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입학사정관은 인터뷰 당시에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의 입학사정관이었지만 현재는 가천대학교 입학사정관으로 근무중이다. 진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려는 실력파 입학사정관이다.

 

올해 입학사정관전형(학생부종합)의 모집인원이 59,284명으로 수시모집 전체(243,333명) 대비 24.3%이다. 특히 서울지역 수시모집의 전체 모집인원(46,376명)의 절반(43.8%, 20,331명) 가까이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니 서울지역을 선호하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큰 관심사일 것이다.

   
▲ <이종호 가천대학교 입학사정관>


과거에는 입학사정관전형에 맞는 학생이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 소수만 준비했었다. 이제는 수시모집에서 서울지역의 대학을 가고 싶은 경우라면, 서둘러 진로를 세우고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에 학부모를 만나면 입학사정관전형이 없어진 줄 아는 학부모도 많다. 매번 별것도 아닌 것을 ‘이리 바꿨다. 저리 바꿨다’ 하는 교육당국이 학부모의 정보접근성을 떨어트리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알면 바꾸고, 알면 또 바꾸고 하는 입시정책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이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이종호 입학사정관을 만나 입학사정관 전형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Q : 입학사정관전형이 사라졌나요?

A :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만 바뀐 것이지 입학사정관제도가 폐지되었다는 것은 정부문서 어디를 찾아봐도 없다. 평가자인 입학사정관도 그대로이며 전형방법도 동일하고 모집인원은 오히려 늘었다. 현재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표에도 학생부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핵심이다.

Q : 입학사정관전형이 앞으로 확대될까요?

A : 물론이다. 입학사정관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론의 동향을 파악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가는 국민이 원하면 해야 한다. 곧 표심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과다에 몸서리치고 있으며 사교육비 축소와 관련된 정책은 모든 선거지원자들의 핵심 공약이 된지 오래이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들어온 입학생의 사교육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와 있다.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으나 입학사정관제는 교육발전에 관한 key로서 대입전형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 고교-대학 연계, 탈점수화, 탈서열화, 탈획일화, 교육과정 정상화, 창의인재 육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유일한 포괄정책이다.

Q : 저는 특별하지 않는데..

A : 특별한 재능은 특기자전형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종전에는 입학사정관전형과 특기자전형에 대해 혼란을 겪었던 것이 이 부분이다. 그러나 이제는 입학사정관전형을 소수를 위한 특기자전형과 구분되며, 많은 수험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전형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특별한 재능을 갖춘 학생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세우고 열심히 학교생활 충실하게 한다면 누구나 입학사정관전형에 도전하도록 만들어 나가고 있다.

Q : 내신, 비교과, 자소서, 추천서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요?

A :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외모, 능력, 성격, 인성, 재력 등 여러 부분 중에 어느 하나만 보고 판단할 수 없듯이, 입학사정관전형도 마찬가지다. 평가할 수 있는 여러 사항들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지원자를 심사한다. 예컨대 내신만 보고 뽑으면 인성이 엉망일 수 있고, 비교과영역이 좋아서 뽑았는데 수학능력이 부족하여 강의를 따라오기 힘들 수도 있다. 요소별 중요도를 따지기에 앞서 평가영역을 파악하라.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은 인성영역, 잠재력영역, 전공적합성영역이 있다. 이 모든 영역에는 내신+비교과+자소서+면접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각 대학별 평가영역에 따라 준비하면 보다 전략적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Q : 전에는 같은 내신인데 ‘어딘 붙고 어딘 떨어져’ 라는 말이 많았다?

A : 종종 내신이 몇 등급이면 합격이 가능한지, 비교과영역이 좋은데 합격이 가능한지, 같은 내신인데 왜 어디는 붙고 어디는 떨어지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입학사정관전형은 정성적 종합평가라서 내신만 갖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신이 좋지만 다른 부분이 미흡할 수도 있으며, 비교과영역이 좋다는 말은 본인의 생각에 좋은 것이지 평가자 입장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 차츰 이런 말도 없어져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Q : 스펙(spec)이 뭔가요?

