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 키우는 요약의 모든 것!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논술 시험, ‘바칼로레아’에 출제됐던 문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 논술시험은 이런 문제를 절대 출제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시험은 프랑스 바칼로레아에 비하면 훨씬 쉬운 수준이고, 채점의 편의를 위해 어느 정도의 예시 답안도 정해져 있다.

우리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 시험은 대부분 몇 가지의 제시문을 보여주고, 제시문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면 분석한 자료들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거나, 도표 혹은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논술을 준비할 때 천부적인 글쓰기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낙심할 필요도 없고, 그런 재능이 있다고 자만할 이유도 없다. 우리 논술의 핵심은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 그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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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나침반36.5도> 6월호에 수록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잡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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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 없는 문장력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많은 학생들은 논술을 준비할 때 문장을 유려하게 잘 써내려가는 ‘문장 기술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논술에서는 항상 제시문이 등장하고, 이를 논제에 맞게 잘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제시문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잘 쓰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논술에서 독해력을 강조할 때, ‘영어도 아닌 모국어인데 읽을 수 있으니 당연히 독해력이 있는 것 아니냐’며 독해력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문맹률이 매우 낮은 나라이다. 그러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수준에 가깝다. 글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읽기만 할 뿐, 그 속에 내재된 필자의 의도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글의 의도와 주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야말로 ‘독해력’과 직결된 능력이다. 특히 항상 제시문을 활용하는 우리 논술은 독해력만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그것을 활용해 요약을 하기도 하고, 뒷받침하는 주장을 하기도, 반박하는 비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해력, 어떻게 높여야 할까?
그렇다면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특별히 논술 공부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독해력이 좋은 학생들이 있다. 언어영역 성적이 항상 잘 나오고, 글쓰기 대회에서도 자주 입상하는 학생들 말이다. 이런 학생들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독서량이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아직 여유가 있는 고 1,2학년 학생들이나 그 이하 학생들은 꾸준히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 고3 학생들은 어떻게 독해력을 키워야 할까? 실전에서 독해력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글을 요약해보는 것이다. 요약을 해보면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가 곧바로 명확히 드러난다. 대학 논술 시험에서도 수험생의 독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제시문을 요약하라는 문제를 출제하기도 한다. 요약 문제가 출제되면 다수 학생들은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답안 작성에서 제대로 요약을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요약을 할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요약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2014년도 수능국어 B형 예비 시행문제 6번에 출제됐던 문제를 살펴보자.
 

나무 연필은 샤프펜슬, 만년필 등 새로운 필기도구들의 도전을 줄곧 받아 왔다. 한때는 타자기가 연필을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컴퓨터가 연필의 종말을 재촉할 것이라는 예측도 뒤따랐다. 하지만 나무 연필은 샤프펜슬, 만년필, 타자기와 컴퓨터의 등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은 적이 결코 없다. 20세기 중반에도 나무 연필은 역대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하여, 미국만 해도 연간 20억 자루가 생산되었다. 연필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필기도구로 사랑을 받고 있다. 

 

<미나의 요약문> 나무 연필은 새로운 필기도구들의 도전을 줄곧 받아왔다. 한때는 타자기와 컴퓨터가 연필의 종말을 재촉할 것이라는 예측도 뒤따랐다. 나무 연필은 샤프펜슬, 만년필, 타자기와 컴퓨터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적이 결코 없다. 미국만 해도 연간 20억 자루가 생산되었다. 연필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필기도구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민의 요약문> 나무 연필은 새로운 필기도구뿐만 아니라 타자기와 컴퓨터의 도전을 받아 왔지만 오늘날까지 대중의 필기도구로 사랑을 받고 있다. 


다수 학생들은 ‘미나’와 같은 방법으로 요약을 한다. 제시문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삭제한 뒤, 거의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제대로 된 요약이 아니다. 제대로 된 요약에서는 반드시 ‘분석’과 ‘재구성’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요약문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완벽한 글이다
요약을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장황하게 가지를 뻗은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마디마디를 부러뜨려 핵심적인 부분만을 골라낸 후, 다시 하나의 완벽한 글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글을 요약할 때는 먼저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의 흐름인지, 현상과 분석인지, 명제에 대한 근거, 또는 비판인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세부 구조를 파악하도록 하자. 세부 구조를 파악할 때는 핵심문장이나 단어에 표시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파악한 핵심들의 의미와 연결이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가다듬으면 비로소 좋은 요약문이 완성된다.

잘 쓴 요약문은 한 줄을 읽더라도 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반복적인 내용은 한꺼번에 압축해서 서술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간단’하고 ‘명료’한 것이 요약의 핵심이다. 한편 요약하는 연습을 할 때 단어를 나열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단 한 줄로 요약하더라도 완벽한 문장이 되도록 써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전논술!
다음 제시문을 요약하고, 필자가 비판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서술해보자.

오토바이 운전자와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 속에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물집들,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체중, 자신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자 모든 게 변한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비신체적·비물질적 속도, 순수한 속도, 속도 그 자체, 속도가 주는 짜릿함에 몰입한다. ……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 빈 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밀란 쿤데라, <느림>-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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