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명문대 간다!
-학생 길잡이 중고생 진로·진학 월간지 '나침반 36.5도' 다시보기

“선생님, 이 책 재미없어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 지식도서를 읽으라고 주면 돌아오는 반응입니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아이들이 모인 과학고 준비반에서조차 지식도서 한 권 제대로 읽어내는 아이를 찾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독서교육, 언어능력의 아픈 현실이죠.

제대로 읽은 지식도서 한 권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제가 중학생 아이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10번을 읽든, 100번을 읽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같은 책 딱 한 권만 완벽하게 읽어봐. 그러면 무조건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

이렇게 단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읽은 지식도서 한 권이 학습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제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지식도서를 읽는 힘 ‘호기심’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뜻하지 않은 계기로 독서의 지평을 정말 ‘우연히’ 넓히게 됐습니다. 저를 입시 경쟁 교육 바깥으로 날려버린 그 사건, 중학교 2학년 때 걸린 결핵성 뇌수막염이 바로 그 계기였죠.

사실 첫 입원 5개월 동안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밥 먹듯이 40도를 넘나드는 고열과 두통 때문에 밤낮 구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몇몇 죽음을 보았습니다.

어제까지 옆 병상에 누워있었던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복막염 파열로 세상을 등지고, 병동 복도를 오갈 때 종종 마주쳤던 뇌성마비 여자아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놓았습니다.

같은 병실에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굉장히 기묘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강렬한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왜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어야만 할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을 뭘까?’

어지간한 것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 호기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였지만 그렇게 떠오른 의문만큼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중학교 3학년, 제가 처음으로 서점의 문턱을 넘은 이유였습니다. 서가를 둘러보던 저는 폴 데이비스의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천체물리학 책을 골라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리고 제 용돈을 그 두 권의 책을 사는데 다 썼습니다.

그런데 막상 펼쳐서 읽어보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 언어능력에 비해 그 두 권의 책은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던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두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입시 경쟁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 쓸 데 없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공부는 완전히 내팽개친 채 책만 둘러 파는 짓을 한 것입니다. 그것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무려 2년 동안 말입니다.

지식도서 탐독으로 기른 ‘언어능력’
고등학교 1학년 때 또 한 번 수술을 했고, 짧은 입원 후 통원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 공부는 완전히 내팽개친 상태였습니다. 성적은 급전직하. 내신이 무려 9등급이었죠.

그러던 제가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한참 늦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무렵이었습니다. 막상 졸업 학년이 되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고, 수능 모의고사와 전국 논술 모의고사의 성적이 희한하게도 높게 나와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논술 모의고사는 전국 20등 안에 들어 저조차 어리둥절할 정도였죠.

저는 여름방학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치 공부를 4개월 만에 따라잡아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습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고등학교 공부를 따라잡았습니다만 무리한 계획인 건 틀림없었습니다.

내신이 9등급이었던 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상위 4% 안에 들었습니다. 본고사와 논술고사도 무사히 통과해 서울 안에 있는 두 개 대학에 합격했고, 제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능이 높은 사람이 아닙니다. 기억력도 형편없고, 다소 덜렁거리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4개월 동안 고등 교과 3년 치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습니다.

<코스모스>는 우주 역사 137억 년을 다룬 700페이지 분량의 천체물리학책입니다. 이 책은 초등 1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전 과목 교과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정보량과 고3 교과서를 훌쩍 뛰어넘는 난이도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책을 10번 가까이 읽었습니다. <코스모스>에 비하면 고등학교 교과서는 굉장히 쉬운 책이었고, 습득해야 할 지식의 양도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던 겁니다. 제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지식도서 한 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예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지식 처리 능력의 9할은 <코스모스> 한 권을 통해 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코스모스>를 열 번 가량 거듭해 읽는 과정에서 저는 이 책이 가진 지식의 구조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는 곧 저의 뇌가 신경가소성을 발휘해 <코스모스> 정도의 지식 체계를 습득할 수 있는 상태’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코스모스>를 여러 번 정독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이런 독서의 경험이 세계적인 학자로서의 기본 능력을 길러주었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고등 교과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지식도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며 읽어본 아이에게 교과서는 쉬운 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식도서를 탐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지식도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호기심’입니다. 우리 교육은 이 두 가지를 기르는 데 너무나 취약합니다. 그 결과 지식도서를 탐독하는 청소년이 가뭇없이 사라져버렸죠. 실로 멸종이라 할만 합니다.

지난 시대, 개천에서 났던 수많은 용들, 글로벌 리더들 중 그 누구도 지식도서를 탐독하는 청소년 독서가가 아니었던 사람이 없습니다. 교육의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숙련된 독서가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딱 한 권으로 시작해보세요. 한 달이 걸리든, 일 년이 걸리든 상관없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딱 한 권 만 제대로 읽으면 됩니다. 그러면 고등학교 교과서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 자질이 몹시 나빴던 저 같은 사람에게도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준 방법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의 저자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도서 작가이다. 책이라곤 거들떠보지 않았던 전교 꼴찌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며 몇 번이나 다시 읽게 된 <플랜더스의 개>를 인생 책으로 꼽는다.

그렇게 독서의 첫발을 뗀 뒤 교과서도 술술 잘 읽게 되고 우등생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나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고, 결국 작가의 꿈도 이루었다. 

대치동에서 논술 강사 생활을 시작해 12년째 독서 논술 교육에 몸담고 있으며, 전국 도서관, 학교 등지를 돌며 학부모, 사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랑 공부가 무슨 상관이냐고? 공부머리 독서법’을 강연 중이다.

- 이 기사는 <나침반 36.5도> 매거진 6월호 p.38에 5p 분량으로 수록된 내용입니다.
- <나침반 36.5도> 매거진을 읽고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에 기록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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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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