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인문학] 딸에게 쓴 옥중 편지로 엮은 부정(父情)의 역사서 '세계사 편력'
[마스터 인문학] 딸에게 쓴 옥중 편지로 엮은 부정(父情)의 역사서 '세계사 편력'
  • 송미경 기자
  • 승인 2019.05.2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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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시킨 자와할랄 네루의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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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끈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3년 가까운 투옥 생활 동안 딸이 올곧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딸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세계사 편력>은 아버지의 마음이 듬뿍 담긴 옥중 편지를 모아 엮은 세심한 역사서다. 196편의 편지 속에서 네루가 어린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2월호 p.94에 8p 분량으로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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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편력>은 자와할랄 네루가 딸에게 보낸 편지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때문에 딸에게만 할 수 있는 허물없는 말투로 이루어져 있으며, 민주주의, 사회주의와 같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흥미로운 주제들과 함께 엮어 알기 쉽게 풀 어쓴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세계사의 주요 흐름을 쉽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네루의 주된 가치관이 세계사를 통해 거시적으로 쓰여 있다. 또한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거부하고 국왕, 황제, 귀족층 등 특권계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과 소수민족, 사회적 약자를 세계사의 주인으로 바라보는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다.

[역사 편]

1932년 5월 8일 ‘코리아와 일본’
세계의 역사를 이야기해 나가다 보면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시야에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중국의 이웃 나라이며, 또 많은 측면에서 중국 문명의 후손이라고 볼 수도 있는 코리아와 일본에 대하여 살펴봐야겠다. 이 두 나라는 아시아의 동쪽 맨 끝, 즉 극동에 있으므로 여기를 지나가면 넓은 태평양이다.…(중략)

가엾은 작은 나라 코리아는 오늘날 거의 잊혀지고 있다. 일본에 합병되어 그 제국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아는 지금도 자유를 꿈꾸며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일본은 지금 활약이 뚜렷하여 신문들은 일본의 중국 공격에 대한 기사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내가 편지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만주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중략)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코리아가 중국에 여러 가지를 빚졌다는 점이다. 문자도 중국에서 들어왔다. 그들은 1천 년 동안이나 표의 문자인 중국의 한자를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말을 적는데 한결 적합한 독자적인 알파벳을 발명한 것이다.

불교도 중국을 거쳐 전해졌으며 유학도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인도에서 비롯된 예술의 영향은 중국을 거쳐 코리아와 일본에까지 긴 여행을 한 셈이다.

코리아는 예술에서 아름다운 작품, 특히 뛰어난 조각을 남겼다. 건축은 중국과 비슷하였다. 조선술도 큰 진보를 보였다. 그들은 한때 일본을 공략했을 정도로 강력한 해군을 갖기도 하였다...(후략) 

[정치 편]

1933년 8월 6일 ‘의회 정치의 실패’

…(중략) 더구나 요즘 의회는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당면한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지 어떤 조치나 법률의 일반적인 원칙만을 정하고, 나머지는 행정부나 행정 부서에 위임하는 관례가 생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행정부는 광범위한 권력을 손에 넣고, 긴급할 때에는 어떠한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의회는 더더욱 국가의 중요 업무에서 멀어져 가는 추세다.

현재 의회의 주요한 기능은 정부가 취한 조치를 비판하거나 질의·심리하고, 정부의 일반 정책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일에 그치하고 있다...(중략)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대립은 내재적이며 지속적이다. 그것은 가끔 그릇된 선전이나 의회와 같은 민주주의의 외면적인 형식, 그리고 유산 계급이 다른 계급을 잠깐 동안이나마 만족시키기 위해 던져주는 미끼를 통해 은폐된다.

그러나 더 이상 던져 줄 미끼가 없어지면 두 계층은 서로 국가의 경제력을 장악하기 위해 대립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단계가 오면 지금까지 가지각색의 당파와 관계하고 있던 자본주의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단결한다.

자유주의자들과 그와 유사한 집단은 자취를 감추고, 민주주의의 모든 형식은 배제된다. 유럽과 미국이 바로 지금 이러한 단계에 도달해 있다.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어떤 형태로건 우세를 보이고 있는 파시즘은 이 단계를 대표한다...(후략) 

[문화 편]

1933년 2월 1일 ‘유명한 문필가들’

괴테는 1749년 태생이었으므로 원래는 18세기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83세의 장수를 누렸으므로 19세기 3분의 1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그는 유럽을 휩쓴 시대에 살면서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한 조국을 지켜보았다.

