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 교사들 "교육 정상화 위해 학종 중심의 대입전형 정착해야"

   
▲ 오름중 '수학과 친해지는 파이데이(π-day) 행사' [사진 제공=제주교육청]


최근 정부가 사실상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4월 2일 정시 모집 비율이 전체 선발인원의 20% 이하인 서울지역 대학들에 정시 인원 확대를 독려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오랫동안 견지해 왔던 ‘수시 확대’라는 정책기조가 사실상 무력화돼 학교가 다시 수능 대비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고교 진로 진학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 수석대표 이재하·대전 중일고)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이하 진진협, 회장 박정근·경기 화홍고) 소속 교사들은 4월 4일 세종시 정부청사 교육부 앞에서 ‘2022학년도 수능 및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전국 진학교사·진로진학상담교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교사들은 “지금까지 대입전형은 고교 교육 정상화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학생부종합전형과 교실 황폐화를 불러온 수능전형 등 상호 공존이 어려운 제도가 뒤엉켜 학교 현장에 불안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신뢰성, 사회적 공정성을 가진 전형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못박고 “대입 수능을 강화하는 것은 초·중·고 교육 정상화와 미래 사회 대비에 역행하는 일이며, 학종 운영상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진협·진진협 소속 교사들의 ‘2022학년도 수능 및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전국 진학교사·진로진학상담교사 공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전진협]

전진협·진진협 교사들은 “많은 언론들이 수능전형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학종 죽이기’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 같은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여론몰이는 우리 교육과 사회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일선 교사들이 학종이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신뢰성, 사회적 공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전진협과 진진협은 학종과 수능전형을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신뢰성, 사회적 공정성’ 등 3개 항목을 기준으로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학종 VS 수능,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신뢰성, 사회적 공정성으로 비교하라!
 

교육적으로 타당한 전형은 학종이다 
대입전형을 평가할 때는 가장 먼저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와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 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를 봐야 한다. 우리 교육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전인교육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사들은 수능전형이 교육이 추구하는 3가지 영역인 지·덕·체 중에서 지식 영역만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맹점으로 꼽았다. 더구나 획일적 분야의 과목을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찍기 시험, 정답 찾기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해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지·덕·체 등 모든 교육내용을 평가할 수 있으며, 특히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자료까지 포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인성과 발전 가능성이 인재 선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된다고 평가했다.

수능성적만으로 학생 역량 평가하는 것은 신뢰성 떨어져
대입 선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학생이 갖고 있는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의 역량은 수능 성적이나 내신 성적 등 학업성취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학업역량만 하더라도 학업성취도 외에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능력 등이 함께 평가돼야 한다.

교사들은 이런 점에서 수능전형이 실제 학생이 갖고 있는 역량을 평가하는 데 신뢰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5지 선다형 정답찾기 방식으로 시험문제가 출제되고, 단 1회 결과로 학생을 판정하기 때문에 ‘복불복’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3년이라는 고교 재학 기간 동안의 학생의 학업 성취 결과가 누적될 뿐 아니라 정성적 자료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학생의 실제 역량 전체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적 공정성, 학종이 지킨다
대입전형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가정 배경과 성장 환경, 이에 따른 격차를 감안해 이를 전형 과정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대입전형에서 공정성을 소위 성적순으로 칼같이 쳐내는 기계적인 공정성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부유한 부모 아래서 고가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편부모 가정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생이 같은 수능 2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두 사람의 역량이 같다고 평가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수능전형에서는 학생별 상이한 조건과 기회, 성장 배경과 환경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종적인 결과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교사들은 수능전형이 선행학습, 반복학습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입전형이기에 사회적 부유층에게 매우 유리한 전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별 상이한 조건과 기회, 성장 배경과 환경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 대입전형에서 반영한다. 교사들은 학종이 사교육 없이 학교교육만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계층 간 사다리 역할에 가장 충실한 전형도 학종이라고 말한다.


현직 교사들이 제안한다! 공정한 학종 만드는 4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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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많은 이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의의와 순기능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 현장에서 성적 부풀리기나 상위권 학생에게 상과 기록을 몰아주는 일이 일어나고, 언론에서는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니 깜깜이 전형이니 하며 연일 떠들어댄다. 이러니 학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기 어렵다.

교사들은 학종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교 현장에서 학생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를 공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금수저 전형이나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판받은 이유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교사들은 학생부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음의 4가지 안을 제안했다.

