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31번과 수학 가형 30번 문항, 고교 교육과정 위반 소지 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선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돼 학생과 학부모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사교육걱정은 12월 11일 오전 11시에 본 단체 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고교 교육과정 위반 했다"며 "올해 수능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2019학년도 수능에서 출제된 문제는 학교 교육과정만으로 도저히 대비할 수 없는 범위와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수능을 치른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들까지도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가에 책임을 물었다.

교육과정 벗어난 '불수능'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의 몫
이른바 '불수능'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N수생을 양산’하는 등 대표적인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피해가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며,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도 심각한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사교육걱정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이 달성해야 할 핵심 목적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수능은 그 목적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한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수능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받은 피해는 당연히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12월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례적으로 2019학년도 수능 출제 문항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공개했다. 사교육걱정이 이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소위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국어 31번과 수학 가형 30번 문제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소지가 다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평가원이 밝힌 국어 31번 문제의 교육과정 근거

   
 ▲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 평가원이 제시한 국어 31번 문제의 교육과정 근거에 해당하는 성취기준 상세내용

   
▲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러나 국어 27~31번 문제에 해당하는 제시문은 '동서양 우주론'에서 발췌한 지문으로 서양의 경우 천문학 분야의 개혁이 형이상학을 뒤바구는 변혁으로 이어진 사례와 중국의 경우 서양에서 유입된 천문 이론이 중국의 전통과 결합돼 어떻게 재해석 됐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제시문을 토대로 평가원이 제시한 성취기준을 만족하는 문제를 출제하려면, 천문 이론에 따른 서양과 중국의 수용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가 출제된다든지, 서양의 우주론과 관계된 내용과 중국의 우주론과 관계된 내용에 제시된 학자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문제가 출제돼야 한다.

하지만 사교육걱정은 평가원이 밝히고 있는 성취기준과 31번 문항은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31번 문제는 <보기>에 소개된 만유인력을 계산하는 원리와 제시문에 소개된 뉴턴이 만유인력의 실재를 입증하면서 사용한 원리를 바탕으로 ①~⑤번 선지 중에서 만유인력과 관계된 명제가 거짓인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즉 만유인력의 원리를 추론해 그와 관계된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을 요구하는 문제인데, 국어과의 ‘독서와 문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성취기준인 것이다.

■ 초고난도 문제로 불리는 국어 31번 문제

   
▲ 자료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수학 가형 30번 문제 역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이 밝힌 것처럼 ‘미적분Ⅱ’에서 삼각함수와 관련된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삼각함수를 활용하여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다”이다. 교육과정에서 밝히는 ‘교수·학습 상의 유의점’ 역시 “삼각함수의 활용에서는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다룬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즉 교육과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간단한 문제를 푼다는 것의 의미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해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30번 문제의 경우는 주어진 구간이 없어 무한히 많은 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로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인 것이다.

■ 교육과정평가원이 밝힌 수학 가형 30번 문제의 교육과정 근거

   
▲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 2019학년도 수능 킬러문항인 수학 가형 30번 문제

   
▲ 자료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은 "평가원이 30번 문항을 푸는 데 필요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3개로 제시하고 있지만 , 실제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5개 정도의 성취기준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각각의 성취기준과 그와 관련된 문제를 풀도록 하지, 이렇게 10개 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통합해 만든 문제를 풀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BS 수능 강사가 20분 이상 걸린 고난도 문제를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꼬집으며 "15개나 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조합한 문항은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학 가형 30번 문제에 포함된 교육과정 성취기준

   
▲ 자료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에 사교육걱정은 "‘2019 불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해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하고, 평가단을 꾸려 수능 문제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사진 설명: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에듀진 기사 전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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