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청소년 사망원인, 자살

   
 

질병이나 사고 등 사람이 죽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사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는 10년째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

이 비극적인 통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소년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극도의 슬픔이나 절망감 등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무엇이 가장 밝고 행복해야 할 이 시기를 위협하고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위험해도 끊을 수 없는 굴레, 또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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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2월, 초등학교 졸업식을 막 마친 13살 소녀 A양은 8년 지기 또래 친구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몇 달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니는 경찰에 동생이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막상 경찰서에 간 A양은 어째서인지 자신이 강간당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부하며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또래 남자아이들과도 별문제 없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A양은 몇 달 뒤, 집에서 목을 맨 채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가족들은 사망한 A양의 휴대폰에서 이상한 흔적들을 발견했다. 그동안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익명 SNS 속에서 A양에게 성적 발언들이 쏟아졌던 것이었다. 이어 발견된 A양의 일기장 속에서는 “애들이 나보고 쿨하다고 하는데, 얘들아. 나 많이 아프고 힘들어.”라는 A양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성폭행 가해자들이 8년이나 알고 지낸 친구들이었고, A양의 친구들과 성폭행 가해자들 역시 서로 친구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성폭행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모든 친구를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것 같아 쉽게 신고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구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세계를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스스로 외면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또한, 아직 자기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나이에 익명의 SNS를 통한 비난과 성적인 발언들은 A양 스스로가 본인을 ‘그래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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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나침반 36.5도> 10월호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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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관심 갈구, ‘자해 인증샷’
한편, 요새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사진이 있다. 바로 ‘자해 인증샷’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놀이는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등학생 래퍼가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날카로운 도구로 손목 자해를 한 흔적을 ‘바코드’에 비유한 노래를 선보인 후 급속히 퍼졌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명 이상에게서 자해 흔적이 발견됐다. 이어 다른 학교들에서도 한여름에 긴 소매 상의를 입거나 아대(손목보호대)를 착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이 이루어졌다. 앞서 설명한 A양 자살 사건에서도 A양의 사망 이후 그 친구들의 SNS에서 ‘우리도 힘들다’는 의미의 자해 인증샷이 발견됐다.

이처럼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 자해를 하는 행위가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 국내외 포털 검색어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자해’ 관련 검색어가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스스로의 판단력보다 주변에 가장 밀접한 또래 친구들의 문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자해 방법은 깊은 상처를 내 피가 흐르게 하는 사혈 자해,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변비약이나 타이레놀 등을 다량 복용한 뒤 몽롱한 상태에서 손목을 긋는 약물 자해 등 다양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 청소년 자해 확산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 [사진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이처럼 사안이 심각해지자 국민청원에는 ‘자해 인증샷’에 대해 규제하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모방심리로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자해로 정신건강 클리닉을 찾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청소년 정신질환이 갑자기 늘어났다기보다는 청소년 시기의 불안감 표현 방식으로 자해가 유행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해의 근원에는 외로움 존재,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앞선 두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청소년기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청소년들 중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여학생이 30.3%로 20.3%로 나타난 남학생보다 10%p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고등학생은 26.4%, 중학생은 23.5%의 학생들이 우울감을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이처럼 청소년은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아 주변에 휩쓸리기 쉽고, 사춘기에 나타나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적절히 해소하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소년 자살 사건이나 자해 인증샷 등의 사건을 살펴보면 그 내면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커다란 외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는 강하고 씩씩해 보이더라도 사실은 누구보다 외롭고, 누군가의 관심을 기다리고, 또 도움의 손길이 간절하게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사랑이 위험에 빠진 이들을 구해줄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런 불안의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이라면 단 하나만 명심하자. 그 누구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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