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위권 학생들의 유일한 희망 ‘적성고사’가 위험하다

   
▲ 과제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한 무안 남악고 학생들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고등학교에는 수많은 수포자, 영포자가 있다. 영어는 1등급이면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있고 영어, 수학은 1~2등급이면서 국어를 포기한 학생도 있다. 그나마도 이것은 양호한 상황이고,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일반고 4등급 이하 학생들로 눈을 돌려보면 이들 중 수포자나 영포자가 아닌 학생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대입전형의 핵이라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사실상 상위권 학생들만의 리그다. 학종은 성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충실히 한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1~2학년 때 학업을 소홀히 하고 비교과 활동도 하지 않은 학생은 3학년 때 마음을 잡고 대입을 준비한다 해도 학종은 떼놓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불성실했던 1~2년의 기록이 학종 당락에 결정적 작용을 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물론 억울할 일은 아니다.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학업역량을 쌓아온 학생이 대학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다. 중요한 것은 이런 학생들에게도 재기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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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철 든 아이에게도 기회는 필요하다 
고3이 돼서 뒤늦게 철이 든 학생들은 대개 수능 정시나 논술을 준비한다. 그래서 정시와 논술을 ‘패자부활전’이라고도 한다.

중학교 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다가 고등학교 때 성적이 떨어진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3학년 때 바짝 준비하면 수능과 논술로 상위권 대학 진학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서울대, 고려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이 정시와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가 학종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보다 많다.

하지만 기본기마저 약한 학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능으로 고득점을 얻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초중고 시절 학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기회를 얻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서울권 대학은 힘들어도 수도권 대학 진학은 가능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이 같은 역할을 해온 전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수시 적성고사전형이 중하위권 학생들의 패자부활전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었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유일한 희망, 적성전형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적성고사는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 수능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교육과정 내에서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수능과 유사하게 시험을 치르지만 기본 원리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고, 문제 난도는 수능의 70~80% 정도다.

거기다 시험 과목도 대부분 국·영·수 세 과목이라 준비해야 할 과목 수도 적다. 세 과목을 모두 합쳐 총 60개 내외로 문제가 출제되는데, 보통 평균 70점 이상이면 합격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학생부교과전형에 속해 있어 내신 성적도 보지만 사실상 반영 비중이 극히 미미해, 내신이 나쁜 학생이라도 적성 문제를 두세 문제만 더 맞히면 학생부교과에서 깎이는 점수 이상을 만회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많아 수능에 대한 부담도 없다.

특히 적성전형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적성고사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2019학년도에 적성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가천대, 고려대(세종), 삼육대, 서경대, 성결대, 수원대, 을지대(성남·의정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성대, 한신대, 홍익대(세종) 등 총 12곳이다. 일반고 대상 정원내 선발을 기준으로 4년제 대학 적성전형의 총 선발인원은 4,345명이다. 수능 최저를 반영하는 대학은 고려대(세종)와 홍익대(세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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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입부터 적성고사가 사라진다고? 
그런데 4월 11일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초안’에 적성고사전형을 폐지하는 안이 담겨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교육부는 제도 개편의 여러 시안을 만들어 전달했을 뿐, 결정은 국가교육회의에서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시 확대’나 ‘수능 절대평가’처럼 찬반 여론이 분분한 사안이 아닌 이상, 교육부가 미는 시안이 그대로 통과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더구나 대입전형 간소화가 현 정부의 교육공약 중 하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현 중3 학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부터는 적성고사전형이 사라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에 대해 일선 고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지역 일반고 A 교사는 “우리 학교에도 적성고사전형으로 수도권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룬 학생들이 상당수”라며 “4~6등급 학생들에게 적성고사전형은 없어서는 안 될 전형”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또 다른 일반고에 재직 중인 B 교사는 “교과 기본 개념만 충실히 다지면 되기 때문에 고3 때부터라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전형이 적성고사전형”이라고 설명하면서 “전형을 간소화하는 것도 좋지만 늦게라도 철이 든 아이들에게 유일한 기회가 되는 패자부활전 중의 패자부활전을 없애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하위권 학생들, 패자부활전에서도 소외당한다
많은 이들이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넓히라며 수능 정시 확대를 주장한다. 하지만 수능 정시와 논술전형을 통해 패자석에서 승자석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현재도 비교적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4~6급대의 중하위권 학생들은 승자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적성고사전형마저 빼앗길 판국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적성고사가 필요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적성고사가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학업을 포기하다시피 해왔던 학생들이 적성고사를 준비함으로써 교과의 기본기를 다지고 학업습관을 다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학습 과정에서 실패만 맛보았던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큰 성취를 느끼게 된다는 것도 적성전형을 준비하면서 얻게 되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 정시는 확대하고 적성고사전형은 없애버린다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세상은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곳이 될 뿐이다. 패자부활전에서마저 소외당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희망이 필요하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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