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개편 첫 공청회…학종 VS 수능 논란에 철학이 없다

   
▲ 제주 오름중 '수학과 친해지는 파이데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수능 중심으로 대입체제가 개편되면 이 같은 학교 체험활동은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제주교육청]


“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웹서비스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전문서적도 찾아 읽고 동아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인정해주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고 수능전형을 확대해서야 될까요?”

대전지역 한 중3 학생의 당찬 목소리가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백마홀을 가득 채웠다. 자리를 함께한 400여 명의 학부모, 교사, 교육관료, 시민단체 회원들은 각자의 주장은 다를 지언정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어린 인재의 따끔한 일침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5월 3일 충남을 시작으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바라보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권역별 간담회가 시작됐다. 이 행사는 지난 4월 16일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에 따른 공론화 과정의 첫 단계로 마련됐다.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학생, 학부모, 교원, 시민단체 등 국민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서다.

수시 학종과 수능 정시 모집 비율을 놓고 교육 관계자들의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충남대에서 열린 첫 간담회에서도 역시 학종 옹호측과 수능 정시 옹호측의 날카로운 공방이 오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전 중3 학생의 당찬 일갈이 터져나온 것이다.

대입제도 개편 첫 공청회, 의견차만 확인했다 
앞서 주최측인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은 모두발언에 나서 “대입제도가 너무 복잡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도 아래에서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고 특권이 생기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대입제도가 미래를 위해 설계돼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학부모들은 아이가 대입을 앞두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며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개편안을 만들 수 있게 의견을 내달라”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학종이 제대로 된 전형인지, 한편으로는 수능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해 문제제기만 있을 뿐 대안 제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학교와 입시제도의 변화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학종 옹호론자들과 수능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과 같았다. 수능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대표는 수능정시 확대에 찬성비율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며 “국민 다수가 원하는 만큼 수능정시 선발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시에서 온 한 학부모는 “수능은 아이들이 스킬을 익히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라며 “우리 교육이 아이들을 시험 잘 보는 기계로 만드는 게 올바른 일일까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종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수능을 늘리자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수능이 절대평가로 치러지면 필연적으로 학교 내신 비중이 커지게 된다”며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시의 한 고교 교사는 “학종을 금수저전형이라고 하지만, 수능이야말로 고액 강사에게 찍기 기술을 배우고 비싼 학원을 여러 개 다니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금수전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이루어지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종과 수능정시 비율 조정 문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점점을 만들어내기 힘든 대입제도를 정부가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설득과 비전 제시 포기해선 안 돼 
중요한 사실은 정부가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대전의 중3 학생처럼 어려서부터 진로 탐색에 관심을 갖고 흥미분야를 열심히 탐구하고 활동하며 다양한 역량을 키워가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설득과 비전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종과 수능을 둘러싼 논쟁이 확대일로에 있는 것도 정부가 설득과 비전 제시에 소홀한 탓이 크다. 더구나 최근에는 교육부 관료가 서울지역 대학들에 사실상 정시확대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큰 비난을 사기도 했다. 설득과 개선을 포기한 채 여론의 눈치만 보는 정부의 이 같은 갈짓자 행보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마당 일정표 

권 역 일 시 장 소
충청권 2018.5.03.(목) 16:30 ~ 19:30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백마홀(대전)
호남·제주권 2018.5.10.(목) 16:30 ~ 19:30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광주)
영남권 2018.5.14.(월) 16:30 ~ 19:30 벡스코 컨벤션홀(부산)
수도권 2018.5.17.(목) 16:30 ~ 19:30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서울)

*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 주제토론방(www.eduvision.go.kr)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55
 

   
▲ <나침반36.5도> 정기구독 http://goo.gl/bdBmXf

 

저작권자 © 에듀진 인터넷 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