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삐끗하면 난리 나는 것은 내신이 아니라 수능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윤석만의 에듀체크’ 기사에 고교 현장 교사들의 비판이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한 번 삐끗하면 SKY 어려워..90% 아이들은 '들러리'“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그리고 있는 서울 소재 자사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극단적인 내신 경쟁 스토리, 그들만의 리그를 일반적인 고교 상황으로 상정합니다. 이를 근거로 수시전형을 비판하고 사실상 정시 수능전형을 옹호하는 논지를 펼칩니다.

하지만 고교 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 중 많은 이들이 해당 기사가 많은 부분 현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에듀진>은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주고 권혁선 교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발췌해 싣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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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라고 해서 팩트 체크를 할 줄 알았더니 폴트 체크를 하고 있네요.

어떻게 시험에서 한 번 삐끗하면 내신에서 난리 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삐끗하면 난리 나는 것은 내신이 아니라 수능이니까요.

수능에서 한 문제는 최소 2점 내지 3점입니다. 수능에서 한 문제를 틀리면 표준점수 2, 3점이 그대로 날아갑니다. 특히 탐구영역은 더 그렇습니다. 한 문제 틀리면 정말로 2등급으로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삐끗’을 적용할 대상은 내신이 아니라 수능입니다.

그리고 내신은 반드시 1등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대개 1등급은 1등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재학생을 100명을 기준으로 해도 4등까지는 1등급입니다.

그래서 실제 학교에서 보면 1, 2등은 서로 원수가 아니라 사이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야 비교과 활동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자사고와 같은 경우는 대개 학교 규모가 크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국어 같은 경우 인문·자연 계열 구분이 없기 때문에 1등급은 15명 정도까지 이릅니다. 그러니 학생들이 1, 2등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모자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만든 드라마 스토리는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웃기기가 개콘 수준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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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이하는 내신이 상관없다는 주장은 또 웬 코미디인지요. 그러니까 입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3등급 이하의 학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3등급 이하의 친구들도 스카이 대학의 의대를 가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스카이 대학에 가야 하고 의대에 가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실제 3, 4등급 친구들의 수능 성적이 내신보다 높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학원가에서는 3, 4등급 내신을 받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무한 희망 고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기사들도 무한 희망 고문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3등급대 친구들도 서울 지역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방 국립대는 거의 대부분 3, 4등급 친구들이 진학을 합니다. 어째서 3등급 이하는 내신이 의미 없다는 막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3등급 이하는 들러리는 말은 무엇인지요. 내신 들러리??? 오히려 수능 들러리입니다. 당장 2020학년도부터는 들러리들이 대폭 줄어드는 참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들러리라뇨? 바로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주력이고 이들이 바로 공교육의 학생 뼈대입니다. 이들에게 도구 교과목 외에도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현장의 교사들은 교육 시스템 개혁을 주장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 주창자는 어디서 이런 소중한 교육의 꽃을 들러리라고 하는 겁니까. 제발 우리 교육에 이들 같은 들러리들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 사진 설명: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한 장면 [출처='스카이 캐슬' 홈페이지]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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