크라테스 그것은 그들은 여러분에게 나의 ‘웅변의 힘’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지요. 이 말은 내가 입을 열어 결코 대 웅변가가 아님을 입증하자마자 탄로 날 가장 파렴치한 거짓말로 보입니다. ‘웅변의 힘’이라는 말이 진실의 힘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그렇습니다. 만일 진실의 힘이라면, 나는 웅변가임을 인정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에게 모든 진실을 듣게 될 것입니다. 하늘에 맹세코 그들이 늘 하듯이 미사여구로 적당히 수식된 상투적인 연설처럼 말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좋든 좋지 않던 간에 괘념하지 말아주십시오. 말하는 자는 진실을 말하고 재판관은 정당하게 결정하도록 합시다.

배심원 그래 그럽시다. 그런데 고소의 내용에도 적혀있듯, 나는 당신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며, 지하의 일이나 천상의 일을 탐구해 마치 나쁜 일을 좋은 일처럼 보이게 하는 괴상한 사람이라고 들었소. 또 이런 괴상한 일들을 아이들한테도 가르치고 다닌다던데, 이건 뭐라고 변명할거요?

소크라테스 오, 아테네인 여러분, 진상은 간단합니다. 나는 자연에 대한 사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배심원 당신의 말이 옳다고 칩시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라도 난단 말이요? 당신 평소 언행 중 남들과 다른 점이 없다면, 그런 평판과 소문이 나돌지 않았을 게 아니오?

소크라테스 음, 정당한 요구요.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현명하다고 불리게 되고 또 나쁜 평판을 얻게 된 까닭을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소포클레스는 현명하다. 에우리피데스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만인 가운데서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고 자문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겐 크든 작든 지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이기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나 자신은 오랫동안 숙고한 끝에 이 문제를 풀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죠. 그 후 현인이라 불리는 정치가를 찾아가 관찰했습니다.

나는 그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매우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가 현명해 보일 뿐 사실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그의 미움을 샀고, 내 말을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도 내게 적의를 갖게 됐습니다.

배심원 당신은 왜 그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 거요?

소크라테스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함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보다는 현명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보다 약간 우월한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찾아갈 때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됐습니다.

배심원 정치가 말고, 또 누구를 만나봤다는 거요?

소크라테스 시인, 비극 작가들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내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였죠. 그들을 만나면 나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곧 드러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믿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작가들보다 더 훌륭하게 시를 설명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공예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들은 기술적인 일에 뛰어났으므로 그 밖의 일에서도 뛰어난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편견으로 그들의 지혜가 가려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배심원 결국 당신은 잘못이 없는데 고발당했다는 말이오?

소크라테스 지금까지 나는 내가 고발당한 내용에 대한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변명이 많은 사람들에게 적의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멜레토스나 아니토스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질투와 비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미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유죄로 만들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유죄를 만들 것입니다. 내가 마지막 희생자가 될 일은 없을 것이고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배심원 그런 생활을 해 오다가 사형을 당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소?

소크라테스 그것은 커다란 오해입니다. 만일 당신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면, 죽느냐 사느냐 위험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일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선한 사람이 할 일인가, 악한 사람이 할 일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스스로 선택한 위치에 있든, 윗사람의 명령으로 배치된 자리에 있든, 위험에 처해도 그 자리를 필사적으로 지키며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욕 외에는 다른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만이 진실입니다.

배심원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말이오?

소크라테스 여기서 만일 죽음을 비롯해 그 밖의 위험들을 두려워해 맡은 자리를 떠난다면 참으로 이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현명하지 않으면서도 현명한 체하며 신탁에 복종하지 않았다면, 나는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소환당해도 마땅할 것입니다.

죽음을 모르면서 두려워한다는 것은 지혜로움을 가장하는 것이지 진정한 지혜로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최대의 선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려운 나머지 죽음을 최대의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무지는 부끄러운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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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크라테스에게는 형이 집행되기까지 탈출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리 앞에서는 신념을 굽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죽음으로 신념을 완성하게 된다.

첫째,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다.
소크라테스는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을 즐겼다. 일반적으로 스승은 제자가 질문을 던지면 답을 주지만, 소크라테스는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정의는 무엇인가, 경건하고 불경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신중함과 무모함은 어떻게 다른가, 등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답을 찾아 나가도록 유도했다.

둘째,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하고자 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 무지를 자각하고 문답하며 내면적 탐구를 이어갔다. 그의 내면적 탐구는 고대의 철학적 관점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셋째, 생활은 절제하고, ‘선(善)’을 중시했다.
그는 옳은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바르게 행하게 된다며 덕과 앎을 같은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최선의 선을 추구하려면 사람들은 ‘참된 덕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보 플러스+ 소크라테스 죽음에 얽힌 ‘정치적 이유’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 사형됐다. 이는 그리스의 패권을 얻기 위해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각자의 동맹국을 이끌고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난 지 5년이 되던 해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스파르타는 소수의 ‘친(親) 스파르타’ 귀족들을 모아 민주정치 하의 아테네에서 과두정치를 실시한다.

정권을 장악한 귀족들은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과정에서 13개월 간 아테네 인구 5%를 살해하고 그들의 재산을 모두 빼앗았다. 이후 귀족들이 물러나면서 잠시 민주정치가 회복되는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귀족 세력이은 힘을 얻게 됐다. 다시 권력을 잡은 귀족들은 귀족주의의 본보기로 소크라테스를 처형하고자 했다.

그들의 눈에는 소크라테스가 비록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말하는 이론들은 귀족주의를 비난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이유로 인해, 결국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과 청년들을 현혹한다는 죄목으로 죽음을 맞게 된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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