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한국 경제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계 부채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과 시카고 대학의 금융 담당 교수 아미르 수피는 함께 쓴 책 '빚으로 지은 집'에서 과다한 가계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결론은 가계 부채가 경제 불황의 근본 원인이며 빚을 진 가계들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 내의 그 누구도 가계 부채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나아가 가계 부채가 급증하게 된 원인에 천착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두 경제학자가 '빚으로 지은 집'에서 주장하는 것은 명확하다. '가계 부채에 의존한 성장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지출의 감소를 가져오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가진 것이 가장 적은 사람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히면서 부의 불평등을 강화한다. 더욱이 가계 부채는 빚을 진 가계 자산에 타격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시스템을 돌고 돌아 결국 모두에게 손실을 준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미국의 대침체기 동안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4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됐다. 그리고 이 침체가 일어나기 전 2000~2007년 미국 가계 부채는 두 배로 껑충 뒤어 14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이는 우연의 일치인가.

저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는 '빚으로 지은 집'에서 분명하고 강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대공황과 대침체, 나아가 현재 유럽의 경제 위기까지도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가계 부채가 소비 지출의 급락을 초래하며 일어난 일임을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한다.

그동안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 은행 위기가 대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이들 금융 기관에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그러나 미안과 수피는 실제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이런 통설을 반박한다. 두 사람은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은행과 채권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데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도한 부채에 있고, 구제 금융을 통해 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 부채는 주로 한계 소비성향이 높은 저속득층의 주택 압류를 불러온다. 이는 소비 지출의 급감, 즉 총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의 감소와 대규모 실업을 유발한다. 미안과 수피는 이러한 소비 주도 불황을 극복하기에는 기존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에는 한계가 있으며 가계 부채를 줄여 소비를 진작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박기영 옮김, 320쪽, 1만5000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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