그리하여 그의 생애에는 많은 번민이 있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삶의 괴로움을 내면적으로 극복하고, 드디어는 초연함과 평정의 경지에 이르러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의 나이 예순이 넘었을 때 나폴레옹이 처음으로 그를 만났다.

나폴레옹에게 비친 그의 풍모에는 어쩐지 달관과 위엄으로 넘쳐 있었으므로 나폴레옹은 무심코 “여기에 한 인간이 있다!”라고 외쳤다. 그는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했는데 무슨 일에나 솜씨가 뛰어났다.

그는 철학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인 동시에 여러 학문에 흥미를 가진 과학자였다. 그뿐 아니라 그의 실제적인 직무는 독일의 한 작은 공국 바이마르의 재상이었다…(중략)

또한 19세기 초기의 영국에서는 세 사람의 시인이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시대의 사람인데 3년 동안 잇따라 숨졌다. 이 세 사람이란 키츠, 셸리, 그리고 바이런이다. 키트는 빈곤과 절망의 괴로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1821년 로마에서 아직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몇 개의 매우 아름다운 시편을 남겼다.

키츠는 중간 계급 출신이었지만 그의 일생을 통해 돈의 결핍이 얼마나 큰 장애가 되었으며, 더구나 가난한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배우 수 있었다…(후략) 

[과학 편]

1933년 7월 14일 ‘과학의 선용과 악용’
…(중략) 네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무언가 과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응용과학이 제시하는 원리에 따라 여행하고, 서로 통신하며, 우리의 식량이 생산되어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수송된다.

우리가 읽는 신문이나 서적은 물론, 내가 쓰고 있는 편지까지도 과학적 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위생이나 보건, 그리고 어떤 종류의 질환에 대한 치료도 모두 과학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세계에서는 응용과학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하나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중략)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미래의 문을 열어제치고 미리 내다볼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두 가지 과정, 즉 두 가지의 서로 대항하고 서로  충돌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하나는 협력과 이성의 고양을 통해 문명을 구축하는 과정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으로 파괴해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시도다.

이 두 개 과정은 모두 점점 더 맹렬하게 속도를 빨리 하면서 진행되고 있고, 무기와 과학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가? 

[경제 편]

1933년 7월 19일 ‘대공황과 세계의 위기’

…(중략) 현대 사회는 지금 과학과 풍부하게 넘치는 과학의 산물 때문에 당황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들은 서로 원만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사회의 자본주의적 형태와 최근의 과학 기술과 방법 사이에는 모순이 있다. 사회는 자본주의로부터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배웠지만, 생산된 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배우지 못했다.

이러한 간단한 전제 아래 다시 한 번 서유럽과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나는 이미 세계 대전 후 10년 동안 그들이 직면한 혼란과 곤란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여러 패전국-독일과 중부 유럽의 여러 소국-은 전후의 악조건 때문에 심한 타격을 받았으며, 그들의 통화는 붕괴했고, 중간 계급은 몰락해 갔다.

각국은 미국에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고, 국내에도 거액의 전시 채무를 지고 있었다. 이러한 채무 때문에 그들은 허둥거리고 또 넘어질 듯이 비틀거리고 있었다…(중략) 

그러는 동안 1929년 11월에 미국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주식 투기로, 주식이나 그 밖의 것이 터무니없이 값이 올랐다가 이번에는 급격히 폭락한 것이다. 이로 인해 뉴욕의 금융계는 대공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날로 미국의 번영은 끝나 버렸다.

이리하여 미국은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던 다른 나라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무역과 산업의 불황은 이제 전세계를 뒤덮은 대공항(Great Depression)으로 변해 버렸다…(후략) 

‘역사를 읽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것이다’
네루가 딸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에 적힌 글이다. 네루는 어린 딸과 함께 옛일을 회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과거보다 더 위대하게 만들고자 했다. 3년간의 긴 투옥생활 가운데에도 196편의 장대한 편지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네루의 이런 소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네루는 마지막 편지에서도 ‘행동은 사상의 종점이다’라는 로맹 롤랑의 글을 인용하며,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사상은 모두가 미숙아이며 변절이다.

만약 우리가 사상의 주인이 되려한다면 우리는 행동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세계사 편지를 읽고 자란 어린 딸은 훗날 인도 최초의 여성총리인 인디라 간디가 된다. 

■ <나침반> 2월호 해당 페이지 안내

'나침반 36.5도' 2월호 p.94
'나침반 36.5도' 2월호 p.95

*사진 설명: 자와할랄 네루와 그의 딸 인디라 간디[사진 출처=scoopwhoop.com]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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