A : 스펙(spec)은 입시용어가 아닌 취업용어이며 이를 사교육업체가 입학사정관제에 도입해서 입시용어가 되었다. 우리 공교육이 만들어낸 입시제도의 용어조차 사교육업체에 휘둘려야 한다니 한탄스럽다. 스펙은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부족한 나를 덮기 위한 포장수단이라는 의미가 더욱 진하다. 따라서 용어에 있어서 ‘스펙’보다 ‘비교과영역(활동)‘이 무난하며 겉치레보다 내실을 다지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Q : 학교장 승인받았지만 학생부에 기입하지 못한 수상실적을 자소서에 적을 수 있나요?

A : 그 동안 공인어학성적, 올림피아드 등의 사설기관의 수상실적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사항은 자소서에 기재를 못하게 하고 있었으나 별다른 제재지침이 없어서 그 부분만 반영을 안 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번에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자소서에 이런 사항을 기재하면 ‘0점’ 처리 하도록 지침이 세워지면서 더욱 강화되었고, 입학사정관전형에서도 이러한 제재가 도입되어 학생부에 기입되지 않는 사항은 자소서에도 기재할 수 없게 되었다.

Q : 비교과활동이 많은데 합격 가능한가요?

A :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가장 잘 못 알고 있는 사항이 바로 이점이다. 비교과 영역이 많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교과활동이 너무 많아서 어느 점이 자신의 장점인지 어필하기 쉽지 않으며, 가급적 지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활동이면서 핵심적인 활동 몇 가지만 자소서에 언급하면 좋다. 하나를 하더라도 양보다 질로 승부하도록 하자. 또한 종합평가인 만큼 비교과영역 이외에 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 면접 등 다른 부분에서도 노력을 해야 한다.

Q :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나요?

A :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이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쓸 소재가 없으면 겉은 멀쩡하지만 알맹이 없는 땅콩이 되기 쉬우며, 짜집기 또는 허구를 쓰게 되어 유사도검증에 걸리기 쉽다. 또한 글솜씨를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탄탄한 소재 기반으로 정성을 들이면 된다. 두 번째는 정성이다. 정성이란 것은 돈이 들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적어도 여러 번 퇴고를 통해서 본인만의 완성된 글을 제출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법이나 오탈자가 여러 개 나왔다면 여러 번 퇴고를 하지 않은 정성을 들이지 않은 글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필자가 강의 시 늘 강조하는 개성 있는 글이다. 개성 있는 글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타인의 경험을 그럴싸하게 적은 것이 아닌, 본인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글이 곧 개성 있는 글이다. 단, 학생부에 기재된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해야 한다.

Q : 입학사정관전형은 예측가능성이 낮아서 진학지도하기 어렵다

A : 수험생이나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합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존 커트라인이나 합격기준이 명확히 공지되고 예측이 가능하길 바란다. 물론 이러한 정보 공개는 이제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표에도 포함되어 있고 대학들은 합격기준 등을 공개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성과지상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예측가능성이 대학서열화를 키워왔다. 입학사정관제는 이런 예측가능성을 매우 낮게 만들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대학서열화 파괴에도 기여하고 있다.

Q : 교사로서 추천서 작성하는 부담이 많이 되는데요?

A : 교사추천서가 입학사정관에게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이다. 우리는 학생부와 자소서만으로 학생의 모습을 그리기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으며 제3자가 작성한 추천서에 대한 신뢰도는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입학사정관은 한 지원자에 대해 길어야 20~30분 동안 서류평가를 한다.

물론 담임으로서 고작 종례시간 5분 보는 아이들을 어떻게 평가를 하냐는 의견도 있으나, 입학사정관보다 추천인은 적어도 그 이상 보아왔다고 생각한다. 교사추천서의 양식의 공통화와 간소화가 점점 이뤄지겠으며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입 선발과정에서 교사가 참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추천서를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으로 대체 활용하여 선진화를 모색하고 열람에 관한 제도적 보완이 된다면 교사 및 대학 모두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

Q : 입학사정관전형은 공정한가요?

A : 이제 ‘숫자의 공정성’에 목매이지 말았으면 한다. 입학사정관전형의 공정성 문제는 입학사정관을 시작한 2009년부터 줄곧 논의되어온 사안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이다. 피평가자(수험생/학부모/교사 등)가 정성평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점수제로 자란 세대이다 보니, 수능이나 학생부의 점수가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수능점수 1점 차이가 정말 엄연한 차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는 ‘숫자의 공정성‘에서 기대지 말고 빠져 나와야 한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현재 입학사정관들은 정성평가를 정량화하고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평가기준과 과정 등 공개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더욱 자세히 공개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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