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가상품 유통업체 논란,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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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1000냥 가게, 일본에는 100엔 숍, 미국에는 1달러 숍으로 통하는 유통업체들이 있다. 이 같은 저가상품 유통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저가상품 유통업체들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의 가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고, 시장의 성장과 함께 큰 매장의 규모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매장 수를 앞세운 대형 저가상품 유통업체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업체들이 지역 곳곳을 장악한 지금, 과연 사람들의 경제 환경은 훨씬 더 나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미국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2월호 p.84에 6p 분량으로 수록된 내용입니다.
- <나침반 36.5도> 매거진을 읽고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에 기록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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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달러 숍, 미국 유통시장을 휩쓸다
미국의 달러 숍 성장률은 일반소매업의 2배를 웃돌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 숍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과 ‘달러 트리(Doller Tree)’이다.

달러 제너럴은 주로 1달러 정도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로 국내의 다이소와 매우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달러 제너럴은 매년 7~8%에 달하는 매출성장을 보이며 미국 내 매장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갔다.

달러 트리 역시 미국 내 소비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급격히 성장했다. 두 업체의 매장 수를 합치면 2011년 2만개에서 2017년에는 3만개로 급증했고, 이는 월마트와 맥도날드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런 달러 숍들이 단기간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인의 가장 큰 소비 트랜드 중 하나인 ‘가성비’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 숍들은 생필품과 식료품의 
가격이 일반 마트보다 20~40% 더 저렴하다.

달러 숍이 지역 주민의 삶을 망친다?
이런 매장들이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곳은 빈민가나 노인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이다. 매장의 절반 이상은 연 가구소득이 2~3만 달러를 넘지 않는 곳에 위치했는데, 저렴한 제품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 계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업체의 전략이 오히려 지역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해 품질이 아닌 저렴한 가격만을 앞세우는 것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제너럴의 식품코너 [사진 출처=rupehelmer.com]

마을 상점 몰아내고 주민 생계 위협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어떤 지역에 달러 숍이 들어설 경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독립 상점의 매출이 평균 30%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달러 숍 때문에 미국에서 문을 닫은 상점 수는 400여 곳에 달했다.

달러 숍 등장으로 타격을 받은 주민은 지역 상점 운영자 뿐만이 아니다. 상점에 신선식품을 공급하던 지역 농부들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캔자스의 한스 마을 200여 개 농장은 지역 식품점이 문을 닫으면서 평균 수입이 20%이상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면 상점을 운영하지 않는 주민들은 어떨까? 달러 숍은 동네 식료품점에 비해 일자리가 많이 않다. 평균적으로 14명 정도를 고용하는 지역 상점들과 달리, 달러 숍은 셀프 서비스를 내세워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매장은 2배 이상 크지만 평균 고용 인원이 8명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점들이 폐쇄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취업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신선식품 사라진 ‘식품 사막’에 건강도 잃어
한편, 달러 숍은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신선식품은 짧은 유통기한 내에 팔리지 않을 경우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 숍은 매장 내 식품코너가 차지하는 비율이 10~15%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도 통조림이나 냉동피자, 스낵류 등 가공식품으로 한정돼 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지역자립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오와의 헤이븐(Haven) 지역은 하나뿐이던 지역 식품점이 달러 숍 때문에 사라지면서 3년 동안 비만지수가 15%나 증가했다.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툴사 지역은 영양불균형 주민이 2013년 8%에서 2018년 23%로 급증하고 기대수명은 4년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상품 유통업체 논란… 한국은?
한편 우리나라 역시 저가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점차적인 규제에 들어갔다. 2018년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다이소를 대형마트처럼 ‘중소기업 적합업
종’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소는 생활용품점이지만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학용품을 낱개로 팔 수 없다. 대상 학용품은 연습장, 일반 연필, 풀, 색연필 등 18가지 항목이다. 노트류는 10권씩, 16색 색연필은 2세트 이상씩 묶어서 판매해야 한다.

규제만 답 아냐,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라" 
그러나 저가상품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에 반발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다이소의 집객 효과가 오히려 주변 상권을 활성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발표한 ‘다이소 성장이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다이소가 출점한 뒤 주변 문구점 전체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이소 직영점 네 곳이 출점한 이후 1년간 다이소 매장 반경 3㎞ 내 문구점 매출은 평균 4.13% 늘었다. 문구점 신규 고객의 구매금액도 6.69% 증가했다.

또한 저가 유통업체의 판매 상품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이소의 문구 판매 규제에 대한 반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대 입장에서는 “문구류를 무작정 제한하는 것 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문구점의 품질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과연 저가상품 유통업체는 지역 경제를 초토화시키는 주범일까, 아니면 소비자에게 좀 더 폭넓은 선택권과 경제 혜택을 주는 기회일까?

분명한 것은 저가상품 유통업체의 문제에는 지역 경제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나 교육과정·제도에 따른 준비물의 변화 등 외부적인 요인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저가상품 유통업체를 무엇으로 규정하기 이전에, 산업의 특성과 시장의 변화에 따른 심층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나침반> 2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나침반 36.5도' 2월호 p.84
'나침반 36.5도' 2월호 p.85

*사진 설명: 미국 달러 숍, 달러 트리 [사진 출처=foodbusinessnews.net]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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