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진통제 아스피린이 사랑받는 이유

   
▲ 아스피린 [사진 출처=awesomejelly.com]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극심한 생리통, 감기로 인한 고열, 근육통 등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겪고 있는 고통이다. 그래서인지 세상의 하고많은 약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단연 진통·소염제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진통제는 무엇일까? 정답은 최초의 합성 의약품, 아스피린(aspirin)이다. 아스피린은 매년 2,000억 정 이상이 소비되고 현재까지는 1조알 이상 팔려나갔다. 아스피린이 세계인에게 이토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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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진로진학 매거진 <나침반> 7월호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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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들도 먹었던 천연 의약품
아스피린의 정식 명칭은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이다. 아세틸살리실산은 버드나무나 포플러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가공한 것으로 본래 천연 의약품이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을 조사한 결과, 진통을 목적으로 버드나무를 섭취했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기원전 1500년 경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 따르면 버드나무를 강장제나 진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으며,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도 기원전 400년 무렵 포플러나무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즙의 성분에 있는 진통효과를 알아내고 그것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버드나무를 진통제 삼았던 기록이 있다. 1571년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을 보던 중 말에서 떨어지자, 버드나무 껍질을 잘라 다친 다리를 싸매고 시험을 마친 유명한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버드나무 껍질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치료약으로 사용되면서 주요한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왔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iphak.gwangju.ac.kr


천연 치료약물에 관심을 갖던 과학자들은 1830년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약효를 낸다는 점을 밝혀냈고 이 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효과 좋은 살리실산에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구역질이 날 만큼 좋지 않았던 맛과, 위장장애나 이명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살리실산의 단점 개선한 아스피린
이러한 문제는 1897년 독일의 작은 제약회사 바이엘에 다니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에 의해 해결됐다. 호프만의 아버지는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살리실산나트륨을 복용 중이었는데 관절염에 의한 통증은 덜었지만 위장장애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한 약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밤새워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최초의 합성 의약품 ‘아세틸살리실산’이 탄생하게 된다.

   
▲ 살리실산 화학 구조
   
▲ 아세틸살리실산 화학 구조


아세틸살리실산으로 변한 살리실산은 살리실산나트륨보다 복용하기 용이했고 위장 점막에 가는 자극도 덜어 주었다. 아세틸살리실산은 이후 바이엘 사에서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빠른 효과와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가정상비약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더불어 아스피린이라는 제품명이 대중화 되면서 자연스레 아세틸살리실산을 부르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의 아스피린은 당시 펠릭스 호프만이 제조한 방식과 동일하게 생산·보급되고 있다.

   
▲ 펠릭스 호프만(1868~1946) [사진 출처=sciencehistory.org]
   
▲ 초기 아스피린은 가루형태로 판매됐다. [사진 출처=gizmosnack.com]


단순 진통제를 넘어선 아스피린의 효능

   
▲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저용량 아스피린 [사진 출처=amazon.com]

아스피린의 주된 효능은 진통, 해열, 소염이며, 이 밖에도 장티푸스나 류머티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진통제인 아스피린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얻게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은 혈전 형성의 주범인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때문에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의 발병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고, 치매 또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의학계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아
아스피린의 효능만 놓고 보면 마치 기적의 ‘만병통치약’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스피린 또한 어디까지나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반드시 존재한다.

   
▲ 경기도교육청 '꿈꾸는학교 꿈크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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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식욕부진, 가슴쓰림, 위통, 구역, 구토 등의 위장장애이며, 이명, 현기증, 두통 등의 증상도 보일 수 있다. 또한 발진, 천식과 유사한 알레르기 증상으로 심하면 쇼크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소아의 경우 매우 드물게 뇌와 간에 손상을 받아 의식불명에 빠지는 ‘레이증후군’을 보일 수 있다.

아스피린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어 다른 약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예방 효과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작용만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전문의와 상의한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스피린 연구는 현재진행형
아스피린은 현재까지도 약효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연구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약효가 밝혀져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한편, 해열·진통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바이엘 사의 대용량 아스피린(500㎎)은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제조·판매사인 바이엘코리아에서 2016년 12월 일부 제품의 용출률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자진회수한 뒤 재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장제(强壯劑) | 온몸의 물질대사를 촉진하고 영양을 도와 체력을 증진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는 약. 소화제, 보혈제, 자양제 따위가 이에 속한다
이명(耳鳴) | 귀울림 (몸 밖에 음원(音源)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리는 병적인 상태)
혈전(血栓) | 생물체의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서 된 조그마한 핏덩이
용출률 | 약을 먹었을 때 약의 유효 성분이 체내에서 방출되는 비율. 약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나침반 36.5> 7월호, p.68 '아스피린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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