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대 서사시 '학교생활기록부'가 담고 있는 것

   
▲ [사진=충북교육청]학생 문학기행

성적을 보지 않고, 수상경력을 보지 않고, 소논문도 보지 않고, 봉사활동 기록도 보지 않아도 학생의 능력치 가운데 80~90%는 판단할 수 있다.

바로 학교생활기록부 이야기다.

학생부는 한 학년의 수업을 담당하는 12명 정도의 선생님들이 수업 중에 있었던 일, 수업에 임하는 학생의 자세 및 태도, 수행평가의 준비과정, 수행평가에서 나타난 학생의 능력치, 학생의 발표력과 모둠수업에서 보여준 태도와 적극성, 토론 내용의 수준, 그 밖에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학생의 모습에서 학생을 판단하고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상기록 ... 봉사활동 등등도 다 기록돼 있다.

그것은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학생이 입학한 때로부터 졸업할 때까지(입학사정관은 시기의 문제로 3학년 1학기까지만 볼 수 있지만) 3년에 걸쳐 적어도 36명 이상의 선생님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빅 데이터’ 다.

이 학생부에 적힌 기록, 이 빅 데이터에 의해 이 아이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지, 인성도 좋은 아이인지, 창의적인 아이인지,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는지, 뒤처지는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공부는 잘하지만 좋은 인성을 갖추지는 못한 아이는 “수업에 열심이고 적극적이며 학업성취도가 좋다”고는 기록될 것이지만, “인성과 배려심도 많다”고 기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모둠수업 등에서 다른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 자기 모듬이 뒤처진다고 불만 섞인 지적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벗어난 지나친 아이라면 칭찬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 수업시간마다 누워서 자는 학생이 있다. 그 아이를 지켜본 교사는 매 수업시간마다 졸고 떠드는 문제가 많은 학생이라고 기록하지는 않는다. 그런 모든 것을 기록할 만큼 교사가 한가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령 학생으로부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 하더라도 학생의 인생을 위해 그 모든 문제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교사 역시 드물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기 매일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교사인 내 눈을 쳐다보며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이 있다. 교단이나 강단에 서봤던 사람이라면 이런 아이를 만나는 것이 교사에게도 얼마나 감동이 되는지를 잘 알 것이다. 이 아이에 대해서는 좋게 기록될 수밖에 없다.

그 감동은 교사 자신뿐만 아니라 대학에 가서 교수를 감동시키기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설령 공부를 못해 9등급이든 6등급이라도 상관없다. 기록하지 말라고 해도 교사는 자기 시간을 쪼개서라도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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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생이 시험성적도 우수하고, 수행평가도 잘하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독서량도 많으며, 다양한 시각을 가진 창의적인 아이라면, 교사는 그가 느낀 것을 학기말에 생활기록부에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학생의 생활기록부는 매우 우수하게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느냐는 두 번째 문제이다. 지금은 공부를 못해도 학업역량이 있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보이는 학생이라면 감동은 충분히 전달돼 학생부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로 돌아와서 보면, 이런 학생이 6등급~9등급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99%이다. 5등급에는 몇 명 있을 것이고, 4등급은 조금 더 많고, 3등급은 더 많은 정도일 것이다. 이것은 특목, 자사고를 뺀 거의 모든 일반고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수업시간의 평가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업시간 외의 기록을 볼 수 있는 곳은 창체활동기록이다. 창체활동 기록만으로 대학에서 선발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역량은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이 안에서 학생의 인성과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학업역량도 알아볼 수가 있다.

창체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이루어지며 이들 시간에 일어난 각종 학교활동과 학생 개인의 활동들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 활동시간에 따라만 오는 학생과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 발표를 한 학생의 기록은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만 가지고도 대학이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성은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도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녀의 학생부를 떼어보자. 공부를 못해 창체활동만 많이 기록돼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창체활동 만으로도 자녀의 학교생활이 보일 것이다. 인성이 좋은 아이인지, 잠재력이 우수한 아이인지 판단이 선다면 그 학생의 기록은 성적을 떠나 중위권 이상의 대학은 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판단할 근거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좋은 대학에 가기는 힘들다. 다만 아직 2학년이라면 얼마든지 지금부터라도 역전이 가능하다. 학생은 배우니까 학생이고 그 발전의 기록을 보고 싶은 것은 대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업만이 아니라 성적과 상관이 없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시간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학생부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학생부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을 따져보자. 학생부는 과목 담당교사가 1학년 12명, 2학년 12명, 3학년 12명 총 36명 이상의 교사가 관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도 3년에 걸쳐서 학생의 전 고교생활에 대해 최선의 노력으로 완성한 최대의 빅 데이터인 것이다. 이보다 한 학생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밝히는 자료를 당신들은 도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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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신뢰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수학능력시험은 사실 단 하루의 시도로 학생을 완전히 평가해버리는 훨씬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방식이 아닌가?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학생부의 기록이 그렇게 쉽사리 왜곡될 수도 없다. 교장 말 안 듣는 교사도 얼마든지 많으며, 이들 36명의 교사들은 똑같은 잣대로 학생을 보지 않는다.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 인성이 좋아야 한다는 교사, 늘 발전하는 가능성 있는 아이가 좋은 교사 등 모두 각자의 개성 있는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생부는 살아 움직이게 되고 학생을 평가하는 매우 유용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시험을 치르는 수학능력시험과는 분명히 다르다. 수학능력시험도 기본적으로 학생의 지난 모든 시간이 담길 수밖에 없겠지만,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지표이지 인성과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3년의 과정을 고스란히 알 수 있는 살아있는 기록, 한 학생의 생생한 나날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자료는 대서사시이자 예술일 수밖에 없다. 현란한 언어로 쓰여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인생이 묻어난 학생부를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의 스토리가 적혀진 예술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10명 이상의 수준별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전체 내용을 직접 보고 찬찬히 보면 이런 표현과 평가가 얼마나 진심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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