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교육단체 '대입 개편' 공동 기자회견 개최…대입 제도, 학교 정상화와 교육혁신 담보해야

   
▲ 진진협, 전진협, 실천교육교사모임, 한국진로진학정보원, 한국입사관협의회 등 22개 교육 관련 단체는 4월 25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2022학년도 수능 및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제공=진진협]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중책을 맡은 국가교육회의가 본격 가동되면서, 초·중·고 학교 정상화와 교육혁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초·중·고 교사, 학부모, 졸업생, 대학, 시민단체 등 22개 교육 관련 단체는 4월 25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우리 교육이 과도한 입시경쟁 속에 수능과목 위주의 강의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을 되풀이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입시 위주 교육의 고질적 병폐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 수석대표 이재하·대전 중일고)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 회장 박정근·경기 화홍고),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정성식·익산 동남초),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이사장 정천수),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회장 김정현) 등 총 22개 교육 단체가 뜻을 모아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2008년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면서, 학교교육이 주입식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과수업은 물론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미래 사회에 대비한 다양한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낳았다고 봤다.

하지만 학생부전형 축소와 정시전형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학교 교육 정상화와 교육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는 초·중·고 학교교육이 다시 수능 과목 위주의 강의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회귀하게 될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개악할 것을 우려한다”며 공동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국가교육회의에 요구하는 사안은 크게 여섯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 요소는 제거하되 유지·발전시키며, 정시 수능전형 확대는 신중히 할 것 둘째, 수시와 정시전형 시기를 통합하되 수능 영향력 확대 등 부정적 요소를 해소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것 셋째,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 넷째,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할 것 다섯째,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내신성취평가제를 전과목으로 확대할 것 여섯째, 대입제도 개편 논의에서 교사 의견을 존중할 것 등이다.
 

   
▲ <고1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개정판
http://bitly.kr/6Y4

학종 불공정 요소 없애고, 수능전형 확대는 신중 기해야 
이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학교 정상화와 교육 혁신이 이뤄졌다고 본다. 따라서 학종은 기본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맞으며, 단 불공정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수능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4월 11일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살펴보면 “학종의 불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아 수능전형 확대 요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전제로 정시 확대 필요성을 암시하면서, 국가교육회의에 주요 논의사항으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비율을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수능 과목과 점수 제공 방식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종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묵과하고 교육부가 전형의 비율 조정을 주문한 것은 사실상 정시를 확대하자는 요구에 응답한 것으로 매우 우려 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의 수능으로는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의 자질과 사고력, 인성 등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육계는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반쪽짜리 수능 성적이 대학이 미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유일한 평가자료로 활용되는 수능 정시전형을 늘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과 대입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수능 준비로 문제 풀이에 치중하는 교실, 흥미를 잃어 잠자는 학생을 깨워 즐겁게 배움에 동참하게 하는 교실을 만들겠다고 말해 왔다.

단체들은 “교육부가 미래 사회에 적합한 학습이 이루어지게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대입제도 개편으로 변화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읽혔다”며 “이런 변화의 동력이 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란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시·정시 통합하되, 수능 영향력 확대돼선 안 돼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대학입시를 단순화하는 방안으로 선발시기 개편을 제안했다. 거기다 ‘수시 준비로 인한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의 파행 문제가 있으므로, 수시 시기를 늦추거나 2학기 성적까지 대입에 반영해 현재의 파행적 고3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동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수시와 정시 전형 시기를 통합하는 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능 영향력 확대 등의 부정적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 시기를 통합하면 현재의 수시 지원 방식과는 달리 학생들은 수능 성적을 알고 지원하게 되므로, 전형 시기 통합이 수능 중시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필요
단체들은 수능 과목을 현행대로 상대평가하게 되면 고교 수업에서 수능 문제풀이를 반복하게 되며,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 수학, 탐구의 편중학습이 유발될 것을 우려했다. 수능의 유·불리를 고려한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교실 수업을 정상화해 학생들이 흥미와 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한 문제라도 더 안 틀리기 위해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학원과 개인과외 등에 내몰리며 문제풀이 연습에만 매달려야 하는 비정상적 교육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할 방안 마련해야 
이들은 현재 학종이 공정성과 투명성 면에서 여론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들은 학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송안에 제시된 것처럼 대학이 대입 평가 기준과 선발 결과 공개하고 대입 전형별로 신입생의 고교 유형별·지역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원자와 특수한 관계를 가진 사정관을 전형 평가에서 배제하는 회피제척제와 입학사정관 평가제를 의무화하고, 대입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명칭 표준화 등의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학종이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성 논란이 발생하는 학생부 기재항목을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항목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문제는 교사, 학생, 학부모의 초미의 관심사이므로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신성취평가제 전과목 확대, 고교학점제에 맞는 대입제도 설계 시급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전면 도입하기로 한 고교학점제는 수능 절대평가와 더불어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 가운데 하나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입각해 배울 교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고, 대학은 이를 전공적합성과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제도다. 성적 순위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체제 아래서는 선택 과목별로 성적에 유불리가 발생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단체들은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자신의 학업역량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으려면 내신 절대평가제가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에 걸맞은 대입제도 역시 당연히 개발돼야 하는 것이 이치다. 이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고교학점제에 맞는 개인 맞춤형 대입제도를 시급히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입제도 개편 논의과정에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초중고 교사들을 적극 참여시켜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22개 단체들은 앞으로 ‘정시 수능 확대 반대 국민청원운동’을 전개하고 국가교육회의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전국 교육감 후보를 대상으로 대학입시제도 개선에 대한 공동 질의 및 공동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공동 기자회견 참여 단체명(가나다 순)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공동대표: 최창의, 송성영, 주미화)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일체화 교사동아리(회장: 강민서) / (사)교육디자인네트워크(이사장: 안종복) /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대표: 이찬승) / 교육희망네트워크(상임운영위원장: 김옥성) / 교육희망을 여는 전국공모교장협의회(회장: 송병일) / 4.16 교육혁명연구소(이사장: 구희현) / (사)새로운학교네트워크(이사장: 황호영) / 서울교사노동조합(위원장: 박근병) /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정성식) / (사)아름다운배움(대표: 고원형) /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은형) /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회장: 박정근) / 전국진학지도협의회(수석대표: 이재하) / 전국혁신학교졸업생연대(대표: 방혜주) /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대표: 박은진) / 정의교육시민연합(대표: 천희완) / (사)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영식, 김정태) / 학교시민교육전국네트워크(대표: 허진만) /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회장: 김정현) / 한국배움의공동체 연구회(대표: 손우정) / (사)한국진로진학정보원(이사장: 정천수)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777
 

   
▲ <나침반36.5도> 정기구독 http://goo.gl/bdBmXf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