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를 앞에 둔 교사의 의문 "수능이 정말 교육적인 것 맞나요?"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사에게 손과 공이 많이 가는 어려운 숙제다. 수업을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꿈과 끼를 북돋워주며, 이를 기록으로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학생들을 성장시켜가는 교사의 이야기가 SNS를 통해 전해지며 훈훈한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함께 전해주고 있다.

12월 2일 권혁선 전주고 교사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수능주의자가 되고 싶어요. 뭐가 잘났다고 학생들의 적성이네 숨겨진 재능이네 하면서 이 고생을 하는지.... 

지난 한 달 동안 역사 인물 페이스북 수행평가를 확인하고 동시에 학생부 기록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 이 학생이 이런 창의적인 능력이 있었나??? 몇 차례 감탄을 해 봅니다. 아마 이런 감탄이 없다면 이런 작업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 작업은 사전에 학생들에게 예고를 하고 작업은 수업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저는 와이파이하고 색연필을 준비합니다. 

1학년 수업 시간에 실시한 조선왕조실록 조사 과제도 있네요. 과제를 보면서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살펴보는 기쁨이 매우 큽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기록의 벽에 부딪히네요. 

학생들 독후 활동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습니다. .... 역사 관련 도서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느낀 점들을 다시 한 번 정리 중입니다. 독후 활동을 통해서도 지필 고사에서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친구가 정말 속 깊은 학습 활동을 하는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타 교과와의 융합 능력을 보여주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평상시 모둠 활동 내용도 통계 작업하고 또 정리를 해야 합니다. 역시 개별 학습에 비해 모둠 활동에 더 열심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들 학생들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입니다. 

아직 몇 차례 토론 활동 정리가 남았지만 엄두도 못 내고 있네요. 제가 지도하는 학급이 6학급이다 보니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생부 교과 세특 기록 공간이 부족합니다. 500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네요..... 아무튼 이것도 불만입니다. 

이번 기회에 수능주의자로 전향을 해 볼까?? 하는 유혹을 강하게 느낍니다. 주말마다 무슨 짓(?)인지 모르겠어요. 얼마나 편해요.... 수능 만세입니다. 1년 동안 문제집만 풀어주면 되는데... 고민도 필요 없는데 말이죠.... 수행평가도 달랑 1장.... 네이버 형님들 것 참고해서 제출하게 하면 되는데요....

정말 전향해야 하나요??? 특히 수능 찬성하시는 분들의 답변을 듣고 싶어요... 주야장천 문제집 풀이하는 게 정말 교육적인 것 맞죠???
 
   
▲ 권혁선 교사가 작성한 수업 평가 일부분 캡처


현 대입을 바라보는 데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수시 학종을 지지하는 교사, 정시 수능전형을 좋아하는 교사, 수시 반 정시 반이 좋다는 교사 등 교사들만 놓고 봐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모두가 별의별 이유를 들어 자신이 지지하는 전형의 장점을 내세우고 설득하려 한다.

그리고 한 편에는 이도 저도 필요 없이 내 학원, 내 컨설팅만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론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는 사교육 세력도 존재한다.

물론 모두가 자신의 눈앞의 이익과 편의만을 좇아, 그에 부합하는 전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데 가치를 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미래 사회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나름의 신념을 갖고 주장을 펼쳐가는 이들 중에서도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이들이 많은 듯해 보인다. 바로 교육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의 성장에 있다. 대입 제도 역시 그 가치 실현에 일조해야 한다.

특히 교육 당국이나 정책 입안자들은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를 내다보고, 학생들이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올곧게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이라는 굳건한 목표 아래, 교육이 정의롭게 이루어지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이 할 일이다.

만일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학교를 보라. 수능 대비형 수업과 학종 대비형 수업, 그 중 어떤 수업이 학생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학생들의 성장 교육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권 교사와 같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 

* 사진 설명: 모둠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제공=인천교육청]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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