성적 부풀리기, 교육청이 엄중 조사하고 처벌 강화하라!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학벌지상주의와 IMF 위기 이후 경제적 양극화 심화에 있다고 봤다. 양극화로 계층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명문대 진학은 사회적 성공의 필수 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명문대 및 인기학과 입학 현황으로 전국 고교가 서열화 되고, 이로 인해 일선 고교에서는 고교 내신을 평가할 때 의도적으로 쉬운 문제를 출제하거나 고득점을 부여하는 관행이 생겼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이 주관하고 교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교별 내신성적 부풀리기 실태 조사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조사위는 이를 상시 점검해 성적 부풀리기 의혹이 있을 때는 담당 교사의 소명을 듣고 성적 부풀리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교사는 인사 및 보수에 불이익을 주고, 해당 교사가 평가한 모든 과목 성적을 다운 그레이드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각 시도교육청 및 전국 대학에 통보하고 해당 학교는 행정, 재정상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결과 중심 기록 되도록 NEIS 학생부 구조 개편하라!
학생부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뿐 아니라 학업태도와 학업의지, 탐구능력, 인성, 자기주도성, 리더십, 성장을 이룬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NEIS 학교생활기록부는 교과의 경우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상대평가 내신등급 등 해당 과목의 최종 결과만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 창의적체험활동은 정량평가 없이 정성평가만으로 기록하고 있다. 반면, 방과후 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기록을 대체해 풍부히 기록되고 있어 사교육 개입 여지가 크다. 이런 학생부에서는 학생의 변화와 성장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교사들은 해결 방안으로 현행 NEIS 학교생활기록부 구조 개편을 들었다. 교과의 경우 과목별 모든 평가요소마다 해당 학생의 성취 및 변화를 기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기존의 정성평가 이외에 정량평가를 추가해 기록하자는 대안도 내놨다. 방과후 활동 기록은 정규 교육과정의 기록과 구분해 별도로 기록하거나 삭제하는 것을 추천했다.

이렇게 되면 성장 중심으로 학생부를 기록할 수 있어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의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19 수시·정시 백전불태>
http://bit.ly/2E0cWlx

‘성적 몰아주기’ ‘금수저 전형’ 논란, 지역 거점대가 열쇠다!
수도권의 일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확대되면서, 일선 고교의 성적 우수 학생 몰아주기 관행도 심화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소재 대학의 경우 여전히 수능배치표 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가장 크고 학종 비중은 꼴찌를 달린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고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일부 성적 우수자를 위한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종을 두고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다.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근거를 찾다 보면 수도권의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만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이 크게 확대됐다는 데서 문제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금수저 전형이라는 논란은 기본적으로 부유한 환경의 학생들이 학종으로 상위권 대학에 다수 합격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지역 10개 대학 입학처에서 지난 3년간의 대입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수도권 학생이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수능, 논술, 실기 전형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지방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높은 합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링크] 

소득 수준별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대학의 신입생 중 저소득층 입학생 비율을 살펴봤더니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전형보다 훨씬 높았다.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 받아온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기사 링크] 

이처럼 학종이 지방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와 있는데도 언론에서 여전히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일부 고교에서 볼 수 있는 ‘사교육을 통한 스펙 만들기 관행’ 때문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분석이다.

교사들은 성적 몰아주기 관행이나 금수저 전형 논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종이 일부 성적 우수자만을 위한 전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국립대를 시작으로 전국 모든 대학에서 학종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봤다.

지역 거점대의 행보를 같은 지역 대학들이 따라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법을 제정해 지역별 거점 국립대에서 우선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대학 평가 및 행정, 재정 지원을 결정할 때 전국 모든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현황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이 학종 중심으로 전형을 운영하면 해당 지역 고교도 자연스럽게 학종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되고, 일부 성적 우수자가 아닌 전체 학생이 학종 대비에 들어간다면 몰아주기 관행이나 금수전 전형이라는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깜깜이 전형 논란, 학종 선발 기준 공개로 풀어라!
잘 알려진 대로 학생부종합전형은 정량평가로 이루어지는 교과성적 말고도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에 대한 정성평가 결과를 결정적인 평가자료로 활용한다. 그런데 대학들이 학종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회피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학종 평가 기준을 알 수 없어 합격 예측이 불가능하다 보니, 학종을 두고 ‘깜깜이’ 전형이니 ‘복불복’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대학이 나서서 학종 선발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정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수험생 1인당 3명 이상의 사정관이 참여하고, 학종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질적 수준을 높이며, 학종 시행 전후에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종에 대한 신뢰도와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깜깜이 전형이라는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진협·진진협 교사들은 “많은 언론이 학종을 비판할 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일반화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영상의 문제를 마치 학생부종합전형제도 자체가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도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기존의 대입전형에서 누려온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일부 수험생, 학부모, 사교육 집단이 의도적으로 학종을 왜곡하고 조작한 데 따른 것”이라며 “학종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세계의 교육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단호하고 강력하게 해결책을 도입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진협 이재하 대표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의 대입 전형은 학생부 중심 전형을 거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대학의 신입생 선발을 위해 대학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비용과 부담을 국가와 고등학교가 대신 떠맡는 잘못된 제도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입의 타당성과 공정성, 신뢰성’은 국가나 고교에서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고민하고 감당해야 할 몫이다. 고교는 더 좋은 중등 교육을 실천하고, 대학은 타당성, 공정성, 신뢰성을 만족하는 더 좋은 대입전형을 운영하며, 국가는 고등학교와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원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학종을 더욱 타당하고 공정하며 신뢰 가게 운영할 수 있을까. 이제는 대학이 응답할 차례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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