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부터 학부모까지, 높은 ‘학종 의식’이 성공의 비결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홍천여자고등학교(교장 고기환)는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서울서 1시간 남짓한 거리를 출퇴근하는 선생님도 있을 정도다. 지역에서는 ‘홍여고’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며, 한 학년에 220~230명이 재학 중이다.

   
▲ 홍천여고 교장 고기환


홍천여고의 올해 대학 진학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10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보유하고 있어, 원거리 통학생과 성적 우수자 순으로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기 때문에 타 지역 열혈 학부모들이 소문을 듣고 자녀를 이 학교에 입학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침반 36.5도>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홍천여고의 성공의 비밀을 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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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나침반36.5도> 7월호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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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실적 상승, 핵심은 ‘학종’에 있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홍천여고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 일반 시골학교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상위권 대학에 다수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홍천여고에서는 2018학년도 고3 재학생 총 238명 중 64.3%인 153명이 4년제 대학을 수시로 진학했으며, 4%인 10명이 정시로 진학했다. 이외 학생들은 다수 전문대로 진학하거나 애견학원, 미용전문학원 등 거의 100%에 가까운 학생이 상급 학교로 진학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4년제 수시 합격생 153명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79명이 합격했으며,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대부분이 종합전형에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홍천여고 4년제 수시 합격생 153명 중 종합은 79명, 교과는 72명, 특기자는 2명이다. 그리고 이 중 67명이 농어촌, 지역인재, 기초생활수급자, 사회기여자 등 고른기회 전형으로 진학했다.

지역적 특성으로 고른기회에 속하는 전형들의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그 외 다수 학생들이 일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도시 학교들과 경쟁해 당당히 승기를 거머쥐고 있다. 그만큼 홍천여고의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는 탄탄하다. 그렇다면 홍천여고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

‘비경쟁’ 독서교육으로 학종을 준비하라!

홍천여고는 ‘책 읽는 소리가 아름다운 학교,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학교’로 불릴 만큼 독서활동을 활발히 하는 학교다. 활발한 독서활동은 학종에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는 학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독서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 글쓰기 능력, 소통·공감능력, 전공적합성 등 학업역량 향상에 필수적인 능력들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천여고 독서교육의 또 다른 핵심은 ‘비경쟁’에 있다. 학생들은 상대평가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경쟁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져,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독서에 힘쓸 수 있다.

또한 홍천여고의 독서활동은 수업과 연계해 이루어지고 있어 깊이 있는 교과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책을 읽은 뒤 친구들과 토론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다른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도 함께 갖추게 된다.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이어지는 3년간의 독서활동은 특히 학종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홍천여고 독서교육의 효과가 빛을 발한 것은 바로 올해 대입에서였다. 1학년 때부터 독서활동을 시작한 학생들이 졸업한 첫해였기 때문이다. 고3 부장을 맡고 있는 차은경 교사는 “독서교육 시작과 동시에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의 학생부 관리, 자소서, 면접 준비를 본격 지원했기 때문에, 3학년이 돼서야 자소서 정도를 봐주는 학교와는 결과가 달리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2회 독서동아리워크

학종의 힘, 학교-학생-학부모 통(通)해야

홍천여고는 독서교육 이외에도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숨은 역량을 계발할 수 있도록 여러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홍천여고에서 운영하는 대회는 총 69개로 교무부 5개, 연구부 1개, 학생부 2개, 기숙사부 2개, 1학년 2개, 2학년 1개, 독서교육 11개, 수학 1개, 진로부 12개, 사회 6개, 영어 7개, 과학이 14개, 한문 1개, 중국어 3개, 예체능 1개 등이다.

학교가 이처럼 학종 준비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역할이 크다. 차 교사는 “현재 교장 선생님은 2016년에 부임해 오셨는데,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교사들은 학년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소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에 나서고 있으며, 수요일에는 교사 동아리도 활성화돼 있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도 교과교실제로 우수한 학교를 견학가기도 하는 등 배움의 의지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설명한 독서교육도 마찬가지다. 홍천여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능 정시가 아닌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학생참여 중심의 활동 수업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편이 유리하다.

역시 차 교사가 전근오기 전부터 학교의 풍부한 비교과 활동 지원정책 덕분에 대학진학 성적이 우수했던 해가 있어, 이 경험 덕에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학종 이해도와 비교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 독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모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다른 교사들까지 적극 동참해준 결과였다.

한편 차 교사는 “홍천여고 학부모들은 만족도와 기대감,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아 학교행사에 매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종에 대해 학생, 학부모, 학교장, 교사 모두가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과학캠프
   
▲ English Cafe

남다른 인재를 길러내는 ‘학생 맞춤’ 교육

이처럼 홍천여고는 학교 구성원들의 높은 학종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주기 위한 다양한 진로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교과와 연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 ‘진로의 날’ 운영

학생의 관심과 적성을 키워주는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가고 있으며, 진로진학 상담 교사와 함께하는 동아리 컨설팅 활동, 개인전시회 등을 통해 자기발현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비전실천대회, 미래의 전공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과별 교육 행사도 활성화돼 있다.

▲ 교과별 교육과정

매주 수요일 4,5,6교시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으로 정해 맞춤형 진로교육과 연계한 동아리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학생 중심으로 창체동아리를 구성하고, 자율동아리를 적극 지원한 결과 자율동아리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서술형 평가·수행평가의 내실화

교육과정 평가 방법에서도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내실화가 두드러진다. 2,3교시를 블록으로 묶어 100분 수업을 진행하는 블록타임제, 학생들이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받는 교과교실제 등과 연계해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가 진행된다.

▲ 교과교실제

2013년부터 실시돼 교과별 전용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디어실은 물론 다양한 교수 학습 자료 및 기자재를 통해 효율적인 수업을 구성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자기주도 학습법 및 전공 탐색을 위해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과 교사‧학부모 진로교육 연수를 실시하고 진로진학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진로에 대한 의식을 신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 제3회 낭독이 있는 저녁

수학 3,4등급이 카이스트 인재로…
“점수로만 평가했다면 잃어버렸을 보석”


학종을 준비하는데 있어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일거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자소서 도움 주기나 추천서 쓰기 말고도 학종은 교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따라서 단순히 업무적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학종은 교사들에게 힘든 대입전형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도 많은 교사들이 학종을 지지하는 이유는 점수와 등급으로만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수능 체제 시스템과 달리, 학종은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찾도록 돕고 이를 꽃피우게 한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올해 카이스트에 들어간 학생이 학교에 찾아왔다. 농어촌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으로, 입학 전 선생님들의 걱정이 많았다. 모의고사 수학 가형 성적이 3,4등급 나오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수학적 능력이 필수인 카이스트에서 학업을 잘 따라갈까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차 교사는 이런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고 전했다. 학생이 입학해서 잠재돼 있던 역량을 끌어올려 공부도 잘하고, 학교생활도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이처럼 대학 진학이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획득하려면 학생 평가를 단지 성적이나 등급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역량과 성장 가능성, 이를 발현케 하는 교과·비교과 활동 내용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홍천여고가 인정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학교가 학생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숨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원석을 잘 갈고 닦아 보석을 만드는 일, 즉 학생들이 가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찾아 빛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금의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사진 제공 : 홍천여고
*에듀진 기사 원문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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